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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Aug 07. 2022

<Graceful Ghost Rag>를 연습하면서...

William Bolcom - Graceful Ghost Rag

손열음 님은 워낙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피아니스트이지만, 내가 그에 부응하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분이 연주하신 곡들 중에서 거쉰이나 카푸스틴, 그리고 오늘의 주제에 해당하는 윌리엄 볼콤의 곡들처럼 비교적 현대음악에 속하는 곡들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들었을 때, 클래식 곡을 연주할 때보다 내 마음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특히 거쉰과의 조합은 정말 끝내줄 정도로 좋다.


손열음 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가 있는데, 내가 피아노 영상을 꽤 보다 보니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자주 피드에 등장하였다. 그중에서 이 <우아한 유령>이라는 곡을 이조 해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 영상은 조성을 반음씩 올려가면서 대략 50분 동안 <우아한 유령>을 연주하는 영상인데, 공부할 때 틀어놓으면 꽤 집중이 잘 되었다. 아마도 자동재생 기능으로 자연스럽게 틀어진 곡인데, 여러 번 듣다 보니 이 곡의 매력에 빠졌다. 찾아보니 바이올린 독주곡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곡을 많이 들었다.


제목에 '유령'이 등장하는 것이 의아해서 어떤 배경으로 쓰인 곡인지 검색으로 알아보았다. 윌리엄 볼콤의 아버지께서 춤추기를 즐겨하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추모하고자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 배경을 알고 이 곡을 듣고 연주하다 보면, 점잖게 스텝을 밟고 있는 한 노신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약간 숙연해지기도 하지만, 결코 어두운 곡은 아니다. 아버지가 춤을 추시던 즐겁고 행복했던 한 때의 장면을 떠올리게 해 준다.


이 곡의 연주 영상들을 찾아보면 당김음을 한껏 사용한 경우도 있고, 악보 그대로 당김음 없이 담백하게 연주한 곡들도 있다. 나는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연습해 보려고 하는데, 당김음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흥겨운 느낌을 주어서 좀 더 선호하는 편이고, 이제는 당김음 버전으로만 연습하는 편이다. 이 곡은 일 년이 넘도록 피아노 칠 때마다 연습하고 있는데, 정말 질리지가 않는다. 내가 보통 뭔가에 잘 질리는 편인데, 이 곡은 매번 연주할 때마다 재미가 있어서, 계속 연습해올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일 년이 넘도록 피아노 위에는 이 악보가 펼쳐져 있었다.


이 곡은 물론 제대로 치기가 까다롭다. 악보에 나오는 것 그대로 음들을 온전히 이어나가기가 힘들고, 또 너무 클래식처럼 음들을 이으면, rag의 느낌이나 이 곡 특유의 재즈의 느낌이 살지 않아서 적당이 끊고 튕겨줘야 한다. 그래서 어디서 음들의 연결을 끊고 튕겨줄 것인가, 페달은 어디에서 밟고, 어디에서는 페달 없이 연주할 것인가 등등 이 곡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내 수준에서는 나만의 해석을 곁들이는 것보다도 우선 깔끔하고 듣기 좋게 연주하는 것부터가 도전이다. 특히 요즘에는 페달을 적당히 지저분하게 밟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연주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약간 조사해보니 래그rag는 래그타임을 줄인 말이고, 재즈의 한 원류라고 한다. 보통 2박자라고 하는데, 이 우아한 유령도 2박자의 곡이다.


이 곡의 도입부에서는 플랫이 다섯 개나 등장하고, 중간에 새로운 주제 멜로디가 등장할 때에는 플랫이 여섯 개나 등장한다. 이렇게 쉽지 않은 악보를 어떻게 보면서 바로바로 이조를 하는지 정말 대박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냥 이 악보를 보고 나름 나름 연주하고 연습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곡에는 주된 멜로디가 크게 3가지 등장한다. 마지막에  번째 멜로디가    등장하면서 끝난다. 따라서 곡을 크게  부분으로 나눌  있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멜로디도  좋지만 3번째로 조하면서 등장하는 멜로디가  곡의 하이라이트인  같다( 플랫이 6 등장하는 부분). 2번째 등장하는 멜로디는 도돌이표로    반복하게 되는데,  번째 연주할 때는 왠지 자꾸 페달을 떼고 연주하게 된다. 음이 끊어지는 날것의 느낌이 좋아서 그런  같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가 되면 어떤  물어봐야겠다.


내가 일 년이 넘도록 피아노는 이 곡만 연습했더니, 같이 사는 가족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물어봤다. 매일 같은 곡을 연주하니 지겹지 않냐고. 그랬더니 그분은 매일 같은 곡을 연주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허허허 앞으로도 계속 연주해도 되겠네. 최근 들어서는 이 곡과 브람스의 <intermezzo>가 주 연습 종목이다. 곡의 아름다움이 잘 전달되도록 감정을 잘 실어서 깔끔하게 연주하는 연습을 잘해보고자 한다. 특히 페달이 어려운데, 페달에 대해서 악보에 분석하고 기록해 가면서 연습하면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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