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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뉴 Jul 19. 2021

책임으로부터의 자유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를 믿어주고 찾아주는 사람들의 신뢰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힘든 일들이 겹치다보니 그 신뢰들이 나에게 버거움으로 다가왔던 한 주였다.


아직 적응 중인 새로운 업무와 한창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드 프로젝트. 공사를 막론하고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들. 그 안에서 나의 자리와 위치의 무게감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모든 관계에는 책임이 따른다. 솔직히 지금은 이 책임의 무게를 덜어낼 수만 있다면 덜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욕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만은 버릴 수 없었나보다. 좋은 동료이고 싶고, 좋은 딸이고 싶고, 좋은 손녀이고 싶고, 좋은 언니이고 싶다. 하지만 이 중 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나를 너무 괴롭게 했다.


바쁘다고 핑계대며 외면했던 반 년. 그래놓고 마지막을 보겠다고 동생보다 먼저 들어갔던 중환자실.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알 수 없는 아빠의 표정과 급히 올 연락을 걱정하며 붙잡고 있어야 했던 스마트폰. 월요일에 하려고 미뤄둔 일이 있었고, 별것 아닐 것 같았던 그 미룸은 곧장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 화요일에 예정되었던 촬영에도 가지 못했다. 내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나는 온전히 애도할 새도 없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켰고, 야밤에 나가 촬영데이터를 받아왔다.


할머니께 꼭 이번주여야 했냐는 말도 안되는 탓과 동시에 왜 모두 나의 온전한 슬픔을 방해하냐는 원망이 공존했다. 그리고 그 모든 탓과 원망과 책임의 화살은 다시 나로 향했다.


지지난 주에 회사에서 열린 게릴라 난장토론에서는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와도 같은 말이 오갔다. 그 때는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해도,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 노력할 힘도 별로 없다.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 관계와 공동체를 원하는 건 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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