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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May 06. 2023

향으로 권태로운 삶 구원하기

새벽에 쓰는 다이어트 일기

오늘은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어제 12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프다. 그래도 뭔가를 먹으려면 새벽 6시까지는 참아야 한다. 문득 내 방에서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다고 느꼈다. 어제 식욕을 참으려고 자몽향 에센셜 오일을 옷에 옷에 발라서 억지로 맡으면 향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향수를 뿌렸다. 향수는 베티베리오라는 딥디크 향수이다. 이 향수는 자몽향 에센셜 오일과 서로 거부감 없이 잘 어울린다. 이 향수에도 자몽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몽향은 우울증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매우 고마운 향기이다. 그만큼 기분전환에도 좋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지만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온다. 비 오는 소리와 빗길을 지나는 차소리에 더해서 비냄새가 남다른 분위기를 채워준다. 오랜만에 비가 많이 와서 휴일에 나가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집에서 맡는 비냄새는 유난히 좋게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냄새는 등산할 때 산에서 맡는 비냄새이다. 흙냄새, 나무냄새 등등 훨씬 잘 느껴져서 비 오는 날이나 그다음 날 등산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 동네 근처에는 큰 산이 있고 공원들도 많아서 집에서도 어느 정도 비 온 다음날의 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여담으로 우리 집은 산 근처라 공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고 등산로도 가깝고 다 좋은데, 여름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그게 단점이다.


새벽 4시에 밥을 먹을 수는 없고, 차를 마시기로 한다. 차는 예전에 동생이 중국에서 사 왔던 차 세트이다. 이름은 알 수가 없지만 붉은빛이 나는 꽃차 종류이고 과일향이 좀 첨가되어 있는 것 같다. 왠지 달달한 맛이 나는 게 칼로리가 꽤 있는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칼로리 있는 것 먹으면 안 되는데... 차니까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글을 쓰는 지금 내 앞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우리 집은 햇빛이 잘 들어서 식물들이 잘 크는 편이다. 고무나무, 장미허브, 몬스테라, 제라늄 등등 식물들이 쑥쑥 잘 자라고 있는데, 내가 사 온 잉글리시 라벤더는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다. 꽃시장에서 2천 원 주고 산 화분인데, 향이 너무 좋아서 샀다. 그런데 이게 꽤 키우기가 까다로워서 통풍이 잘 안 되면 무르고, 햇빛이 잘 안 들어도 시들시들 죽어간다. 용케도 꽃을 피우기는 했는데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다. 허브에서 나는 향이 너무 좋아서 허브를 잘 키워보고 싶은데, 허브 종류는 이제 키우면 안 되나 보다. 나중에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가 생기면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어제는 비 오는 어린이날이었다. 휴일인데 비도 오고 해서 집에만 있었는데, 할 게 없어서 계속 잠만 잤다. 오후 12시 이후로 먹지도 못하고, 이것저것 집안일 등 해야 할 일들을 했는데, 저녁에는 엄마를 위해 파스타를 했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 향이 가득한 까르보나라를 만들었는데, 나는 먹지 못했지만, 향만 맡아도 좋았다. 이따가 6시가 되면 내 거도 해서 먹어야겠다.


무료한 삶을 채워주는 좋은 향기도 좋지만, 지금 이렇게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내 키보드에서 나는 또각또각 소리도 좋고, 컵에 차를 따르는 소리도 좋고, 밖에 비 오는 소리도 좋고, 가족들이 쌔근쌔근 자는 소리도 좋고, 삶을 다채롭게 해주는 소리와 향기 등의 자극들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새벽 5시가 되어간다. 그냥 지금 밥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차나 더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참아보아야겠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으나 심심해서 문제이다. 어제 읽던 전쟁과 평화를 마저 읽어야겠다. 아니 배가 고픈건 맞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


그래도 나의 권태로운 삶을 요즘 브런치가 채워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내 글에서 좋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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