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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May 05. 2023

우울을 치운 자리에 권태가 찾아왔다

권태도 우울증의 일종인가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는 편이었다. 피아노도 치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혼자서 할 게 많고 즐길 거리들이 많았다. 혼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나에게 권태감이 본격적으로 찾아온 것은 최근에 다이어트한다고 저녁을 먹지 않으면서부터이다. 심심함을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이 내 삶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 나의 성향을 많이 바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왔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사람들을 상대해야 했고, 혼자 있을 때에도 격렬히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보면서 하루종일 주어진 과제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상대할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앞으로 많아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혼자서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 거의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혼자 있는 시간이 일하면서 다 채워지는가 보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이전보다 많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러 다니기 시작한 것은 내가 여태까지 겪던 우울증의 성향과는 반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이전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떨어졌다는 것이다. 영화도, 티브이도, 유튜브도, 책도 다 재미가 없고, 눈이 피곤하다. 컴퓨터를 보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평상시에는 눈이 피곤한 것은 하고 싶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 할 일이 너무 없다. 그래서 집안일을 이것저것 하기 시작한다. 빨래도 하고, 더러운 곳도 닦고, 바느질을 하는 등 옷 손질도 하고, 친구들에게 연락도 돌린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면서 만날 약속들을 잡는다.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걸 편안해하던 내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 심심함을 느끼는 것은 우울증이 낫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하고, 성향이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혼란스럽다. 내 인생에서 이런 종류의 혼란은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우울증이 나으면서 그 과정에서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권태의 형태를 가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인가.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는 중이다.

그만큼 너무 혼란스럽다. 병원에 가면 선생님한테 여쭤봐야겠다.  


지금도 너무 심심해서 글을 쓰는 중....

수면제 먹고 얼른 잠이나 자야겠다.

브런치 글을 너무 일기처럼 쓰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래! 오늘의 일기 끝!

심심한 김에 브런치에 글이나 열심히 써야겠다.


덧, 심심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어머니와 토론 끝에 요리를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까르보나라를 만들었는데,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 먹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이제 자취도 시작하니까 요리에 취미를 붙이면 자취생활도 더 즐겁지 않을까 한다.

좋은 쪽으로 해결해 봅시당!


오늘 내가 만든 까르보나라..진짜 맛있겠다...하지만 난 먹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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