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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03. 2024

나는 '쓰는 중'입니다

'쓰다'라고 써본다. 무작정 써본다.

쓰고 싶은 내가 쓰는 나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7년의 나는 쓰는 나였다.

키보드만 있으면 아무 말이나 써댔다.

테트리스처럼 글자들을 모니터에 조합할 때

한 판을 깨고 다른 한 판의 쪽수를 넘길 때

잘 썼다고 칭찬받을 때,  행복했다.


육아와 직장은 정전과도 같았다.

모니터는 꺼졌고, 쓰는 나는 점점 다른 쓰는 나로 바뀌었다.


핫플 카페에서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할 때

계절마다 장바구니에 옷을 담을 때

가족들과 호캉스를 결제할 때

행복했다. 또 다른 쓰는 나 역시 행복했다.


오십이 지났다.

나이에 모양이 있다면 오십은 동그라미 같다.

'쓰는 나'도 또 다른 '쓰는 나'도 그 동그라미 안에서 더불어 산다.


더 많이 쓰겠다

더 행복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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