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의 출처] 달걀이 심장에 나쁘다

설탕 업계가 하버드에 돈을 주고 지방을 범인으로 만들었다

by 한경수

달걀을 깨서 프라이팬에 올린다. 노른자가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다. 이 노른자 하나에 콜레스테롤이 약 200밀리그램 들어 있다. 한국인 하루 섭취 권장 상한의 3분의 2다.

그래서 달걀은 오랫동안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일주일에 세 개 이하. 노른자는 빼고. 심장이 걱정되면 피해라. 이 상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토끼 한 마리, 그리고 수표 한 장에서 왔다.


## 1913년, 토끼에게 달걀을 먹이다

출발점은 1913년 러시아다. 병리학자 아니치코프(Anitschkow)가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먹이를 주었다. 토끼의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였다. 동맥경화의 모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실험이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막는다"는 인식의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토끼는 초식동물이다. 풀을 먹고 사는 동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이면 당연히 처리하지 못한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간이 콜레스테롤 합성을 조절한다. 음식으로 들어오는 양이 늘면 체내 생산을 줄이고, 줄면 늘린다. 토끼에게는 이 조절 능력이 없다.

초식동물의 결과를 잡식동물에게 대입한 것이다. 3편 소금의 쥐 실험과 같은 구조다. 동물이 다르고, 대사가 다르고, 용량이 다른데, 결론만 그대로 옮겨왔다.


## 1960년대, 두 학자의 대결

1950년대, 미국 남성의 심장병 사망률이 급등했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두 명의 학자가 서로 다른 범인을 지목했다.

앤슬 키스(Ancel Keys).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존 유드킨(John Yudkin). 설탕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둘 다 증거를 갖고 있었다. 둘 다 유명한 학자였다. 1960년대까지 승부는 나지 않은 상태였다.

승부를 결정한 것은 과학이 아니었다. 돈이었다.


## 프로젝트 226

1954년, 미국 설탕연구재단(Sugar Research Foundation) 회장이 연설을 한다. "미국인들이 저지방 식단을 채택하면, 설탕 소비가 3분의 1 이상 늘어날 것이다." 설탕 업계에게 "지방이 나쁘다"는 메시지는 사업 기회였다.

1965년, 설탕과 심장병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논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설탕연구재단의 부회장 존 힉슨(John Hickson)은 내부 메모에 이렇게 썼다. "우리의 비판자들을 반박할 수 있는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힉슨은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영양학과를 찾아갔다. 학과장 프레드릭 스테어(Fredrick Stare)를 설탕연구재단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같은 학과의 교수 마크 헤그스테드(D. Mark Hegsted)에게 문헌 리뷰를 의뢰했다. 프로젝트명은 "프로젝트 226". 보수는 오늘날 화폐가치로 약 5만 달러.

설탕연구재단은 리뷰의 목표를 설정했다. 검토할 논문을 제공했다. 초안을 받아보았다. 리뷰 작업이 지연된 이유도 기록에 남아 있다. 헤그스테드가 재단에 보낸 편지: "아이오와 연구팀이 설탕과 심장병을 연결하는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그것을 반박하는 부분을 다시 써야 합니다."

최종 원고를 받아본 힉슨의 답장은 이렇다.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원하던 내용입니다. 출판을 기대합니다."


## 1967년, NEJM에 실리다

1967년, 리뷰 논문이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제목: "식이 지방, 탄수화물, 그리고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결론: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식이 조절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설탕의 역할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미미하다고 판정되었다.

설탕연구재단의 자금 지원은 논문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NEJM은 이해충돌 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1984년이 되어서야 그 규정이 생겼다.

이 논문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1968년, 미국심장협회가 달걀을 주 3개 이하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1977년, 미국 상원이 지방과 콜레스테롤 감소를 중심으로 한 식이 지침을 발표했다. 1980년, 최초의 미국인 식이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핵심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설탕은 범인 목록에서 사라졌다.

유드킨의 설탕 가설은 묻혔다. 콜레스테롤이 범인이 되었다. 달걀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 50년 후, 문서가 공개되다

2016년, UCSF의 연구자 크리스틴 컨즈(Cristin Kearns)가 일리노이 대학교 아카이브에서 설탕연구재단의 내부 문서 340건, 1582쪽을 발굴했다. 분석 결과가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되었다. 설탕 업계가 연구 목표를 설정하고, 논문을 선별하고, 초안을 검토하고,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는 전 과정이 기록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미국 설탕협회(Sugar Association)는 성명을 냈다. "더 큰 투명성을 발휘했어야 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금 공시가 표준 관행이 아니었다."

투명성의 부재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투명성이 아니다. "반박을 위한 리뷰"라는 목적 자체가 문제다. 결론을 정해놓고 증거를 모은 것이다. 과학의 순서가 뒤집혔다.


## 달걀의 복권

2015년,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가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은 과잉 섭취를 걱정할 영양소가 아니다." 1961년부터 유지해온 하루 300밀리그램 콜레스테롤 섭취 상한이 삭제되었다. 54년 만의 철회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약 80%는 간에서 합성된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나머지 20%에 불과하다. 대규모 역학 조사에서 하루 달걀 한 개 이상을 먹는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달걀이 무해하다는 선언이 아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달걀 노른자를 피하며 살아온 반세기의 근거는, 토끼 실험과 돈 받은 리뷰 논문이었다.


## 출처가 돈일 때

정리하면 이렇다.

1913년, 초식동물에게 한 실험이 씨앗을 심었다. 1960년대, 설탕 업계가 그 씨앗에 물을 주었다. 하버드 교수 세 명이 리뷰를 쓰고 NEJM이 실었다. 미국심장협회가 권고했고, 상원이 지침을 만들었고, 전 세계가 따랐다. 50년 동안 달걀은 유죄였다.

출처를 추적하면 과학 논문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 도착하는 곳은 수표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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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MSG는 편지 한 통이 공포를 만들었다. 3편의 소금은 147배의 용량이 상식을 만들었다. 달걀의 유죄는 5만 달러가 만들었다. 출처의 형태가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작은 시작이 거대한 믿음이 되고, 믿음은 출처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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