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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08. 2024

개망초꽃은 개망하지 않았다

-아직 개망하지 않은 둘째 딸의 이번 생을 응원하며

개망초꽃이 '개망 개망'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둘째에게 엄마를 대신하여 편지를 쓴다.



동글아, 안녕? 나 개망초꽃이야

어제 너 수행땜에 개망했다며?

엊그제는 모의고사, 지난 달은 중간고사

아주 개망 개망하는구나

어떻게 알았냐고?

니네 엄빠 아침 산책부터

니 망한 시험 갖고 아주 개드립 하시더라

니 카톡만 보면 무섭대

맨날 개망, 개망 한다고

그 놈의 '개'자 안 붙이면 안 되냐고.

근데, 그걸 하필

개망초꽃인 내 앞에서 꼭 하셔야겠니?

듣는 개망초 정말 기분 나쁘다

언제는`3초 메밀꽃`이라고 띄워놓고

순간 인스타 포토존인 줄 알았잖아


동글아 내 얘기 좀 들어볼래?

누군가는 이번 생은

개망해서 개망초라 할지 모르겠지만

빈 밭을 온통 덮어버린 건 나 개망초야

이 밭의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나라고

너  아직 안 망했어

개망하지 않았다고

누가 뭐래도 이번 생의 주인공은 너야

너의 아직 심지 않은 광활한 빈 밭

지속가능한 세상 속의 그 밭,

거세게, 가열차게 덮어버려

나, 개망초꽃처럼


안녕, 다음에 또 쓸께

다음 기말은 반드시 개망하지 말기를 기도하망.


P.S  엄마에게 전해드리렴, 내가 3초 메밀밭이었다면, 니네 엄마도 0.3초 김희애인줄 알았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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