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 한방 화장품은 언제부터?

by 한경수


한 기사를 읽었다.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전통 한방 원료에 현대 바이오 소재를 결합해 "최초의 2세대 한방 화장품"을 내놓았다고 했다. 1세대 한방 화장품의 "수천 년 이어온 전통"이라는 포인트가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문장에 걸렸다. '수천 년 전통'이라는 말.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되짚어 보기로 했다.

한방 화장품이라는 말의 산업적 출처는 한 곳에 모여 있다. 1966년, 아모레퍼시픽, ABC 인삼크림. 이것이 "세계 최초 한방 화장품"으로 기록된 제품이다. 같은 회사는 1967년부터 본격 연구를 시작했고, 6년 작업 끝에 1973년 인삼의 사포닌을 원료로 한 진생삼미를 내놓았다. 그 축적 위에서 1997년 설화수가 태어났다.

오늘 우리가 한방 화장품이라고 부르는 것의 본체는 여기까지다. 범주의 나이는 약 60년, 프리미엄으로서의 나이는 약 30년이다.


그 이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피부에 쓰는 온천욕, 음식, 마사지, 팩, 향기, 비누, 탕액 처방이 실려 있다. 연지는 홍화(紅花)를 썼고, 홍화는 활혈(活血)거어(祛瘀)하는 본초였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화장품이 아니었다. 의방(醫方)의 일부였다. 범주가 달랐다.

두 층을 하나의 상품 이름으로 묶은 것은 1966년이었다. 그때부터 "한방 화장품"이라는 말이 수천 년의 전통을 소급해 끌어오기 시작했다. 의서의 피부 처방이 새 상품 범주의 족보가 되었다. 족보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품이 먼저 있었고, 족보는 나중에 붙었다.


하나 더 걸리는 자리가 있다. '한방'이라는 단어 자체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같은 황제내경(黃帝內經)과 상한론(傷寒論)에서 출발했다. 같은 본초를 쓴다. 인삼, 감초, 황기, 당귀, 작약, 계지. 같은 고전 방제를 쓴다. 갈근탕, 소시호탕, 육미지황환. 경혈 361개는 세 나라가 함께 참여해 WHO 국제 표준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상품 진열대 위의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한방', 중국은 '중약(中藥)', 일본은 '와칸(和漢)' 또는 '한방 코스메'라고 부른다. 같은 인삼, 같은 감초, 같은 동의보감을 공유하면서도 매대 위의 라벨은 다르다.


즉 '한방'이라는 단어는 전통의 이름이 아니다. 한국 시장의 이름이다. 1966년 한 나라의 한 시장에서 태어난 지역 라벨이다. 세계사의 단어가 아니라 광고사의 단어다.


여기서 한 번 더 뒤집어야 한다.

1세대라고 불리는 진생삼미와 설화수가 한 일은 인삼에서 사포닌(saponin)을 분리하고 현대 제형에 안정화하는 작업이었다. 이것은 1966년 시점에 이미 천연물 추출, 성분 분리, 제형 안정화라는 현대 과학의 작업이었다. 전통의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작업대는 실험실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2세대 한방 화장품" 선언은 무엇을 뒤집는 것인가. 벗으려는 것은 '전통'이라는 포장지다. 그 포장지를 누가 씌웠나. 1966년의 광고가 씌웠다. 벗는 사람도, 씌웠던 사람도, 그 아래의 작업은 같은 층에 있다. 1세대도 과학이었다. 2세대도 과학이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과학의 세대 교체가 아니라 '한방'이라는 라벨의 수명 주기다.


라벨이 낡으면 새 라벨을 붙이고, 그 교체를 세대 교체라고 부른다.

60년 된 옷을 벗으면서 "수천 년 전통을 넘어선다"고 말할 때, 넘어서는 것은 수천 년이 아니라 60년이다. 그 60년 동안 수천 년이라는 말이 이 범주에 얹혀 있었다.


출처를 되짚으면 수천 년은 줄어들고, 60년이 남는다.

모든 전통은 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마케팅 용어로 포장된다. 그러나 효능을 주장하는 순간, 그 주장은 현대 과학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전통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존중받되, 상품이 되고 효능을 말할 때만 다른 자리의 규칙이 따라붙는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당연한 것 하나를 꺼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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