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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 Jun 28. 2020

이마 보톡스 추천할게요

미용 시술 상담 후기 1


사회적 거리 두기를 몇 개월 째 실천하다 보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집안일도 늘었다. 빨래 돌리기, 널기, 개기, 음식 재료 구입하기, 재료 다듬기, 음식 만들기,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리기, 설거지, 냉장고 정리하기, 청소기 돌리기, 바닥 닦기, 화분에 물 주기 등. 원래 기본 집안일 목록이었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무한반복이다.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아이의 코디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 중 물어보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해주기, 숙제 체크, 영어 읽기 같이 앉아서 하기, 싱거운 농담 눈높이 호응해주기 등. 집안일과 육아는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하고 창의적인 일거리가 늘어난다.     




퇴근이 없고 주말이 없는 집안일과 육아에 물아일체 되어 완전한 몰입을 하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유심히 보았다. 그저 살림만 열정적으로 했을 뿐인데 다크서클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좀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푹 자고 일어나도 마치 그 자리가 원래 자기 자리였다는 듯 방 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거울을 볼수록 뭔가 끌어올려주고 싶고 그늘진 곳을 채워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래, 가보자. 피부과로. 몇 개월 째 격무에 시달린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집 근처부터 시작해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고 예약을 잡았다. 아이가 학원 가있는 1-2시간 안에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전철을 타고 나가야 하는 강남역이나 신사동 쪽은 엄두도 못 냈다. 자차로 이동 가능한 몇 군데를 추려 행동에 옮겼다.     


첫 번째 상담을 간 곳은 성형외과다. 마을버스 광고가 낯이 익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마침 핫한 리프팅 시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단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피부과보다 왠지 손재주가 더 좋을 것 같아(개인적 의견임) 그곳으로 첫 상담을 결정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상담실장이 내 얼굴을 뜯어보며 어디에 어떤 시술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일단, 눈밑 다크서클 부분이 제일 거슬려 그 부분을 얘기했다. 그녀는 거기도 거기지만 생각지 않은 곳을 지적한다. 눈 뜨는 힘이 약해 이마를 이용해 눈을 뜨기 때문에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내 이마 주름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그리 논리적 견해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나도 안다. 내 이마 주름. 중학교 2학년 때 외모에 관심 많은 친구로부터 충고를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외모 평가는 주관적 관점이라 이마 미세주름보다는 눈밑이 더 신경 쓰였다.     


“아이 슈링크라는 리프팅이 있다던데 괜찮을까요?”    


잘 나가는 남자 아나운서가 시술 전, 후를 TV로 공개한 이후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너도나도 기계를 들여놓은 슈링크라는 시술이 궁금했다. 뭐 넣는 것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고 요즘 젊은이들도 다 한다는 살짝의 리프팅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용 관련 상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열심히 키우던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한층 환해진 얼굴로 나타났다.    


“야, 너 얼굴 좋아 보인다.”    

“티 나냐?”    


수줍게 웃던 그녀는 한 달 전 팔자 주름 쪽에 필러를 넣고 실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술을 하면 얼굴 전체가 곧 터질 것 같은 부담스러운 얼굴만 떠올랐는데 그녀의 얼굴은 자연스럽고 티 안 나게 예뻐졌다. 그래서 마트에서 장을 보다 바로 앞 건물 피부과가 눈에 들어와 상담이나 받으러 들어가 봤다. 그때도 화장이 좀 진한 예쁘장한 실장이 나를 맞이했던 기억이 난다.      


“어디가 궁금해서...”    


그 당시 딱 꼬집어 뭐가 궁금하다기보다는 친구처럼 뭔가 티 안 나게 예뻐질 것 같은, 나에게 맞는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했다.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어라. 처음에는 당황을 좀 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피부과에 가면 이것저것 권한다던데 여기 실장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양심 있는 사람인지, 아님 그날따라 예약이 꽉 차 있어 귀찮은 건지 굳이 할 게 없다고 한다. 전자라 생각하고는 그래도 피부과 들린 김에 턱 쪽 뾰루지가 신경 쓰여 이것 좀 어떻게 해달라고 했다. 염증 주사를 한 대 놔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들린 미용 관련 전문 기관에서는 내가 고민하는 곳 외에 몇 군데를 더 권하더라. 처음 들린 성형외과뿐만이 아니다. 치과에 들렸다 위층 피부과 병원이 눈에 들어와 상담을 받았다. 이번에는 의사 상담이라 비용이 들어간단다. 상담 후 시술을 바로 하면 상담 비용이 나오지 않지만 상담만 받으면 비용이 8천 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일단 상담만 받기로 했다. 나는 내 얼굴을 실험용으로 사용할 만큼 용감하지는 않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의사에게 눈밑이 신경 쓰인다고 고백했다.     


“그건 시술이 아니라 눈밑지방 재배치를 받아야 해요.”    


눈밑지방 재배치? 그럼 수술?? 전현무 오빠도 하고 박명수 오빠도 했다던 그 눈밑지방 재배치? 일단 한 번 생각해본다고 했더니 실장의 상담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당차게 생긴 상담실장이 나를 맞이한다.    


“원장님이 몇 개의 시술을 추천해주셨어요.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다 이마 주름도 눈에 띄고 볼 쪽에 심부볼이 쳐지셨네요.”    


심부볼은 또 모여. 미용 시술 관련 종사자들을 만날수록 몇 년 만에 내 얼굴은 손댈 것 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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