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라고 써본다. 무작정 써본다.
쓰고 싶은 내가 쓰는 나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7년의 나는 쓰는 나였다.
키보드만 있으면 아무 말이나 써댔다.
테트리스처럼 글자들을 모니터에 조합할 때
한 판을 깨고 다른 한 판의 쪽수를 넘길 때
잘 썼다고 칭찬받을 때, 행복했다.
육아와 직장은 정전과도 같았다.
모니터는 꺼졌고, 쓰는 나는 점점 또 다른 쓰는 나로 바뀌었다.
핫플 카페에서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할 때
계절마다 장바구니에 옷을 담을 때
가족들과 호캉스를 결제할 때
행복했다. 또 다른 쓰는 나 역시 행복했다.
오십이 지났다.
나이에 모양이 있다면 오십은 동그라미 같다.
'쓰는 나'도 또 다른 '쓰는 나'도 그 동그라미 안에서 더불어 산다.
더 많이 쓰겠다
더 행복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