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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Nov 09. 2024

시어머니 전 상서

시어머니께 전을 부치며, 글을 씁니다.

어머님

오늘이 벌써 어머님이 저희 곁을 떠난 지 8년 때 되는 날입니다.


그날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이었습니다. 인터넷 뉴스에 트럼프 당선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뜨고 요양병원에서 어머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기 힘드실 것 같다고 하여, 인천과 수원. 공릉동에 사시는 형님들이 다 모인 것이 그때가 3번째였죠. 매번 기적적으로 소생하셨던 어머님이셨기에 제가 달려가는 30분은 기다려주실 줄 알았습니다.

뭐가 그리 갑자기  급하셨을까요? 그래도 하나뿐인 아들이 모두를 대신하여 임종을 지켰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어머님이 가신 전날밤 저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어머님이 계신 중환자실 캐비닛에서 황금빛 비단 이불보를 급하게 찾고서는 기뻐하면서 꿈을 깼습니다. 그 꿈 탓인지 지하철을 타는 데,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때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거슬러 가서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님의 손이라도 마지막 잡았다면 어땠을까 두고두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님을 요양병원에서 모신 3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으니까요.


집에서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모시며 거의 1년은 매일매일 하루 30분씩은 머물렀고, 그 이후는 이틀에 한 번은 요구르트라도 사가지고 나서 8명의 어르신과 나눠먹었잖아요.  마지막 어머님이 가시던 날,  슬픔에 휘청이는 저에게 수간호사님께 큰 위로와 칭찬을 해주셨어요. 본인이 요양병원에 오래 있었지만 저 같은 며느리는 처음 본다고 했어요. 슬픈 와중에도 그 말은 어찌나 귀에 꽂히던지요. 아직까지도 그 칭찬은 제 인생의 훈장처럼 남아있습니다.


어머님은 누구에게나 마냥 온화하셨던 분은 아니셨습니다.  외로우신 분이었습니다. 느닷없이 화를 내실 때면, 지금까지 잘해주셨던 것을 다 잊게 할 정도로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치매에 걸리시고, 암에 걸리시고 어머님의 생이 점점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제 머릿속에는 감사했던 기억만 남아있었습니다.


서울로 출근하는 저의 신발을 아랫목 이불에 묻어 줄 정도로 따뜻한 시어머니

신혼 초, 회식으로 속이 부대끼었을 때 시원한 해장국을 끓여주신 시어머니

직장 다니는 며느리의 설렁설렁한 집안 살림을 투덜거리시면서도 대신 맡아주셨던 시어머니

조금 과장해서 돈 잘 버는 며느리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시며 제 기를 살려주신 시어머니

  

그래서 요양병원에 계신 마지막 3년은 제가 최선을 다해 모시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모두에게 당당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착한 게 아니라 아주 계산적인 며느리였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 이곳은 모두들 평안합니다. 그리고 보니 8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사람은 며느리인 저인 것 같습니다  직장을 멀리 다닌다고 안쓰러워하셨는데 요즘은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도 생겼습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씁니다. 부뚜막 아니고 브런치예요.^^


갑자기 제사상 준비하다 말고, 노트북에다 글을 쓰는 며느리가 생소하실 겁니다. 전을 부치다 말고 사진을 찍는 괴상망측한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남사시럽지만 휘청거리는 제사상 한 컷도 남겨 볼까 합니다. 절을 받으시다가 갑자기 라이킷이 울리더라도 절대 놀라지 말으시고요. 그냥 며느리가 좋아하는 취미가 생겨서 다행이구나 감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 공교롭게도 어머님 제사를 앞둔 8주년 시점에 또다시 미국 대통령은 또 트럼프가 되었습니다. 금도 오르고 달러도 오르고 우리나라 살림은 얼마나 더 팍팍해질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참, 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어머님 지수아빠가 받아온 근속 10주년 금기념패 10돈은 도대체 어디다 감추신 건가요? 어머님이 너무 자랑스러워 하셔서 믿고 맡긴 근속기념패  금10돈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금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마다 금10돈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곤 합니다. 설마 앞마당 호두나무 아래에 묻으신 건 아니시겠죠? 부디부디 꿈에서라도 나타나 알려주세요. 어머님   그게 지금..... 얼만데여 ...


어머머, 벌써 아침 11시가 넘었네요. 어머님, 이제 정말 전을 부쳐야 할 시간입니다. 

어머님 전 상서는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2024년 11월 9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포도송이 올림



                                                                                             


이 글의 탄생 배경  


어제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의 글을 보며 @라이테 작가님 @붕어만세 작가님에게 약속했습니다.


오늘 저의 미션은 시어머니께 올리는 전 3종 세트를 부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전 부치는 틈틈이 완성하고 전 사진  추가 후 발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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