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요 팬질한 썰 푼다
2NE1을 좋아하긴 했다. 나는 과거에 전반적으로 YG가수들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2NE1을 좋아했던 것도 있고, 어쩌면 Teddy의 노래들을 듣다 보니 그 노래들을 좋아하게 된 것도 있다. 내가 YG가수들을 좋아하게 된 것은 1TYM(원타임)이 시작이었는데, 이런 이야기하니 정말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인다. 원타임은 초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다. 노래방에 가면 1TYM노래를 열심히 부르곤 했었다. 태빈이라고도 하는 대니를 좋아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얼굴을 포함한 외모이기도 했지만, 목소리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는 라디오를 꽤 많이 듣고는 했는데, 라디오에서 나온 원타임에 귀를 기울이면서 당시 얼굴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대니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TV에서 보았을 때 얼굴도 정말 내 스타일이어서 많이 좋아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은 활동할 때마다 공백기가 길어서, 나의 일상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원타임을 좋아하다 보니 지누션도 좋아했고, 이후에 휘성, 빅뱅 노래도 많이 들었고, 2NE1까지 앨범을 사서 들었던 것 같다.
원타임에 관련된 추억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소중했던 추억은 콘서트를 갔던 일이다. 가수 콘서트를 예매해서 간 것도 아마 처음이었는데, 게다가 수능 끝나고 보러 가려고 예매했던 공연이고, 내가 알기론 원타임의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공연이 취소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서, 동생과 함께 보러 갔었다. 좋아하는 가수랑 눈 맞추면서 오랫동안 좋아하던 노래를 들었던 그 순간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10대에는 주말에 가요 프로그램은 꼭 챙겨봤었고, 20대 초까지만 해도 서점에 가면 꼭 음반 코너에 들러 음반 판매 순위를 체크하곤 했다. 나중에 멜론 차트로 관심을 옮겨갈 때까지만 해도 수시로 음원차트를 체크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도 가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최신곡은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는 가요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렇다고 팝송을 듣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날 노래만 주야장천 듣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아 게걸스럽게 음반시장을 휘저으며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쩌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하나 발견하면 그 곡만 혹은 그 아티스트만 주야장천 듣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애플 뮤직에서 스트리밍 할 곡을 자동으로 골라주기도 해서, 내가 굳이 원하는 노래들을 엄선해서 골라 놓을 필요가 없다. 사실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놓으면 얼마 후에 그 곡에 질리는 내가 참 어이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건 참 신기하다. 마음에 들어 돈을 들여 다운로드한 곡은 오히려 안 듣게 된다. 마치 유튜브를 한참 보다가 구독을 한 이후로는 그 채널의 영상을 오히려 안 보게 되는 신기한 현상처럼 말이다.
사실 이 글은 CL의 마음에 드는 비교적 최신 곡에 대해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내가 2NE1을 언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떠올리다 보니 추억팔이가 길어졌다. 1년 전이면 내 기준에서는 매우 최신 곡이다. 2NE1의 노래들은 거의 빠짐없이 모두 들었던 것 같은데, 해체한다고 했을 때 참 아쉬웠다. 활동 당시에는 나는 박봄의 목소리를 참 좋아했다. 특유의 울림이 있는 묵직한 목소리여서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도 모두 좋아하기는 했다. 산다라 박의 상큼한 목소리도 좋아했고, 공민지의 시원시원한 열린 발성도 좋아하고, CL의 송곳 같은 뾰족하게 가려운 곳을 찔러주는 듯한 목소리도 좋아했다. 2NE1 활동 당시에는 CL이 직접 쓴 곡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2NE1의 마지막으로 발표되었던 <안녕>이라는 곡을 CL이 가사를 썼다고 해서 다소 놀랐다. 그 이후로 CL이 쓴 곡을 듣고 싶어도, 2NE1의 활동이 아예 끝난 후라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CL은 그 이후에 미국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에서 작업하는 모습도 접할 수 있었지만,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YG에서 나간 뒤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 한국에서 TV에 나오면 반가워서 챙겨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슈퍼밴드2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CL덕분에 슈퍼밴드2를 더 챙겨봤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해서 심사위원들 중 활약은 비교적 미미했을 지라도, 한국에서 다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슈퍼밴드2 방송 중에, CL의 새로운 앨범도 발매하고, 음악방송에도 나오는 등 음악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CL의 모든 방송을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문명 특급이랑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방송은 보았던 것 같다.
ALPHA라는 앨범을 다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최근에 이 앨범에서 <5 STAR>이라는 너무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해서 계속 듣고 있다. CL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는데도, 이제야 이 곡을 발견한 나는 항상 뒷북 소녀. 아니 이젠 뒷북 아줌마인가. 유튜브에서 자동 재생으로 발견한 이 곡은 뮤직비디오가 정말 예뻐서 반해버렸다. DPR이라는 크루에서 함께 만든 뮤비인데 영상미가 정말 끝내준다. 감독이면서 출연까지 한 DPR IAN은 '이안'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영상에서 특히 엄청 꽃미남이다. 다른 영상이랑 이미지도 봤는데, 이 뮤비에서 특히 매우 잘생기게 나오는 것 같다. CL도 이 뮤비에서 특히 예쁘게 나왔고, 둘의 케미는 제대로 폭발해서, 둘이 진짜 사귀는 것 같다. CL의 표현대로 영화 혹은 드라마 한 편 같은 뮤비였다. 음악 자체도 사랑스럽고 밝은 곡이어서, 요즘 하루 종일 듣고 있는 곡이다. CL이 BTS영상에서 말 한 것처럼, 이런 밝은 느낌의 사랑노래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 새롭고 좋았다. CL은 드라이브할 때 들으면 좋다고 하던데, 나도 나중에 드라이브할 때 들어야겠다.
한편, DPR 크루는 요즘 엄청 핫한 아티스트 크루인데, 이 크루를 처음 접한 것은 최근에 이진아 앨범에 참여한 DPR CREAM이라는 아티스트였다. 이들이 이미 작업한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 양이 어마어마해서 나는 하나씩 아껴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어떤 뮤비도 영상미가 엄청나던데, 뮤직비디오 감독인 이안이 굉장히 실력자인 것 같다. 영화감독인 이안 감독이랑 이름이 비슷한데, Christian이라는 본명 끝부분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결론으로는 CL 이 앞으로도 자유롭고 다양한 음악을 많이 했으면 좋겠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CL의 밝은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도 밝은 음악, 밝은 모습, 밝은 노래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엄청 답답한 일이 있었는데, 이 음악을 들으면서 답답함이 거의 다 풀어진 것 같다. CL이 행복하게 음악하는 모습을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Wish You Were Here>을 이제야 들으면서 울고 있다.
< 5 STAR OFFICIAL MUSIC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