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돌면 비타민 C부터 찾는다.
약국에서, 편의점에서, 가정 상비약 서랍에서. "비타민 C 많이 먹어야 해." 이 말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출처를 묻는 사람이 없다.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의사가 처방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알고 있다. 추적해보자. 이번에는 출처가 있다.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이름이 너무 컸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라이너스 폴링.
화학 결합의 본질을 밝혀 195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핵실험 금지 운동으로 196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역사상 단독으로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왓슨과 크릭보다 먼저 풀 뻔했고, 겸상적혈구 빈혈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설명했으며, 분자생물학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선정한 역대 가장 위대한 과학자 20인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사람이 1970년, 《비타민 C와 감기》라는 대중서를 출간한다. 주장은 간단했다. 비타민 C를 하루 수 그램씩 대량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어디서 왔는가.
1966년, 65세의 폴링은 어빈 스톤이라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스톤은 스스로를 박사라고 칭했지만, 그의 학위는 비인가 통신학교에서 받은 것이었다. 스톤은 비타민 C를 대량 복용하면 수명이 50년 연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링은 스톤의 권유대로 하루 3,000mg의 비타민 C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장량 90mg의 33배다. 폴링은 자신이 더 건강해졌다고 느꼈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됐다고 확신했다. 이 개인적 체험에 확신을 갖고, 기존 문헌을 자기 가설에 유리하게 재해석한 뒤 책을 썼다.
책의 핵심 근거는 스위스 알프스 스키 캠프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일 실험이었다. 스키 캠프의 학생은 일반 인구의 대표 표본이 아니다. 폴링의 방법에는 엄격한 실험 설계도, 동료 심사도 없었다. 다른 과학자들이 학술지에서 비판하자, 폴링은 학술지 대신 대중에게 직접 호소했다. 대중서가 그 수단이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의학 단체가 반대했다.
비판자들은 메가도스 비타민 C가 하는 일은 "값비싼 소변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다. 몸에 필요한 양 이상을 섭취하면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대중은 의학계가 아니라 폴링을 믿었다. 노벨상 두 개. DNA 구조에 근접했던 천재. 핵실험을 멈추게 한 평화주의자. 이 사람이 틀릴 수 있는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비타민 C 판매량이 급증했다.
폴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타민 C가 심장병을 예방하고, 암을 치료하고,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 환자들이 "노벨상 수상자"를 인용하며 비타민 C 대량 투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폴링은 말년에 하루 18,000mg까지 복용량을 늘렸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세 차례 반복 실험을 했다. 폴링의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다. 폴링은 자신이 이전에 감기에 자주 걸렸지만 비타민 C를 먹은 뒤 "더 이상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감기 증상이 계속 있었지만, 그것을 "알레르기"라고 분류했다.
폴링의 아내는 위암으로 사망했다. 폴링 자신은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과학은 뭐라고 하는가.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 비타민 C의 감기 예방 효과에 대한 무작위대조실험들을 종합한 결과는 명확했다. 일반인에게 감기 예방 효과는 없다. 감기에 걸린 뒤 기간을 약간 줄이는 효과는 있으나 미미하다. 성인 기준 약 8% 단축. 연간 약 28일 감기를 앓는 사람이라면 24일로 줄어드는 정도다. 매일 대량의 비타민 C를 복용한 대가치고는 보잘것없다.
극한 환경에서는 일부 효과가 관찰됐다. 마라톤 선수, 극지방에 배치된 군인처럼 심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다. 그러나 이것을 일반 인구에 적용하는 것은 스키 캠프 실험을 세계 표준으로 삼는 것과 같은 과잉 해석이다.
비타민 C는 과일과 채소를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결핍이 아닌 한 보충제를 먹을 의학적 이유가 없다. 그러나 비타민 C 보충제 시장은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다. 폴링의 책이 출간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감기에는 비타민 C"라는 상식은 바뀌지 않았다.
4편에서 우리는 배리 마셜의 이야기를 다뤘다. 무명의 젊은 의사가 위궤양의 진짜 원인을 찾았지만, 의학계가 무시했다. 자기 위에 균을 마셔야 인정받았다. 발견에서 노벨상까지 20년이 걸렸다.
7편의 라이너스 폴링은 정반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이 근거 없는 주장을 했지만, 대중이 의심하지 않았다. 의학계 전체가 반박해도 바뀌지 않았다.
같은 의학의 세계에서, 권위가 없으면 진실이 묻히고, 권위가 있으면 거짓이 통한다. 변수는 하나다. 권위. 그런데 과학에서 권위는 출처가 아니다. 권위는 검증을 가속하거나 검증을 멈추게 할 뿐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충분히 크면, 우리는 그 사람이 말한 내용 대신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는 순간, 내용을 검증할 이유가 사라진다. "당연한 것"은 대부분 검증이 멈춘 자리에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