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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Nov 15. 2022

백예린 노래를 듣다가 떠오른 것들

그의 노래와 가사 이야기

백예린 노래에 처음 몰입하기 시작했던 것은 <Bye bye my blue>라는 곡을 들었을 때였다. 멜로디 라인에 매료되어서 듣기 시작했는데, 가사도 참 좋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성장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담은 곡이었다. 그런데 그 애절한 마음이 마이너한 멜로디 라인과 너무 절묘하게 잘 어울려서 참 좋았다. 피아노 라인이 좋아서 혼자서 따라서 쳐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치는 건지도 다 잊어버렸다. 곡이 참 좋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마디 끝부분에 반복되는 당기면서 놓아주는 부분은 계속 듣다 보면 멀미가 나서 이제는 너무 오래 듣기는 힘든 곡이다.


이 곡의 특이한 점은 간주 부분 등을 자세히 들어보면(뒷부분) 악기 연주의 박자가 딱딱 맞지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녹음한 것 같은데, 그게 불편함을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나중에는 듣기 조금 힘들기도 하다. 불안함이나 감정과잉을 표현한 건가 싶다.


백예린은 이때까지만 해도 JYP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독립적인 행보를 보였다.




나는 최근에 애플 뮤직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우연히 방송에서 보고, '그래 저 곡이 나왔다는 얘기는 오래전에 들었는데 한 번 들어봐야지.' 하고 애플뮤직을 통해서 찾아서 들었다. 이 한 곡만 계속 듣다가 백예린의 인기곡 리스트를 듣게 되었고, 최근에 한동안 백예린 플레이 리스트에 빠져서 살았다. <Square>처럼 강과 약이 분명한 곡들도 있지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비교적 잔잔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창력이 매우 뛰어난 가수인데도, 지르는 곡보다는 감성을 강조하는 곡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참 좋다.


이 곡의 가사는 들을수록 마음을 울린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느끼는 불안함과 그 때문에 겪는 관계들 속에서의 어려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붙잡고 잃어버리지 않고 싶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듣고 나면 소중한 사람에게 한 번 더 손을 내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물>이라는 앨범에는 사랑노래가 많이 담겨있다. 앨범 전체를 통째로 듣다가 한 곡씩 옮겨가며 좋아하게 되었었다. 처음에는 <Antifreeze>가 정말 좋았는데, 곡의 앞과 뒤의 주 멜로디가 달라서 매우 특이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는 경험을 했다. 가사를 따라 부르다가 가사 끝에 곡을 쓴 사람의 이름이 있었고, 그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 곡이 원래 검정치마의 곡이라는 것을 알았다. (검정치마 노래 잘 몰랐던 나.....ㅎ)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이 곡 전체가 리메이크 곡 콘셉트이었다는 것이었다. <한계>라는 곡이 원래 넬의 노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시에 이 앨범이 리메이크 앨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중에 내가 원래 아는 곡이라고는 첫 번째 곡인 <그럴 때마다> 밖에 없었다.


이 앨범에서는 <왜? 날>이나 마지막 곡인 <산책>도 정말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한계>이다. 원곡도 좋지만, 백예린이 부른 버전이 좀 더 감정이 '덜어'진 것 같다고 느껴서 좋다. 이 곡의 가사의 내용은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정말.


사회에서 혹은 사람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지쳐있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에 사랑노래였다면 가스 라이팅 당하다가 지친 사람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곡이 나온 건 2017년이어서 당시에는 가스 라이팅의 개념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그런 관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위로해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곡에서는 상대가 원하는 모습이 되지 못해 미안해하고 미안해하다가 더는 이 일이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한 사람이 있다. 그 한계에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고, 나를 여전히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거기서 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 또한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모습들이 있다. 그 모습을 달하지 못하면 실패자인 것처럼 가스 라이팅 하면서 특정한 기준에 달하도록, 그 기준에 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도록 요구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희생을 하면서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자신은 성공을 했다고 우쭐댄다. 그게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자신들의 모습인지 생각도 안 해봤으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부서질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게 나일 것이다. 생각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싶지가 않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많이 공감한 곡이었다.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물고기>이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세상을 사는 기분을 노래한 곡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서 살면 자아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다고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살면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소신 있게 후자의 삶을 선택한다면 다수의 이해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를 알아봐 주는  명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행복을 노래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곡은 중간에 쾅쾅거리는 비트가 매우 특이하다. 자동차를 타고 밤에 드라이브할  들으면 속이 시원해질  같은 비트이다.  비트가 있어서  곡의 포인트가 되고, 레트로 감성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가장 최신 곡인 <The Other Side>이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그러길 잘했다. 모니카와 립제이가 춤을 추고 백예린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노래와 잘 어우러진다. 단지 출연이 아니라 기획을 같이 했는지, 애플 뮤직에는 아티스트 이름에 모니카와 립제이가 포함되어 있다.


난 이 곡을 듣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떠올렸다. 제목의 뜻에 담겨있는 ‘반대편’에 있는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을 위해 당장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시를 쓰면서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글을 써야지.


전쟁 말고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떤 이유로든 어려움에 쳐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인류애가 느껴지는 곡이었다.


배경에 깔리는 피아노 선율이 중독성이 있고 마음을 울린다. 백예린의 목소리와 모니카와 립제이의 진심이 느껴지는 춤과 표정이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쓴 글인데 음악이야기를 실컷하니 기분이 좋다. 다음은 어떤 글을 쓰게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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