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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피스 Jun 05. 2021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진짜 이유 2

어쩌면 내가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사실 고통스러운 것이다.


간절함이 클 수록 고통은 정비례한다.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고,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하고, 오르고 싶지만 오르지 못하게 된다는 건 절망이자 상처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좌절의 경험들을 겪으며 자란다. 어린 동생에게 부모의 관심과 집중을 뺏긴다던가, 잘나가는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던 최신 휴대폰이나 유행 아이템을 돈이 없어 사지 못했다던가, 짝사랑하던 이성이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걸 알게된다던가.


이러한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것이다. 이를 통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내가 실은 그렇게 위대하고 특출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적절한 좌절의 경험이 있어야지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조망수용능력(Perspective taking)을 키우며 건강하게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히 원했다가 그 기대가 무참히 꺾일 때 받는 상처가 너무 커서, 이를 회피해버리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회피반응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회피유형1.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는 알지만 시작을 미루는 상태 


'아직 계획 중이다'라는 명분으로 원하는 것을 머리 속에 그리기만 한다. 원했던 일, 원했던 직업, 원했던 타이틀을 가진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진짜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 좋은 행복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리스크도 없고, 시행착오도 없으며, 갖가지 이상적인 결과를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상상해도 실제 자신은 '0'의 지점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다주듯,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원하는 결과를 물어다주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일단 0에서 1로 한 발짝 디디는 것이 중요하다. 빵빠레를 울리고 리본절단식을 하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행동해보자. 진짜 시작은 0이 아니라 1이니까.



회피유형2. 무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이를 억누르는 상태


원하는 걸 억누르는 이유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이 싫어하거나 실망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보수적이고 엄격하며 통제적인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을 많이 보인다.


"여행이나 외박하는 건 절대 안돼"

"그 쓸데없는 걸 배운다니, 그 시간에 공부를 더해"

"그건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거야"

"다른 사람이 널 보면 뭐라고 하겠니"


성장기 내내 부모로 부터 이런 금지의 말만 들어왔다면, 이 사람에게는 '원하는 것=나쁜 것'이라는 공식이 내면에 새겨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목소리는 '레코드 테이프'처럼 반복재생되면서 죄책감을 만들어낸다. '부모가 원하는 나'가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느라, 자신의 욕구가 말하는 목소리는 듣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엄마의 뱃 속에서 나와 탯줄이 끊어진 순간, 부모와 나는 다른 인격체이며 태어난 것만으로도 당신은 당신의 몫을 다 한 것이다. 부모가 가장 원하는 것이 자녀의 행복이라면,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내가 찾아 가보자.



회피유형3. 모든 것에 욕구를 잃어버린 상태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 지 물어봐도 답은 '몰라' 또는 '아무거나' 이 2가지로 귀결된다. 만성적인 우울이나 무기력증을 겪어왔을 수도 있고, 평소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은 욕구가 없는 게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고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바꾸지 않으려 하기도 하는데, 그건 큰 착각일 수 있다. 주변 사람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나의 몫까지 고민하고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답답함이나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욕구를 잃어버린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힘들지만 답은 있다. 욕구를 찾는 대신에 '감정'을 먼저 알아차려보는 것이다. 욕구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기쁘다-슬프다', '편하다-불편하다', '기분 좋다-화가 난다' 와 같은 감정을 느껴야 내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자신 속에서 미세하게 꿈틀하고 올라오는 모든 감정들을 격하게 환영하며 알아차려보자. 처음에는 이게 무슨 감정인지도 헷갈릴 수 있다. 그럴 때는 '좋다-싫다'로만 구분해도 괜찮다. 그리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감정단어가 적힌 목록을 보거나 감정카드를 구입해 마음에 와닿는 감정단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작든 크든 실패는 찾아올 것이고, 사람이나 회사에게 거부 당할 수도 있으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 또 안전지대를 벗어난다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괴테가 남긴 이 말을 새겨두자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그대로 머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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