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ocent Feb 02. 2021

5-6장 힘과 운동 [2]

역학 문제를 푸는 방법


물론 우리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연습해 보아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일반물리학 수준의 모든 역학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여기에 (1)이라는 숫자를 적은 것은, 나중에 우리는 강체의 회전에 대한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의에서 설명하는 것은 강체의 회전을 고려하지 않은, 질점의 ‘병진 운동’만을 고려할 때의 레서피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모든 역학 문제는 다음 두 단계로 풉니다.



첫째, 방정식을 쓴다. 둘째, 방정식을 푼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원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 상황에 닥치면, ‘방정식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한 공식이나 요령, 또는 문제 유형을 빨리 떠올리려고 하는 유혹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명하는 방법을 잘 기억하고 연습을 해 두면, 나중에는 그런 ‘공식’을 외울 필요조차 없게 될 것입니다.


방정식을 푸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게 방정식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말하는 방정식은 ‘운동을 결정하는’ 방정식, 즉 ‘운동 방정식’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먼저 병진 운동만 있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가장 먼저, 여러분들은 ‘몇 개’의 방정식이 필요한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가 다루지는 않았지만, 질량 중심은 몇 개인가, 또는 질점은 몇 개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이것을 N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모든 질점들이 독립적으로 기술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각각의 질점들이 서로 연관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바로 구속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에서 명시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드러난 구속 조건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러한 구속 조건의 개수를 f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먼저 삼차원 공간의 벡터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3 x N 개의 방정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3N 개의 모든 방정식이 ‘독립’적인 것은 아니며, 그 중에서 f 개의 변수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3N - f’ 개의 변수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해가 잘 되시나요? 아마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제는 그림과 같이 도르래에 두 개의 질점이 연결된 장치, 즉 애트우드 장치라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역학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 경우에 도르래의 질량을 무시한다면, 질점은 두 개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정식은 3 x 2, 즉 여섯 개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여섯 개의 방정식을 모두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먼저 물체는 위 아래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종이 면에 수직인 방향, 또는 수평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가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입자에 대해서 두 가지 방향이 줄어들게 되므로, 2 x 2, 즉 네 개의 방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어진 실이 팽팽하다면, 왼쪽의 상자가 내려간 만큼 오른쪽의 상자는 올라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성립합니다. 즉, 왼쪽 상자의 운동이 오른쪽 상자의 운동을 결정한다는 것, 즉 실이 바로 ‘구속 조건’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속조건이 하나 더 존재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풀어야 하는 독립적인 방정식은 ‘6 - 4 - 1’, 즉 ‘한 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문제를 풀면서 이게 맞는지에 대해서 확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단 문제를 풀지 않더라도 파악할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이제 실제로 수식을 적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수식을 적기 위해서는 좌표를 잡아야 합니다.



좌표는 여러분들이 올바르게만 잡는다면 마음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잡을 수도 있고, 아래에서 위로 잡을 수도 있고, 비스듬하게 잡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좌표를 어떻게든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좌표의 방향을 명시적으로 표현해야만 합니다. 좌표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운동 방정식을 적으면, 이 방정식이 옳은지 아닌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부호를 설정하는데에 있어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시 이 예제로 돌아오겠습니다. 평면에 수직인 방향 또는 수평 방향은 무시하도록 합시다. 줄에 의한 구속 조건을 일단 무시하면, 각 질점 당 좌표를 하나씩 잡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각각 좌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방법으로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구속 조건은 나중에 고려하기로 하고, 일단은 각 질점의 좌표를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각 좌표의 방향은 어떻든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구속 조건을 고려할 때, 좌표의 방향을 다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좌표를 잡았으면, 질점에 작용하는 모든 힘들을 찾아야 합니다.



모든 힘들을 어떻게 찾을까요? 먼저 질량 중심에 대해서는 중력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물체의 접촉 면에서는 항상 어떤 종류의 힘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전에 언급한 수직 항력, 마찰력, 장력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존재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든 방향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적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힘들은 다른 힘들과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찰력은 수직 항력과 관계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너무 성급하게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관계식을 대입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은 각각의 힘을 ‘독립적’으로 취급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질점 두 개가 맞닿아 있는 경우에는, 접촉면에서 항상 ‘작용-반작용’의 ‘짝힘’이 발생합니다. 이 각각의 힘을 각각의 질점에 잊지 말고 적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트우드 장치에서는 왼쪽 질점에 대해 중력과 장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참고로, 상자가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장력이 작용하는 작용 점은 상자와 실이 이어진 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력이 작용하는 지점은 질량 중심, 즉 상자의 중심이 됩니다. 이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체와 같이 회전할 수 있는 물체의 경우에는 힘의 작용점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병진 운동의 경우에는 작용점의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 질점에 대해서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모두가 ‘독립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 그 다음 단계에서는 각 힘의 작용점을 질량 중심으로 옮깁니다.



