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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 Oct 13. 2022

전두엽을 자극하는 산책과 발레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 중턱 정도에 왔음을 알려준다. 2주 전만 해도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이었는데 10월에 들어서니 살결에 와닿는 공기가 한층 서늘하다.

           

저녁 식사 후 8시 즘 되면 산책을 시작한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산책은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주 5-6일, 5000보 기준을 잡고 집 근처 주변을 가볍게 걷는다. 만보를 고집했다면 부담스러워 아예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만 5000보로 목표를 잡으니 부담 없이 꾸준히 하게 된다.


처음엔 만보를 잡았었다. 한동안 만보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썼다. 하루에 만보 채우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란 걸 깨닫고 7000보로 낮췄다. 7000보는 걸을 만했다. 한 번에 7000보를 걷는 건 자칫 지루할 수 있어 오후에 한번 저녁에 한번 두타임에 나눠 7000보를 채워나갔다. 어느 정도 몸이 익숙해질 무렵 본의 아니게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무조건 많이 걷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보다 현재 몸무게를 유지하며 건강 챙기는 게 목표였기에 살이 빠지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특히 얼굴 살이 빠지는 건 그리 유쾌하진 않다. 누군가는 더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는 말을 건네지만 작은 위 늘리는 것도 다이어트하는 것만큼 녹록지 않았다. 빠진 만큼 1, 2 키로만 딱 늘리는 건 생각보다 머릿속으로 많은 계산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적정선을 맞춘 것이 5000보다.         


산책을 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잡념에 사로잡혀 있을  가장 빨리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으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있다 싶으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근처를 산책하며 전두엽을 자극시킨다. 다른 날보다  폭을   넓히고 손은 오버스럽게 앞뒤로 세차게 흔든다. 파워 워킹하는  모습이 담스럽긴 하지만 남의 시선보다  마음 챙기는  우선이라  넓은 모자 하나  눌러쓰고 그냥 걷는다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 원장은 “불안을 인식하는 편도체가 자극을 받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로 옮겨지는데 이 과정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전두엽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운동, 걷기, 글을 쓰는 행위를 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다행히도 게으름이 산책과 글쓰기보다 강한 욕구로 바뀌려는 찰나 TV 속 그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산책과 더불어 건강을 챙기기 위해 하는 운동 중 하나는 발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마다 발레를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월요일, 목요일 일주일에 2번 발레 하러 갔는데 마스크를 쓰면서 일주일에 한 번만 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를 벗는 순간이 오면 2번으로 다시 늘려볼까 생각 중이다.      


발레는 잔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발레 강사마다 수업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매트, 바,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발레 동작을 배운다. 매트는 힘든 동작이 많아 하면서 헉헉 소리가 절로 나고 땀도 많이 난다. 천장을 향해 팔 벌리고 누은 후 바닥을 발로 끈적끈적하게 끌어올렸다가 천천히 내리는 것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 동작을 처음 배운 날 배와 허리가 쥐어짜듯 아파서 혼났다. 대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고진감래 끝에 배에 근육이 살짝 붙은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바에서 하는 발레를 제일 좋아한다. 바를 잡고 1번 자세로 옆구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쉽게 발레리나가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제떼, 바뜨망, 퐁듀 등 발레리나 하면 연상되는 기본 동작들을 바를 잡고 배울 수 있다.      


센터에서는 팔을 연결해 움직이는 포르드브라 동작으로 발레를 한다. 베토벤의 ‘비창’에 맞춰 포르드브라 동작을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마음이 평온해진다.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시간이다. 잔잔한 클래식에 맞춰 발레 동작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발레를 꾸준히 하게 되는 이유다.          


여배우 발레로 명성 높은 한영 원장은 “발레 스트레칭은 몸의 군살뿐만 아니라 마음의 군살도 빼고 가다듬을 수 있다”라고 전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삼키려 하거나 갉아먹을 때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편도체의 활성화를 막아야겠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고 가볍게 산책하고 글 쓰는 것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챙겨봅시다요,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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