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리뷰

사랑에 대한 고찰

by 이니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 연애에 관한 오랜 딜레마를 시각적인 은유 등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에 걸맞게 담아낸 작품이다.

연애 초반의 뜨겁고 설레는 사랑과 오랜 교제 후 설렘이 사라지지만 익숙하고 친숙한 사랑. 가끔 우리는 설레는 감정이 사라지면 사랑이 끝났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진짜 "사랑"이 시작됨을 겪어보면 결국 알게 된다.

《우리도 사랑일까》를 생각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영장에서 비교적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의 벗은 몸을 대조해서 보여주는 씬. "New things get old. (새것도 결국 낡아.)"라는 대사가 나오며 영화의 주제를 노골적으로 응축해서 보여준다. 그렇다. 새것도 시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된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의 노화도 그러하며 하물며 관계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종결이 되지 않더라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변화가 긍정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앞서 말한 씬이 주제를 응축해 놓았다면, 마고가 샤워할 때의 상황은 마고와 루 둘 사이의 상황을 응축해 놓은 것 같다. 루는 마고가 샤워를 할 때마다 찬 물을 위에서 뿌리는 장난을 친다. 마고는 그게 샤워기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마고는 진지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는 남편 루가 못마땅하고 열정이 부족한 둘 사이의 사랑이 고장 났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난을 치는 것은 루의 애정이었으며 사랑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언어를 오해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언어" 혹은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

알코올중독자인 마고의 전 시누이가 후반부에 음주운전을 한 후 하는 대사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존재에 대한 회의 내지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감정 모두를 상대방에게 의탁할 수 없다. 어느 정도는 상대가 채우줄 수 있겠지만 그 모두를 채워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혼자를 감당할 수 있을 때, 그때야말로 건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이다. 상대방은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와 다를 바 없는 존재란 말이다. 그리고 인간은, 잊고 있었겠지만, 어차피 혼자다. 혼자 와서 혼자 간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기울이는 그 노력이 값진 것이다.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아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커플 혹은 장기 연애를 한 커플 모두에게 추천하는 사랑 영화. 함께 보고서 의견을 나눈다면 더더욱 값질 영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프랑켄슈타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