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

by 한경수

"혈액형이 뭐예요?"


이 질문이 자연스러운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다. 2008년 대한혈액학회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실이다. 미국에서 이 질문을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유럽에서 하면 "수혈이 필요한 건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첫 만남의 단골 질문이다. 200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의 75.9%가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 있다고 답했다.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믿음을 국민 4분의 3이 공유하고 있다.

출처를 추적하면, 재미가 아니라 우생학이 나온다.


1901년, 오스트리아의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ABO 혈액형을 발견했다. 목적은 오직 수혈이었다. 어떤 피와 어떤 피를 섞으면 엉기고, 어떤 조합이면 안전한가. 그것이 전부였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독일의 내과의사 에밀 폰 둥게른이 이것을 우생학에 적용한다. A형이 많은 게르만 민족은 우수하고, B형이 많은 유색 인종은 열등하다. 수혈을 위한 분류가 인종의 우열을 매기는 도구로 둔갑한 것이다.


1927년, 이 이론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도쿄여자사범학교의 심리학자 후루카와 다케지가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를 학술지에 발표한다. 표본은 수백 명에 불과했고, 통계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당시의 카이제곱 검정은 1934년에야 피셔에 의해 체계화되므로, 후루카와에게는 자신의 결과를 검증할 도구조차 없었다.

후루카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 제국에 저항하던 대만 원주민의 혈액형을 조사했다. O형이 41.2%라는 사실을 근거로, "O형의 반항적 기질이 저항의 원인"이라고 결론짓는다. 순종적이라고 여겨진 아이누족의 O형 비율 23.8%와 대비하면서. 그의 해법은 일본인과 대만인의 혼혈을 늘려 O형 비율을 낮추자는 것이었다.

혈액형 성격론의 출발점은 성격 연구가 아니었다. 인종 분류였고, 식민 지배의 정당화였다.


후루카와의 이론은 1930년대에 일본 학계에서 부정되고 잊혔다. 그런데 1970년대에 되살아난다. 저널리스트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 인간학》을 출간한다. 노미에게는 의학적 배경이 없었다. 도쿄대 공학부 출신이었다. 근거는 대부분 일화적이었고, 심리학자들이 비판했지만, 책은 밀리언셀러가 됐다. 노미의 아들 도시타카가 사업을 이어받아 "인간과학 ABO센터"까지 설립했다.


한국에는 이 문화가 일본 대중문화와 함께 들어왔다. 웹툰, 예능, 아이돌 기획이 혈액형을 소재로 삼았다. B1A4라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멤버들의 혈액형에서 따왔다. 강남교육청이 중학교 신입생 안내 책자에 "혈액형별 공부법"을 실어 배포했다가 항의를 받고 회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 기관이 유사과학을 공식 자료에 실은 것이다.


과학은 뭐라고 하는가. 답은 압도적으로 명확하다.

일본과 미국에서 10,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혈액형이 성격 차이를 설명하는 비율은 0.3% 미만이었다. 통계학에서 이 수치는 "무관하다"와 같은 뜻이다.


반례는 더 직관적이다.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는 인구의 거의 100%가 O형이다. 1,800만 명이 전부 같은 성격인가. 당연히 아니다. 성격은 유전, 환경, 교육, 경험의 복합 산물이지, 적혈구 표면의 항원 배열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ABO식 혈액형은 현재 알려진 48가지 이상의 혈액형 분류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Rh, MNSs, Lewis, Duffy, Kell. 왜 하필 ABO만 성격과 관련이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ABO가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네 가지로 나뉘어서 분류하기 쉬웠을 뿐이다.


과학이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반박하는데, 왜 안 사라지는가.

6편에서 우리는 금붕어 3초 신화가 "우리에게 편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것을 봤다. 이번에는 "편의"가 아니라 "쾌락"이다.


첫째, 바넘효과. "A형은 꼼꼼하고 신중하다"는 설명은 충분히 일반적이어서 누구에게나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성술이 작동하는 원리와 같다. 모호한 설명이 정확한 묘사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둘째, 확증편향. A형 친구가 꼼꼼한 행동을 하면 "역시 A형이야"라고 기억한다. 꼼꼼하지 않은 행동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맞는 사례만 수집하고, 틀린 사례는 무시한다.

셋째, 자기충족적 예언. "나는 B형이니까 자유분방해"라고 믿으면, 실제로 그런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혈액형 성격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은 자기 혈액형에 부여된 특성을 실제로 더 많이 보인다. 믿음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믿음을 강화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을 분류하는 것은 즐겁다. 복잡한 인간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세계를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처음 만난 사람의 혈액형을 알면 "이해한" 느낌이 든다. 이 느낌 자체가 보상이다. 과학적 반박은 이 보상을 이길 수 없다.

"그냥 재미로 하는 건데요." 이 말이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다. 재미라고 선언하는 순간, 반박은 "진지충"이 된다. 그러나 "재미"로 사람을 태어날 때 정해진 네 칸 중 하나에 넣는 행위는, 출신 지역으로 성격을 단정짓는 것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혈액형 성격론의 출처는 우생학이었다. 인종을 분류하고 우열을 매기려는 시도. 그 도구가 "재미"의 옷을 입고 100년을 살아남았다.

이 시리즈는 매번 상식이 살아남는 이유를 추적해왔다. 마케팅 때문에(1편), 반쪽만 읽어서(3편), 권위 때문에(7편). 6편에서는 "편의"가 상식을 유지했다. 8편에서는 "쾌락"이 상식을 유지한다.


즐거움이 이유일 때, 상식은 가장 오래 산다. 출처를 추적해도, 과학이 반박해도, 쾌락 앞에서는 근거가 필요 없다. 그래서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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