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을 굶으며 생기는 우여곡절
체중을 줄이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운동을 해도 빠지지는 않고, 굶는 건 너무 힘들다. 야식의 유혹은 참기 힘들고 세상은 맛있는 걸로 가득 차있다.
약 3년 전 건강검진 결과 1kg 차이로 과체중에 들어서 3-5kg를 빼라는 소견서를 받았어도 이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었다. 몇 개월 전 평상시에 유지해 오던 체중에서 2kg가 찌고 다리가 지나치게 붓기 시작한 것이 다이어트 시작의 발단이었다.
살찌고 붓기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한 가지는 약 7개월 전부터 새로 시작한 일이 이전과는 다르게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다리가 계속 붓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데, 그 약이 식욕을 촉진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몸무게는 2kg 정도 늘었고 종아리가 띵띵 부어서 다리가 너무 무거웠고 거울 속 내 모습도 매우 부은 상태였다. 이대로 살이 계속 찔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다이어트 방법으로 시작한 것이 저녁을 먹지 말자는 결심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기존의 몸무게를 회복하고, 효과가 있으면 이 참에 최대한 체중을 뺄 수 있는 데 까지 빼자는 결심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3-4개월이 지난 지금 6kg 정도 빠져서 기존 몸무게보다 4kg 정도 빠진 상태이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한 상태인데, 이렇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1. 저녁을 먹지 않으니까 너무 심심해.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먹는 저녁식사는 얼마나 삶에 기쁨을 주던가. 그 시간이 없어지니까 저녁시간이 너무 심심했다. 이 시간에 뭘 해야 하지? 쓸쓸했고, 우울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낙이던가. 저녁과 야식을 먹지 않으니 사람들과 단절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이 야식을 먹을 때 옆에서 차를 마시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이 고플 때에는 같이 차를 마시자고 청하였다. 그러니까 좀 괜찮더라. 차를 마시는 것은 꽤 효과가 좋다. 특히 재스민차와 같은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을 분해해 주는 차를 마시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차를 마시면서 가족들과 담소도 나누고, 살도 빠질 수 있다.
저녁을 먹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출퇴근 유연제라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면 늦게 퇴근한다. 그래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여유 있게 출근해서 저녁에 조금 늦게 끝나면 집에 와서 이것저것 할 일을 마치고 일찍 잔다. 나는 퇴근 후에 피아노를 치고, 영어공부를 하고, 방바닥을 하고, 치실을 하고, 이불을 깔고 잔다. 그럼 별 일이 없으면 저녁 10시쯤에 잠자리에 든다. 심심하면 일찍 자면 된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하고 잠자리에 든다.
2. 배고프니까 잠이 오지 않는다.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올 수가 있다. 나는 일찍 잠에 드는 건 성공했는데 새벽에 배고파서 깬 후 잠이 들지 않는 것이 힘들었다. 밤이나 새벽에 배고파서 잠이 안 오면 뭔가를 먹게 될 수도 있는데 그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내 경우에는 우선 새벽 3시쯤에 깨면 한 30분 정도 잠이 안 오다가 어렵게 다시 잠에 들면 5시에 다시 깨서 6시가 될 때까지 참다가 이른 아침 식사를 하기도 했다. 나는 다행히 처방받은 수면제가 있어서 한동안 수면제를 먹고 자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긴 지금은 저녁식사 시간에 배가 고프지도 않고, 10시쯤에 잠이 들면 아침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수면제 없이 잘 잔다. 다 적응의 기간이 필요한 법인가 보다.
3. 12시 이후에는 먹지 않아야 효과가 있더라.
매일 아침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화장실을 들린 후에 체중을 잰다. 전날에 무엇을 몇 시에 먹었는지가 다음날 체중에 영향을 주는 데 역시 최악은 야식이다. 한 번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야지 했다가, 밤에 치킨생각이 너무 나서 치킨을 4조각 정도 먹었는데, 그때 몸무게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반드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저녁과 밤에 식욕억제가 가능해진다.
저녁을 조금만 먹으면 된다는 유혹의 말들이 많다. 그렇게 하면 참 좋겠다. 그런데 내가 저녁을 먹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내가 저녁 식사 시간에 약간 먹는 것보다 아예 먹지 않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약간만 무언가 먹으면 식욕이 촉진돼서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아예 먹지 않고, 뭔가 입이 심심하면 차를 마신다.
처음에는 저녁만 먹지 않아도 살이 빠졌는데, 원래 몸무게를 회복한 이후에는 그 정도 가지고는 체중이 줄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그 체중의 벽을 깨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한 다이어트가 필요했나 보다. 그리고 정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12시 이후에 먹지 않아야 다음날 몸무게가 조금 줄어있었다. 오후 2시에 점심을 먹으면 다음날 몸무게는 변화가 없거나 혹시 많이 먹었을 경우 오히려 늘어 있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인 11시 반부터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그 이후부터는 먹지 않는다.
4. 실패하면 다음 날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나도 친구들과 만나기도 해야 하니까, 때로는 저녁을 먹기도 한다. 최대한 자제해서 먹는다. 딱 한 번 그 치킨 야식에 굴복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오후 2시까지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을 먹지 않아도 체중이 늘어있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 날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저녁식사를 먹지 못하는 대신 아침식사를 정말 맛있게 먹는다. 세상에 맛있는 게 정말 많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아주 오래 살면서 웬만한 건 이미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이제는 식욕이 떨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앞으로 다시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거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저녁을 먹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나에겐 이 다이어트가 간절한가보다. 앞으로도 이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잘 유지해서 건강하고 날씬하고 가볍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나 갈 수 있나 함 봅시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