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 우리는 다섯 가지 맛만 느낀다

by 한경수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시험에도 그렇게 나온다. 다섯이라는 숫자가 너무 깔끔해서, 여섯 번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 "5"의 역사를 추적하면, 원래 4였다가 5가 되기까지 거의 100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6번째, 7번째 후보가 줄을 서 있다. 숫자가 고정된 순간, 탐구가 멈춘다.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 국물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했다.

이 물질이 만들어내는 맛은 단맛도, 짠맛도, 신맛도, 쓴맛도 아니었다. 이케다는 이 맛에 "우마미(うま味, 감칠맛)"라는 이름을 붙였다. 감칠맛은 치즈, 간장, 된장, 토마토, 멸치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감각이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먹어온 맛이었다. 다만 이름이 없었을 뿐이다.


그때 서양 과학계의 기본 맛은 4가지였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교과서에 4라고 적혀 있었다. 이케다의 발견은 무시됐다. 서양 학계는 감칠맛이 다른 맛들의 조합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독립적인 맛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감칠맛이 전 세계적으로 5번째 기본 맛으로 인정받은 것은 1990년대다. 혀에 글루탐산 전용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된 뒤에야, 생리학적·생화학적·심리물리학적 증거가 축적된 뒤에야 받아들여졌다. 발견에서 인정까지 거의 100년이다.

4편에서 배리 마셜이 위궤양의 원인을 발견하고 인정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감칠맛은 그 다섯 배다. 교과서에 4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5번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됐다. 숫자가 탐구를 멈추게 한 것이다.


교과서가 5로 고정된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6번째 후보들이 줄을 서 있다.


올레오구스투스(oleogustus). 지방의 맛이다. 2015년, 퍼듀 대학의 영양학자 리처드 매테스 연구팀이 지방산이 다른 다섯 가지 맛과 구별되는 독립적 미각 감각임을 증명했다. 102명의 피험자에게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지방산 용액을 주고 맛이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게 했다. 피험자들은 지방산 용액을 나머지 다섯 가지와 분리하여 별도의 그룹으로 묶었다.


다만 순수한 지방산의 맛은 쾌적하지 않다. "산패된 기름 같은 맛"이라고 매테스는 설명한다. 그 자체로는 불쾌하지만, 소량이 다른 맛과 섞이면 전체 풍미를 풍부하게 만든다. 쓴맛이 그 자체로는 불쾌하지만 커피와 초콜릿과 와인에서 매력이 되는 것과 같다. 베이컨이 맛있는 이유, 도넛이 맛있는 이유에 이 지방 맛이 관여한다.


전분의 맛. 2016년, 오리건주립대의 연구팀이 전분 분해 산물이 단맛과 구별되는 독특한 맛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리준 림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문화권이 탄수화물을 먹습니다. 그것을 맛볼 수 있다는 건 진화적으로 당연한 일이에요." 다만 전분 맛에 대응하는 특정 수용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공식 기본 맛으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남아 있다.


코쿠미(kokumi). 일본 과학자들이 1980년대 말에 발견한 감각이다. 숙성된 치즈, 발효 간장, 천천히 끓인 스튜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 다른 맛들을 증폭시키고 지속 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칼슘 감지 수용체(CaSR)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독립적인 맛인지 다른 맛의 증폭인지를 놓고 아직 논쟁 중이다.

그 밖에도 칼슘, 금속성, 탄산, 심지어 물의 맛까지 후보에 오르고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직관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매운맛은 맛이 아닌가.

과학의 답은 "아니다"이다. 매운맛은 기본 맛이 아니라 "통각(pain)"으로 분류된다. 캡사이신이 혀의 맛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 수용체(TRPV1)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각이 아니라 체성 감각, 넓게 말하면 촉각의 일종이다.


그런데 매운맛을 "맛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한국인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반발한다. 매운맛을 빼고 한국 음식을 설명할 수 있는가. 매운맛이 맛이 아니라면, 우리가 "맛있다"고 말할 때 그 "맛"은 무엇인가.

여기서 질문이 바뀐다. "맛"을 "미뢰의 특정 맛 수용체를 자극하는 화학적 감각"으로 정의하면,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그러나 "입안에서 음식을 통해 느끼는 모든 감각"으로 정의를 넓히면, 매운맛도 맛이다. 정의가 바뀌면 답이 바뀐다.


4가 5가 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 5가 6이 되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숫자가 교과서에 적히는 순간, 그 숫자는 "발견의 현재 상태"에서 "세계의 최종 답"으로 승격된다. 학생은 시험지에 "5"를 쓰고, 정답을 받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최종 답이 있으면 추가 질문은 불필요해진다. 6번째를 찾는 과학자는 "교과서에 5라고 적혀 있는데요"라는 벽 앞에 선다.

이 시리즈 전체가 바로 이 구조를 다뤄왔다. "당연한 것"이란 "답이 이미 있는 것"이다. 답이 있으면 질문이 멈추고, 질문이 멈추면 출처를 추적할 이유가 사라진다. 아침은 중요하다(1편), 물은 8잔이다(3편), 만 보를 걸어야 한다(13편). 모두 답이 먼저 왔고, 질문은 뒤따르지 않았다.

14편의 "5"는 숫자 하나지만, 이 시리즈 전체의 구조를 압축하고 있다. 답이 고정되면 탐구가 멈춘다. 그리고 탐구가 멈춘 자리에서, 당연한 것이 태어난다.


혀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 다만 교과서가 먼저 마침표를 찍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당연한 것들의 출처] 하루 만 보 걸어야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