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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SPARK Nov 01. 2023

4년 전 망한 날의 일기


정확히 4년 전 2019. 10. 25. 월급날에 나만의 노트에 쓴 글이다. 지금 읽어보니 그 무렵의 치열했던 내 삶과 생각이 그대로 녹아있다. 4년 후의 나는 그때 나와의 약속을 지켰나?



 2019. 4. 25.


오늘 드디어 일부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직원들에게 너무 창피하다. 내일 직원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몇 달 전부터 그런 징조가 보였는데, 난 그것을 애써 외면했다.


내 생각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음에 틀림없다. 생각을 조심하라더니 그것이 사실이었군. 내 안의 무언가가 결핍의 마인드를 끌어들였다. 나는 성장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나는 제자리에 안주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연락 오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매출에 너무 의존했다. 이렇게 편안한 삶이 지속되리라 생각했나?


자책은 그만하자. 다행히 내 곁에는 나를 진정 믿어주는 직원들이 있지 않나? 물론 몇 명은 난파선이라 생각하고 일찍 뛰어내려 살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일단 누구를 탓하지 말자. 내 책임이다. 고객 한 명 한 명 내가 직접 챙기면서 정성을 다하자.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진정성 있게 대하자. 그리고 일정 괘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매일 체크리스트로 할 일과 성과를 체크하자. oo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내가 한다.


너무 일찍 편하려고 했고, 그 편안함에 안주하려 했다. 우주는 성장하려는 사람에게 성공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내준다. 명심하자. 내 목표는 이렇게 해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매일 내가 할 일을 하지 않는데 목표가 쉽게 달성되긴 어렵다.


월급 미지급 사태는 해결되겠지만,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다시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지 말자. 다시는!!!




짧은 글이긴 한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물론 월급 미지급 사태는 이틀 만에 해결됐다. 새로운 매출이 바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도 잊을 수가 없다. 내 자리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변호사로 처음 발을 들일 때 선배형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나는 월급날 저녁에는 내 방에서 불을 끄고 혼자서 맥주나 와인을 마셔. 감사의 의미로 말이지.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정말 그랬다. 나와 직원들의 인생에 악영향을 미칠 뻔한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4년 전 그날의 ‘망한 날’을 생각하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날 덕분이다.


나의 목표설정이 너무 희미했다. 막연히 ‘지금처럼만 하면 빌딩도 사고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상상력의 부족이었고, 시각화 부족이었다. 좀 더 예리하게 나의 미래를 상상해야 했다.


그리고 장기적인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주 짧은 미래에 달성할 목표를 설정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매일 일을 쳐내기에 급급했다. 창조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 이후로 잠재의식의 힘과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면서 그것을 실천했다. 장기적인 미래를 예리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할 만한 사진과 그림도 장만해서 서재에 두었다. 그리고 내가 성공한 날을 못 박았고, 그날 내가 할 행동을 연기했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방식을 탈피해서, 온라인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 물론 인력과 비용이 들었지만, 나의 든든한 믿을 맨 직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매출이 서서히 성장하는 듯싶더니, 어느새 J자 곡선을 취하는 급성장 추세를 보였다. 사무실과 직원을 급히 보강하는 일들이 펼쳐졌다.


4년 새 5배 이상의 매출성장이 일어났다. 로펌과 스타트업도 겸업하게 됐다. 나의 목표를 현실화시킬 수단들을 명확히 마련한 덕분이다. 그리고 목표에 주의집중해서 매일 헌신한 결과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내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그 장기비전에 주의집중하면서 자주 찾아오던 두려움도 사라졌다.


4년 전 망한 날. 그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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