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로펌에서 의뢰인들이 단기간에 번 돈의 액수를 듣고 있자면 현기증이 난다.
몇 십억은 껌이다. 몇 백억은 돼야 '내가 좀 벌었네'라고 행세를 좀 한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면, 검사를 거쳐 변호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다.
"세상에 이렇게 돈들이 썩어 돌아다니는데 왜 나한테는 이 정도밖에 안 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각종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잘 보인다.
요즘 어느 분야에 돈이 유입되고 있고, 어느 분야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손쉽게 보인다.
요즘은 정말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가상화폐, 부동산, 주식 등 적법한 분야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분야에서도 초단기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버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코비드 전염병 사태로 인해 세상에 엄청난 돈이 풀렸고, 그 돈이 아주 쉽게 사람들 사이를 타고 흘렀다.
특히 불법적인 분야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불법도박사이트, 유사수신다단계, 가상화폐사기, 보이스피싱 등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수법들이 동원된다.
거기에서 버는 돈들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변호사에게 자신들이 번 돈을 전부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건 기록을 보면, 어느 정도 벌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어떤 때는 유행하는 말로 ‘현타’가 오기도 한다. '적법한 영역에서 작은 돈을 버는 사람이 바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불법하게 돈을 벌더라도, 어느 정도 처벌을 받으면 그 돈을 쓸 일 만 남게 된다. 그래서 자꾸 불나방처럼 불법적인 일에 사람들이 더 많이 뛰어드는가 보다.
변호사들이 ‘현타’를 느끼니, 적은 소득을 얻으며 묵묵히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들을 실제 옆에서 접한다면 더 심한 좌절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좋은 돈이든, 나쁜 돈이든 그것을 크게 번 사람은 잠재의식에서 그것을 끌어당겼음이 분명하다. 초단기적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라면 아주 생생하게 시각화하고, 그것에 확고한 믿음을 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든 모르든 돈은 생각하고 상상한 대로 끌어당겨진다.
잠재의식에 풍요를 새기면 그것은 현실화가 된다. 그런데 잠재의식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
내가 100억 벌기를 잠재의식에 새겼다면, 그 현실화는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100억 상속을 받을 수도 있고, 회사돈 100억을 횡령할 수도 있다. 친구가 추천해 준 코인에 소액을 투자했다가 100억을 벌 수도 있다.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그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 뿜는 에너지만큼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힘도 엄청나다. 적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돈이 크게 붙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로 몇 년 동안 일해보니,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큰돈을 벌거나 아주 쉽게 큰돈을 번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단기적으로 100억 원을 벌었다고 하여, 그 사람이 5년, 10년 후에 여전히 부자로 남아있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런 사람들도 여럿 봤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는데, 친구의 꼬임에 빠져 그 돈을 모두 사기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돈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도 있고, 돈은 돌고 돈다는 말이 딱 맞다. 버는 사람 따로 있고, 그것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이것을 카르마의 관점에서 보고 싶다. 즉 인과관계 또는 작용과 반작용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좋은 느낌과 소원을 우주에 보내면, 주로 좋은 것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반대도 일어나는 것이다.
당장은 좋은 것으로 보이더라도, 카르마의 법칙에 의해 원래의 나쁜 것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불법적인 방법이나 쉬운 방법으로 갑자기 큰돈을 번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돈에는 ‘자성’이 없다. 자성이 없다는 말은 그 사람에게 머물러 있을 힘이 없거나, 다른 돈을 끌어들이는 힘이 없다는 말이다. 부자로 남아있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번 돈은 휘발성이 강해 과소비로 탕진되기 쉽고, 사기당하기도 쉽다. 국세청에 노출될 위험 때문에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을 사기도 어렵다. 그냥 현금을 갖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여기저기 돈이 세나가게 된다.
한마디로 이름표를 붙일 데가 없는 돈이다. 그런 돈은 쌓이기 힘들다.
그리고 법률문제에 자주 얽히게 되고 구속되어 몇 년을 감옥에서 살게 되기도 한다. 또는 사람관계에 얽혀서 지옥 같은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카르마를 벗어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말이다.
그렇게 쉽게 큰돈을 번 사람들의 돈에는 나쁜 것도 섞여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 돈을 좋은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 선한 카르마의 영향권 내로 가져올 수 있다.
일단 큰돈을 벌었다는 자랑을 하고 다니면 안 된다. 누구에게든 표적이 된다. 자기가 살던 지역을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 지역에서는 잘못된 인연이 얽혀있을 수 있다. 그런 인연을 정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 돈 중의 상당 부분은 기부 또는 장학금 등의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선한 기운을 가져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카르마의 기운이 약해지게 된다.
간다마사노리의 저서 '비상식적 성공법칙'의 주된 내용인 ‘악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단 성공하고 본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 일단 악의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성공해서 안정궤도에 오르면 필사적으로 마음을 연마한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주변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갑자기 큰돈 번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 돈을 지켜내는 사람은 열에 한 명 정도 될까 말까 하다. 큰돈이 있는데 없는 척하기 어렵고, 겸손한 마음도 갖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큰돈에 걸맞은 인격이 순식간에 갖춰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선한 힘으로 번 돈은 적은 액수라도 자력이 강하다. 그래서 그 주인을 쉽게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돈을 끌어당겨 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부자는 천천히 되는 거라는 말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