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차에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
요즘 매스컴을 보면 개발자들이 연봉이 높고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말을 쉽사리 접할 수 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엄청 뜨고 잘 나가는 대표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개발자가 되면 고액 연봉에 대한 꿈이 다 이루어지는 것처럼 홍보하는 코딩수업 광고들도 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다 돈을 잘 버는 게 아니라 무명생활만 오래 하는 분들이 많듯 개발자들이 다 고액연봉자만 있는 게 아니다. 분명히 나같이 적은 연봉의 돈을 받고 근무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 개발자로 취업을 해도 여기저기 들리는 것처럼의 고액연봉을 받는 것은 취업의 문턱을 넘는 것보다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나는 고액연봉을 기대하고 개발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입에 풀칠하려고 내 앞에 열린 길을 선택한 것뿐이다. 그래도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다. 나름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고,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는 개발자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계속 갈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다른 길을 찾아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개발자의 경력을 시작하려고 몇 개월 동안 연수를 받으며 애를 쓰기도 하고, 취업의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배부른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적다 보면 조금 정리가 될까 싶어서다.
비전공자에 비경력자인 내가 그리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연봉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내가 개발자로서의 길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이다. 그런데 회사 사정이 심상치가 않다. IT분야가 잘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분야는 지금 매우 IT분야에서도 매우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쪽인 것 같다. 내가 입사할 즈음부터 기울던 회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그나마의 급여도 밀리기 시작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니 회사 자체에 들어오는 일이 적을뿐더러, 나는 일을 배우는 입장이니 그나마 회사에 들어오는 일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나 주어지는 일도 별로 없었다. 따라서 나는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이 경력시간만 채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시간에 열심히 내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한 게 없고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어진 일이나 과제 및 피드백들이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개월 치의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와중에도 실력향상과 경력인정을 통한 개발자로의 나름의 전향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10개월을 채웠다. '그런 10개월이 의미가 있을까? 주변에서 강조하는 1년을 채우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급여도 받지 못하고 이직도 하지 못한 채 개발자를 그만두게 되는 미래가 자꾸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경력도 물경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채워지는 경력으로는 다른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는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실력이 조금 늘기는 했다. 혼자 공부하고 프로젝트도 만들어가면서 나름 노력을 하기는 했다. 그래도 현타가 오고 혼자 공부하는데 참을성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는 다 총동원해서 소진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나 혼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나 여기서 탈출해야 하나?
이 글은 이 어려움을 극복한 후의 성공담이나 지나고 나서의 회한을 담은 글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에 놓여있다.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나를 어리석게 볼 것 같다. 그런데 어렵게 결정하고 시작한 일을 그만두는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그래도 10개월 동안 이 회사에서 일을 해 온 이유는 그래도 최소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고, 행동하고, 걱정은 너무 심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만 하기보다 열심히 행동하기로 했다.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앞으로도 최대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