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출처는 한자에 있고, 색의 출처는 신대륙에 있다
식탁 위에 김치 한 접시가 놓여 있다. 빨간 양념, 매콤한 향, 발효된 신맛. 이 빨간색을 빼고 김치를 떠올릴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빨간색의 나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리다. 그리고 "김치"라는 이름의 출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멀다.
"김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6세기 문헌이다. 1518년 간행된 벽온방(辟瘟方)에 "무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문장이 나온다. 1527년 최세진(崔世珍)이 펴낸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한자 저(菹)를 "딤채조"라고 풀이했다.
딤채. 이것이 김치의 옛 이름이다.
딤채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왔다. 沈은 "담그다", 菜는 "채소". 소금물에 담근 채소라는 뜻이다. 채소를 발효시키면 수분이 빠져나오고, 그 채소가 자기 국물 속에 잠긴다(沈漬). 침채라는 이름은 이 모습에서 나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침채라는 한자어는 중국에서 쓰이지 않는다. 박채린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침채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자어, 즉 향찰식 조어로 본다. 한자로 적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음운 변화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딤채(16세기) → 17세기에 구개음화가 일어나 짐채가 된다. 같은 시기에 "기름→지름", "곁→젙", "김→짐"처럼 ㄱ이 ㅈ으로 바뀌는 변화가 흔했다. 그런데 조선 후기 서울 사람들이 이 발음을 천하게 여겨, 거꾸로 짐채를 김채로 되돌렸다. 언어학에서 이를 과도교정(hypercorrection)이라 부른다. 잘못을 고치려다가 너무 멀리 간 것이다. 짐채는 사실 침채에서 정상적으로 나온 발음인데, 짐을 김의 잘못된 발음으로 오해해서 김채로 바꾸어 버렸다.
그렇게 김채가 되었고, 19세기 김츼를 거쳐, 20세기에 김치가 되었다. 한국어 표준어가 된 "김치"는 사실 발음 교정의 산물이다. 침채가 본래 발음에 가깝고, 김치는 거기서 두 번 굴절된 형태다.
오늘날 일부 방언에서는 여전히 "짐치"라 부른다. 한 김치냉장고 브랜드의 이름이 "딤채"인 것도 이 옛 발음에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지만, 그 이름의 진짜 모양을 알아보려면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름의 출처는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색은? 빨간 김치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짧다. 200년 정도다.
고추는 가짓과의 한해살이풀로, 원산지는 중남미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다.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추정된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 1614)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남만초(南蠻椒)에는 강한 독이 있다. 왜국(倭國)에서 처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흔히 왜겨자(倭芥子)라고도 부른다. 최근에는 이것을 재배하는 농가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주막에서는 소주와 함께 팔았는데, 이것을 먹고 목숨을 잃은 자가 적지 않다."
새로 들어온 작물이었다. 사람들은 매워서 죽기도 했다. 고추를 먹고 죽었다는 표현이 17세기 초 문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권대영 박사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임진왜란 이전부터 고추가 한반도에 자생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487년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 한자 椒(초) 옆에 한글로 "고쵸"가 나오고, 일본 문헌에는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며, 다수설은 아니다. 통설은 17세기 초 전래설이다.
여기서 통계학자의 시선이 한 번 걸린다. 어느 가설이 옳든, 결정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김치에 고추가 들어간 시점이다.
고추가 들어왔다고 해서 김치가 곧바로 빨개진 것은 아니다. 식품학계에서는 한 식재료가 발효 음식에 정착하기까지 보통 20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고추도 마찬가지였다.
18세기 초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등재된 김치에는 여전히 고추가 없다. 고추가 전래된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김치는 여전히 소금에 절이거나 식초와 향신료를 첨가하는 수준이었다.
전환점은 1766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다. 여기서 처음으로 고추를 넣어 담근 김치가 41종 등장한다. 그리고 19세기 말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아는 통배추 김치가 문헌에 명확하게 자리 잡는다.
빨간 김치의 역사는 잘해야 250년, 짧게 잡으면 150년이다. 그 전의 김치는 무를 통째로 절인 동치미, 잎채소를 소금물에 담근 백김치, 향신료로 간을 맞춘 담박한 절임이었다. 우리가 "한국의 영혼"이라 부르는 그 빨간색은 신대륙에서 건너온 풀이 한반도에 정착한 결과물이다.
배추 통김치도 마찬가지다. 속이 꽉 찬 결구배추가 한반도에 토착화한 것은 1850년경. 통배추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이다. 우리가 "원래 김치"라고 떠올리는 그 모양은 채 200년이 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름의 출처는 16세기 한자어 침채에 있다. 그 이전에는 저(菹)나 지(漬)로 불렸고, 더 옛날에는 "디히"라는 순우리말이 있었다. 김치라는 이름은 침채가 딤채로, 짐채로, 그리고 과도교정으로 김채를 거쳐 김치가 된 발음 변화의 결과다.
색의 출처는 16세기 이후 신대륙에서 건너온 고추에 있다. 고추가 김치에 정착한 것은 18세기 중반이고, 통배추 김치가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말이다.
이름은 500년, 색은 250년, 모양은 150년. 김치 한 접시 안에 세 개의 시간이 겹쳐 있다.
우리가 "수천 년 된 우리 음식"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사실 세 가지 다른 나이의 것들을 한꺼번에 부르는 것이다. 이름의 나이, 색의 나이, 모양의 나이. 어느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2편의 떡볶이는 이름이 그대로인데 내용이 바뀌었다. 4편의 설렁탕은 내용이 그대로인데 이름의 출처가 사라졌다. 김치는 둘 다 바뀌었다. 이름은 한자에서 왔고, 색은 신대륙에서 왔고, 모양은 19세기 말에 결정되었다.
우리가 "원래 우리 것"이라고 부르는 것은, 출처를 추적하면 거의 언제나 여러 곳에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