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러한 일을 찾을 수 있는 몇 군데의 지점을 알아야하고, 충분한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원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엉뚱한 곳을 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깊이 파보지 않고, 삽질만 몇 번 하다 성급하게 이곳은 내가 찾던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흥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
원하는 일을 찾는데 가장 장애물이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흥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흥미있는 일을 찾아야한다는 강박'이다.
다양한 직업을 거친 다양한 사람들의 일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다보면, 이 흥미만을 쫓아 직업을 선택했다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일의 재미만 좇아 일단 시작했는데 낮은 수입과 사회적 지위, 힘든 노동, 맞지 않는 조직문화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벽을 만나 그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아웅다웅 하다보면 이 직업을 선택하게 한 이유마저 시들해지고 오히려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
실제 직업 또는 직장에 대한 만족은 생각보다 여러가지 요소에서 온다.
누군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와 티키타카가 잘되는 동료들에서 직업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유로운 출퇴근과 집과 직장 사이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 만족하기도 한다.
물론 흥미와 재능은 직업에 대한 만족을 가져다주는 큰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성취감도 느껴지며 보람도 있으면서 수입까지 훌륭한 직업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또 남들이 좋다는 직업을 따라가면 만족할 것 같지만, 어떤 요소가 조합될 때 만족하는 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기에 위험한 방법일 뿐이다.
원하는 일을 할 때는 항상 설레어야한다는 환상
배우 김혜수는 2020년 잡지 시사위크 인터뷰에서 '(연기가) 가장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나도 안 즐겁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는 매번 작품을 끝낼 때마다 좌절하며 은퇴를 생각한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촬영이 다가올 수록 너무 힘들다. 3주 전부터 죽고 싶다. 하고 싶어서 하기로 했는데 그 시기가 되면 '내가 미쳤지.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라는 생각이 막 든다. (중략) 촬영 2~3일 전에는 또 아무 생각 없다. 촬영 전날 못 자면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자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못자고 나간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김혜수가 이러한 생각을 하며 배우생활을 지속해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김혜수가 누구인가. 하이틴스타였던 10대부터 30년 이상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대중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살아온 배우아닌가.
과연 김혜수 뿐일까? 그의 말에 의하면 촬영하는 기간 동안 옆 방에선 배우 이선균이 불안한 나머지 새벽 늦게까지 소리치며 연기연습을 한다고 한다. 국민배우 송강호 역시 한 잠도 못자고 나온다고 한다.
최정상에 오르며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도 자신의 일에 즐거움 보다는 버거움과 두려움을 느끼며 해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배우들은 연기를 천직으로 삼고 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당신도 이렇게 괴롭고 고통스러운 직업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일이 언제나 설레임만 가득해야한다는 판타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환상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나를 가슴뛰게 할 천직'이 어디엔가 있을 거라며 평생 방황하게 될 지 모른다.
나는 잘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새로운 진로를 찾는데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을 분류해보면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유형은 다양한 일에 도전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결과가 실패로 끝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끝까지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들은 실행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잠시 방황은 할 수 있어도 오히려 그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방향으로 또 나아가기 때문이다.
두번째 유형은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고 지레 자신은 해낼 수 없을 것이라 성급하게 판단을 내려버리는 유형이다. 이들은 살아오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시도해본 경험의 양 자체가 적거나, ‘잘한다’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실제 능력치는 꽤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거나 자기기준이 너무 높아 스스로를 하향평가 하는 것이다.
자신은 남들만큼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이 없다며 어떤 일을 시도하는 것조차 포기한다. 특히 창업이나 프리랜서 같은 건 꿈조차 꾸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히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한다.
'진짜 못하는 거야, 아니면 못할 것이라 예측한 거야?'
잘할 지 못할 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자신에게 그것이 맞는 지 틀린 지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진리이다.
현재 하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아무것도 원하는 일이 없어 망망대해에 떠있는 것 같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찰떡같이 잘 맞는 일을 찾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흥미, 설렘, 재능만으로 그러한 일을 찾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는지 잠시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