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이 '개망 개망'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둘째에게 엄마를 대신하여 편지를 쓴다.
동글아, 안녕? 나 개망초꽃이야
어제 너 수행땜에 개망했다며?
엊그제는 모의고사, 지난 달은 중간고사
아주 개망 개망하는구나
어떻게 알았냐고?
니네 엄빠 아침 산책부터
니 망한 시험 갖고 아주 개드립 하시더라
니 카톡만 보면 무섭대
맨날 개망, 개망 한다고
그 놈의 '개'자 안 붙이면 안 되냐고.
근데, 그걸 하필
개망초꽃인 내 앞에서 꼭 하셔야겠니?
듣는 개망초 정말 기분 나쁘다
언제는`3초 메밀꽃`이라고 띄워놓고
순간 인스타 포토존인 줄 알았잖아
동글아 내 얘기 좀 들어볼래?
누군가는 이번 생은
개망해서 개망초라 할지 모르겠지만
빈 밭을 온통 덮어버린 건 나 개망초야
이 밭의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나라고
너 아직 안 망했어
개망하지 않았다고
누가 뭐래도 이번 생의 주인공은 너야
너의 아직 심지 않은 광활한 빈 밭
지속가능한 세상 속의 그 밭,
거세게, 가열차게 덮어버려
나, 개망초꽃처럼
안녕, 다음에 또 쓸께
다음 기말은 반드시 개망하지 말기를 기도하망.
P.S 엄마에게 전해드리렴, 내가 3초 메밀밭이었다면, 니네 엄마도 0.3초 김희애인줄 알았다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