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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삶을 지켜주는 것

by 포도송이 x 인자

집 앞 흉물처럼 서 있던 축사를 허문 지 오십 일이 지났다.


그 건물만 사라지면 풀리지 않던 일들도 함께 풀릴 줄 알았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풀리기는커녕, 풀만 무성하게 자랐다.

축사가 사라지고 가장 아쉬워한 건 길고양이들이었다.
한때 그곳은 어미 고양이와 새끼 세 마리의 쉼터였다.
허물어진 자리를 맴돌던 새끼들은 어느 날 두 마리만 남았다.
한 마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돌봐주고 싶었지만, 더는 돌봄의 무게를 지고 싶지 않았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망설이게 했다.

한 마리가 사라지자,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고양이들한테 새 집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 하나 사 주지 뭐.”


우리는 작은 고양이 집을 샀다. 축사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크기였다.
먹이도 챙겼다. 그동안은 아랫집 아저씨가 조금 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했던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자 경계가 서서히 풀렸다.
밤이면 간식을 찾아 모여들었고, 주는 대로 잘 받아먹었다.
길고양이들을 돌본다는 소식을 듣고, 남동생이 사료 20 킬로그램을 보내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새끼들의 털빛은 윤기가 돌았다. 꼬리도 더 길어진 듯했다.


“더 좋은 건 못 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줄게.”

먹이를 줄 때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최소한의 삶을 약속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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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