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을 보고 느낀 점들 간단 리뷰. (영화가 개봉했을 때쯤 쓴, 내가 처음 정식으로 써본 영화 리뷰.)
일단 기택의 가족들에게서 정말 기생충이 연상된다는 것. 처음 친구의 소개로 박사장네 집에 과외 선생으로 소개된 기우를 시작으로 벌레처럼, 기생충처럼 박사장네 집에 점점 번식을 해가는 그들의 가족. 또한 박사장네 가족들이 캠핑을 떠나자 기택의 가족들이 박사장네 집에 우르르 모여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이 없을 때 집구석구석을 활보하는 바퀴벌레가 연상되기도 한다. 같은 맥락으로, 그러다 박사장네 가족들이 다시 집에 돌아오자 그들은 집의 구석, 보이지 않는 틈에 숨는데 아는 마치 인기척이 들리면 구석에 숨어버리는 벌레의 모습과 동일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심지어 배우 송강호는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박사장 부부의 눈을 피해 도망을 치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식의 블랙코미디일 것이다. 기택의 아내의 이름은 벌레 충자를 딴 충숙이기도 하다. 어쩌면 기택, 기우, 기정의 '기'자 돌림도 기생충의 '기'자를 따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부에 뻔뻔스럽게 박사장 일가를 속이고 그들의 집에서 유희를 즐기는 기택 가족들의 모습을 볼 때는 그들이 굉장히 한심하고 저질스러워 보였다. 그 후 영화 중반부에 비가 엄청나게 내려 물난리가 일어나 그들의 집이 침수된 모습, 변기에서 더러운 구정물이 역류되는 모습을 보자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넘어선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다. 기택 가족들이 그들보다 더 낮은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지하실에 사는 문광 부부에게 느낀 일종의 혐오와 거부감의 감정을 관객인 나도 기택 가족들에게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에 박사장네 아들의 생일파티를 하던 중 지하실에서 비밀스럽게 살던 문광의 남편이 마침내 그곳에서 나온다. 그가 기정을 찌르고 손님들을 위협하자 박사장은 자신의 가족들과 손님들만 보호하며 칼에 찔린 기정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기택에게 어서 신고하지 않고 무엇을 하냐는 말을 던진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된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을 통해 영화 초반부터 기택에게서 무말랭이 절여진 냄새,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가 난다고 한 박사장의 말에서 느껴지던 계급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기택 가족들의 목숨은 박사장에게 있어서는 인간이 아닌 벌레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지막에 살인을 저지른 기택이 박사장네 집의 지하실에 숨고는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아들 기우는 아버지 기택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게 된다. 결혼이든 뭐든 다 포기하고 자신이 꼭 돈을 모아서 박사장이 살던 집이자 현재 기택이 숨어서, 기생하면서 살고 있는 저택을 사들이겠다고. 아버지는 그 후에 그냥 계단(=계층, 계급)만 올라오시면 된다고. 이와 같은 대사를 통해 돈이 목표가 되어버린, 최고가 되어버린 사회를 재고하게 된다. 그리고 부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게 된 사회, 그 부와 계급이 알게 모르게 계승되는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 것이 바로 영화 《기생충》의 궁극적인 주제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