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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 Jun 28. 2020

애교살 필러 넣었어요?

미용 시술 상담 후기 2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미용 관련 종사자들은 나의 마음과 애티튜드보다는 오직 얼굴 하나만 놓고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미용적 시술을 권했다. 당연한 거다. 그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므로. 심리 상담사가 아니므로. 상담을 받으러 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동안 집에서 나에게 맞는 홈케어를 꾸준히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나름 관리하는 여자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엄마 옆에 있으면 엄마 닮은, 아빠 옆에 있으면 아빠 닮은 내 얼굴이 화려하진 않아도 수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미적 자존감이 평균은 되었는데 하루아침에 손댈 곳 많은 여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눈밑지방 재배치? 그래 한번 본격적으로 알아나 보자. 집 근처 지하철 역에 때마침 그 수술을 전문으로 홍보하는 병원이 있었다. 그곳으로 갔다. 그 수술을 진짜 받으려는 목적보다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다. 이번에는 연륜이 있어 보이는 친근한 인상의 실장이 나를 맞이한다. 이미 전화 상담을 한 터라 어디가 고민인지 체크가 된 상태였다. 이리저리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내 얼굴을 살핀 후 눈밑을 예의 주시한다.      


“눈밑 애교 필러 넣은 적 있어요? 애교 살 아래 부분 재배치할 지방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래, 바로 그거다. 나 그 수술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이다,라고 안도할 무렵

   

“이런 케이스는 눈밑지방 재배치랑 지방 이식을 같이 해야 해요. 그래야 채워진 것 같고 어려 보여요.”    


지방이식? 아니, 좀 전에 필러 넣었냐고 물어본 건 뭐고 지방이식을 해야 한다는 건 또 뭣이여. 허허. 위로를 받고자 간 그곳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수술과 시술을 추천한다. 솔직하게 얘기했다. 수술도 부담스럽고 무언가 넣는 것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나도 눈밑지방 재배치하고 지방이식 같이 한 거예요. 이물감도 없고 티가 하나도 안 나요.”    


나의 불안감을 읽었는지 그녀는 언니처럼 따뜻하게 공감을 끌어내며 안도시키려고 애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너무 솔직해서 거침이 없는 실장들보다는 연륜과 여유가 느껴진다. 큰 언니 같은 실장의 마음 씀씀이에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는 않더라.

   

몇 군데 상담을 받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리프팅이나 토닝 정도 해보려는 가벼운 마음에 갔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아이 필 프리티>. 몇 년 전 후배에게 추천받아 재미있어 두세 번 본 영화였는데 또 찾아보게 됐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라 우울한 마음 영화로 달래보고 싶었다. 영화 내용은 자존감 없는 조금 통통한 여주인공 에이미 슈머가 어느 날 머리를 쌔게 부딪친 후 날씬하고 예쁘게 변신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변신이 자기만의 착각일 뿐 겉모습은 그대로다. 그녀 자신만 철저하게 착각한다는 스토리.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의 외모보다는 그 이면의 마음가짐,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오랜만에 영어 공부도 할 겸 구간 반복도 하고 여러 번을 계속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려봤다.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영화가 아니었다. 상처 받은 내적 자아를 위로해주고 살아가는데 중요한 덕목이 외모만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영화 속 에이미 슈머의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의 인생 목표가 단지 아름다워지는 거니? 사람들은 외모만 보는 게 아니야. 우리는 너의 외모가 아니라 네가 재미있고 다정해서 좋았던 거야.”                 


이 대사가 울림을 가져올 줄이야. 물론 첫인상이 중요하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외모는 첫 느낌일 뿐 그 사람의 가치관, 인생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덕목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더 이상 피부과 성형외과를 전전하며 상담받는 잉여스러운 수고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마 보톡스, 필러, 눈밑 지방 재배치, 지방 이식, 심부볼 처짐 리프팅 등 미용 전문 기관에서 추천하는 시술, 수술받을 돈으로 코로나가 지나가면 여행 한번 더 다녀오는 게 내 인생에는 이득이다.


생각해보니 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 여행비용을 탕진할 뻔했다. 아, 그렇다고 모든 시술과 수술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지인 성공 사례도 꽤 있다. 본인의 오랜 콤플렉스였다면 그에 맞는 과하지 않은 시술이든 수술로 만족감을 상승시켜주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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