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다

by 한경수

"나폴레옹 콤플렉스."


키 작은 사람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이 용어의 전제는 나폴레옹이 키가 작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전제가 거짓이면 용어도 거짓이다. 200년간 세계가 믿어온 이 "사실"의 출처를 추적하면, 단위 오류 하나와 풍자화 한 장이 나온다.


나폴레옹이 죽은 뒤, 주치의 프란체스코 안톰마르키가 부검 기록을 남겼다. "5피에 2푸스(5 pieds 2 pouces)."

이 숫자만 보면 "5피트 2인치 = 약 157cm"로 읽힌다. 21세기 기준으로도 매우 작다. 그런데 이것은 프랑스식 단위다. 프랑스의 1푸스는 2.71cm이고, 영국의 1인치는 2.54cm다. 프랑스 피에(pied)는 영국 풋(foot)보다 길다. 환산하면 약 5피트 6.5인치, 170cm가량이다.


당시 프랑스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5cm 안팎이었다. 나폴레옹은 평균 이상이었다. 보존된 군복의 치수도, 동시대인의 기록도 이 수치와 일치한다. 나폴레옹을 직접 만난 외교관 이드 드 뇌빌은 처음에 작아 보였다고 회고했지만, 나폴레옹이 눈을 맞추는 순간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모든 자신감을 잃었다"고 썼다.

단위가 다른 숫자가 맥락 없이 건너갔다. 2편에서 소수점이 미끄러졌고, 3편에서 문장이 잘렸듯이, 9편에서는 단위가 사라졌다. 숫자는 맥락에서 분리되는 순간 다른 사실이 된다.

그러나 단위 오류만으로 200년을 버틸 수는 없다. 오류를 신화로 만든 것은 한 사람의 펜이었다.


제임스 길레이. 영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풍자화가이자 현대 정치 만화의 원형을 만든 인물이다. 1797년부터 영국 피트 정부로부터 비밀리에 보수를 받고 있었다. 정부가 고용한 선전 도구였다.

길레이는 나폴레옹을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1803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재개된다. 나폴레옹이 20만 대군을 불로뉴에 집결시켜 영국 해협 도하를 준비하던 시기다. 길레이는 이때부터 나폴레옹을 "꼬마 보니(Little Boney)"로 그리기 시작한다.

거대한 모자를 쓴 유아 같은 체형. 가구보다 작은 몸으로 발을 구르며 발작하는 모습. 영국 왕 조지 3세가 손바닥 위에 나폴레옹을 올려놓고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그림. 나폴레옹이 줄넘기를 시키는 장면에서는 영국 장군과 프로이센 장군이 줄의 양쪽 끝을 잡고 있고, 그 사이에서 어린아이처럼 뛰는 나폴레옹이 그려져 있다.


길레이의 그림은 런던의 인쇄소 쇼윈도에 전시됐다. 수천 명이 구경했다. 다른 화가들이 스타일을 복제했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미술사학자 콘스턴스 맥피의 표현을 빌리면, 길레이는 "크기와 복장을 조작해 위협적인 군사적 적수를 상징적으로 축소시켰고, 그렇게 만든 이미지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은 그것이 발명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나폴레옹 자신이 이 그림의 위력을 인정했다. 엘바 섬 유배 시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길레이는 유럽의 군대 열두 개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시각적 착각도 한몫했다.

나폴레옹의 근위대(Imperial Guard)는 신장 178cm 이상의 장신만 선발했다. 커다란 곰가죽 모자까지 쓰면 190cm를 넘겼다. 공식 행사와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항상 이 거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170cm의 사람이 180cm 이상의 군인들 사이에 서면, 눈에 보이는 것은 "작다"는 인상뿐이다.

기준이 대상을 정의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작은 게 아니라, 옆에 선 사람들이 컸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준을 보지 않고 대상만 본다.


신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리학 용어가 됐다.

"나폴레옹 콤플렉스"는 키 작은 남성이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는 이론이다. 이 용어는 나폴레옹이 키가 작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전제가 틀렸으니 용어도 근거가 없다.

2007년, 영국 센트럴랭커셔 대학이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에게 막대기로 결투하게 하고 심박수를 측정했다. 한쪽이 고의로 상대의 손등을 때려 도발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다. 키 작은 남성이 오히려 덜 공격적이었다. 키 큰 남성이 먼저 화를 내고 반격하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자 마이크 에슬리의 설명이 핵심을 찌른다. "키 작은 사람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사람들은 원인을 키에서 찾습니다. 키가 눈에 띄는 특성이기 때문이죠." 행동은 같아도 해석이 다른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이 공격적이면 "카리스마"가 되고, 키가 작은 사람이 공격적이면 "콤플렉스"가 된다.

거짓 전제 위에 거짓 이론이 세워지고, 이론이 다시 전제를 강화한다. 나폴레옹이 작았으니 공격적이었고, 공격적이었으니 작았을 것이다. 순환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나폴레옹의 키는 약 170cm. 당시 프랑스 평균 이상이었다. 프랑스 단위를 영국 단위로 잘못 읽은 오류가 씨앗을 뿌렸고, 적국 정부가 고용한 풍자화가가 오류를 신화로 키웠고, 신화가 심리학 용어로 굳어져 200년을 살아남았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엔진이다. 적이 만든 이미지가 사실이 됐다. 1편에서 시리얼 회사가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만들었듯이, 영국 정부가 나폴레옹의 왜소함을 만들었다. 목적은 달랐다. 1편은 돈을 벌려는 것이었고, 9편은 적을 깎아내리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조는 같다.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이미지를 설계하고, 이미지가 충분히 반복되면 사실이 된다.

길레이의 풍자화는 1803년에 그려졌다. 200년이 넘었다. 그 사이 누구도 프랑스 피에와 영국 풋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림이 너무 선명했으니까.


팩트는 확인해야 보인다. 이미지는 확인 없이 보인다. 그래서 이미지가 이긴다. 그리고 이긴 이미지는 팩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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