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의 출처] 소금이 고혈압의 원인이다

쥐에게 하루 500그램의 나트륨을 먹인 실험이 반세기의 상식을 만들었다

by 한경수

병원에 가서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의사는 거의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짜게 드시지 마세요."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소금이 혈압을 올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 상식의 출처를 추적하면, 도착하는 곳이 좀 이상하다.


쥐 한 마리가 있다.


1970년대, 루이스 달의 실험실

루이스 달(Lewis Dahl).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의사. 1960년대부터 그는 소금과 혈압의 관계를 입증하려 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쥐에게 소금을 먹이고, 혈압이 올라가는지 보는 것이다.


그는 스프래그돌리(Sprague-Dawley) 쥐에게 8% 염화나트륨이 함유된 사료를 먹였다. 일반 사료의 염분 함량은 1%다. 8배를 먹인 것이다. 이것을 인간에게 환산하면 하루 약 500그램의 나트륨에 해당한다. 오늘날 미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3.4그램이다.


147배다.

이 실험에서 쥐들은 4주 안에 고혈압에 걸렸다. 달은 이 결과를 "소금이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반박 불가능한 증거"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통계학자의 눈이 걸린다. 147배의 용량을 투여해서 얻은 결과를, 정상 용량에 대한 결론으로 쓸 수 있는가? 물 1리터를 마시면 건강하지만, 147리터를 마시면 죽는다. 물이 해롭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그가 발견한 것, 그리고 빠뜨린 것

달의 연구에는 중요한 관찰이 하나 더 있었다. 15년에 걸쳐 고염식을 먹인 쥐 중 4분의 1은 고혈압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양의 소금을 먹었는데 혈압이 오르지 않는 쥐가 있었던 것이다.


달은 이것을 유전적 차이로 해석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인 선택을 한다. 혈압이 오른 쥐끼리 교배시키고, 오르지 않은 쥐끼리 교배시킨다. 3세대만에 두 계통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소금에 민감한 쥐(S)와 소금에 저항하는 쥐(R). 이것이 지금까지도 고혈압 연구에 쓰이는 "달 쥐(Dahl rat)"의 탄생이다.


달은 이 결과로 두 가지를 보여주었다. 소금이 혈압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유전적 배경에 달려 있다는 것. 그런데 세상에 전달된 메시지는 하나뿐이었다. 소금은 고혈압의 원인이다. 유전적 배경이라는 조건은 사라졌다.


인구 비교의 함정

달은 동물 실험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전 세계 다섯 지역의 인구를 비교했다. 알래스카 이누이트, 마셜 제도 주민, 미국 북부 주민, 일본 남부 주민, 일본 북부 주민. 결과는 깔끔한 직선이었다. 소금을 많이 먹는 나라일수록 고혈압 비율이 높았다.


이 그래프는 지금도 인용된다. 하지만 몇 년 뒤 미국고혈압학회지에 실린 논문이 지적했다. 같은 인구 "안에서" 개인별로 비교하면, 소금 섭취량과 혈압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 간 비교에서 보이는 패턴이 개인 간 비교에서는 사라진다.


통계학에서 이것을 생태학적 오류(ecological fallacy)라 부른다. 집단 수준의 상관관계를 개인 수준의 인과관계로 전환하는 오류다. 일본이 소금을 많이 먹고 고혈압이 많다고 해서, "당신이" 소금을 줄이면 "당신의" 혈압이 내려간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기후, 그 밖의 수많은 문화적 요인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77년, 미국 상원 영양위원회는 달의 연구를 근거로 미국인의 소금 섭취를 50~85% 줄이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쥐 실험과 다섯 나라 비교가 3억 인구의 식단 정책이 되었다.


그 후, 데이터는 무엇을 말했는가

1988년, 52개 국제 연구 센터가 참여한 INTERSALT 연구가 발표되었다. 소금과 혈압의 관계를 대규모로 검증한 연구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소금 섭취량과 고혈압 유병률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하루 14그램으로 가장 많은 소금을 먹은 집단의 중위 혈압이 하루 7.2그램을 먹은 집단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2004년, 코크란 협업(Cochrane Collaboration)이 11개 소금 감량 임상시험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결론: 건강한 사람이 저염식을 했을 때, 수축기 혈압은 평균 1.1mmHg, 이완기 혈압은 0.6mmHg 낮아졌다.


120/80이 119/79가 된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차이인가?


최근 연구들은 오히려 역방향의 데이터를 내놓고 있다. 소금을 너무 적게 먹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다. 고혈압 환자의 40~60%만이 "소금 감수성(salt-sensitive)"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환자들은 소금을 줄여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다.


소금과 혈압의 관계는 있다. 하지만 "소금 =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관계가 있는 것과 원인인 것은 다르다. 상관은 인과가 아니다.


쥐 실험이 상식이 되기까지

정리하면 이렇다.

1904년, 프랑스 의사 여섯 명이 고혈압 환자 중 소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했다. 1960년대, 달이 쥐에게 정상의 147배에 해당하는 소금을 먹여 고혈압을 유발했다. 같은 시기, 다섯 나라를 비교한 생태학적 연구가 직선 그래프를 만들어냈다. 1977년, 미국 상원이 이것을 근거로 국민 식단 권고안을 발표했다.


극단적 동물 실험과 생태학적 오류 위에 정책이 세워졌고, 정책이 상식이 되었고, 상식은 의심받지 않았다.

소금이 몸에 해롭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짜게 먹지 마세요"라는 한마디가 품고 있는 확신의 크기와,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크기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의 출처는, 때로 상식적이지 않다.


1편에서 MSG의 공포는 편지 한 통에서, 2편에서 떡볶이의 변신은 중국집에서 느낀 한 순간의 느끼함에서 시작되었다. 소금의 유죄 판결은 쥐에게 먹인 147배의 용량에서 시작되었다. 출처를 추적하면, 확신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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