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퇴사 의견을 밝혔을 때 내가 들은 조언 중에 받아들일 만한 조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는 며칠 동안 시간을 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일주일 뒤에 다시 결정을 내리기로 하였다.
나는 정말로 개발자를 계속하고자 하는가?
내가 지금까지 개발자로서 해 놓은 것들은 무엇들이 있나?
일주일 뒤에 내린 결정은 우선 퇴사를 보류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 때문에 내린 것이 아니라, 가족 및 상사분들과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고 면담 끝에 어떤 깨달음에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이 퇴사하고자 하는 의사가 충동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갑자기 주말에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월요일에 퇴사 의견을 밝힌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사 후에 무엇을 할 지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없었다. 대충의 계획은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그러한 계획들을 구체화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대책 없이 결정을 내린 이유는 통장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급여를 몇 개월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 실업급여로 몇 개월을 버티면서 다른 일을 구해보아야겠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 새로운 일이 개발자 일이 됐든 뭐가 됐든 말이다.
통장에 돈이 다 떨어져 가지만 나는 조금 더 버티면서 퇴사를 보류한다. 그동안 나는 근무시간을 써 가면서 위의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럼 위의 질문들에 대해 내가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 보자.
나는 ‘정말로’ 개발자를 계속하고자 하는가?
비경력자에 비전공자인데 10개월이면 아직 개발자로서 태어나지도 않은 수준 아닌가? 그 생각을 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어차피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으니 지금 포기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래도 개발자가 되기 위해 1년 이상의 시간을 썼으니 포기하면 아깝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개발자라는 일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가 이 직업에 간절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았을 때도 두 가지의 생각이 교차한다. 그 정도로 내가 이 일에 간절하지는 않다. 내가 살면서 꼭 개발자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추구하는 직업보다는 조금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것뿐이지 이 길에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개발자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한다.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관에서는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들은 일하지 않는 자유시간에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개발자이든 다른 일이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양쪽 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직활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내가 개발자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은 무엇들이 있나?
이 내용을 정리해 놔야 이력서에 무엇을 쓸지를 알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에는 HTML, CSS, Javascript, React, node.js, mySQL, Docker, NEXT.js, Typescript, Git 이 있다. 문서 위주로 공부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유튜브에 있는 실습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고 응용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실무에 적용해 본 것은 Javascript와 React 정도 된다. 아직 실무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해 놓은 것들이 너무 없다. 포트폴리오는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잘 만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들을 참고하고, 주변에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 개발자를 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취업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놓아야 한다. 원래 하던 일인 영어강사 일도 이력서를 써서 올려놓고, 청소년상담사 일도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다 해야 할 것이고, 그와 전혀 상관없는 알바나 일용직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때라 구직활동하고, 무슨 일이든 일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어디로 가든 던져야 굴러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