이것은 병진 운동의 방정식을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회전 운동의 경우에는 작용점까지의 거리를 찾고, 회전과 관련한 방정식, 즉 토크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학기 후반부에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그림을 보시면, 화살표를 질량 중심으로 옮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방정식을 적기 위해 그림을 지우고, 각각의 질점을 ‘독립적’으로 고립시켜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두 질점에 해당하는 운동 방정식을 적어 봅시다.


이제 모든 질점에 대한 운동 방정식을 성분별로 적어야 합니다.



좌변에는 변수에 대한 ‘ma’ 항을 적어줍니다. 2차원 이상의 문제에서는 당연히 가속도 성분이 x-성분과 y-성분으로 분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변에는 각 방향에 대해 작용한 모든 힘들을 적어줍니다. 중력, 장력, 마찰력 등등, 어떤 힘이든 그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모두 적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방향입니다. 더해 주어야 하는지 빼 주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앞에서 설정한 좌표의 방향과 비교하면 됩니다. 그 힘이 처음 설정한 좌표와 같은 방향이면 양수가 되고, 반대 방향이면 음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힘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정보를 대입합니다. 예를 들어, 마찰력은 '수직 항력 곱하기 마찰 계수'라는 것, 그리고 장력은 실이 팽팽한 이상 양 끝단에서 크기가 같다는 것, 등을 의미합니다.



애트우드 장치의 경우, 일단 두 개의 방정식을 아래와 같이 적을 수 있습니다. ‘m1a1’ 그리고 ‘m2a2’를 좌변에 적어주고, 각각에 대해 작용한 모든 힘, 즉 각 질점에 작용한 중력과 장력을 적어준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좌표의 방향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잡았기 때문에, 장력의 앞에는 마이너스 부호를 붙여주어야 합니다.



즉 좌표의 방향과 중력의 방향이 같고, 장력의 방향은 반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처음에 좌표의 방향을 다르게 잡았다면, 방정식의 부호는 각각 달라질 수 있지만, 물리적인 의미는 동등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대입합시다. 먼저 중력질량 곱하기 중력 가속도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질량과 중력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해서 문제에 주어진 조건으로 표현하도록 합시다.



실이 팽팽한 경우, 왼쪽의 장력과 오른쪽의 장력은 크기가 같습니다. 따라서 ‘T1’과 ‘T2’를 ‘T’라는 같은 문자로 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구속 조건’을 부여하면 됩니다.



구속 조건을 부여해서, 처음 우리가 생각한 것과 같이 독립적인 방정식의 수가 일치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혹시 이것이 다르다면, 뭔가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 됩니다. 구속 조건을 정확하게 고려하기 위해서는 기하학적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데, 때로는 여기에서 실수를 범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애트우드 장치와 같은 ‘고정 도르래’에서의 구속 조건과 ‘움직 도르래’에서의 구속 조건이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때로 우리는 ‘구속력’이라는 것, 즉 구속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애트우드 장치의 구속 조건이란, 왼쪽 상자가 내려간 만큼, 오른쪽 상자는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즉 ‘x1 - x2 = const’가 된다는 것이 구속 조건입니다. 따라서 이 구속 조건을 시간으로 두 번 미분하면, 왼쪽의 가속도와 오른쪽의 가속도는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편의상 왼쪽의 가속도를 a로 놓으면, 오른쪽의 가속도는 - a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대입하면 아래와 같은 운동 방정식을 얻게 됩니다. 이 운동 방정식에서는 운동을 기술하는 변수가 이제 가속도 a 단 하나밖에 남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처음 생각한 변수의 개수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독립적인 방정식이 두 개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왜일까요?



사실 여기에는 미지수 하나가 더 존재합니다. 장력 T도 결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 두 방정식을 연립해서 풀면, 우리는 a와 T에 대해 각각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T는 구속 조건을 유지하는 힘, 즉 구속력이라 불리는 것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구속 조건 하에서 물체와 물체 사이에 전달되는 힘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구속력의 다양한 예에 대해서는 연습 문제들을 통해 수업 시간에 다루어보도록 합시다.



여기까지 모든 역학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물론 제약 조건은 있습니다. 일반물리학 수준에서의 문제들에 대해서 다룬 것이고, 또 병진 운동만 다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적용 범위는 상당히 폭넓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이 방식에 따라 ‘정도’를 택해서 문제를 푼다면, 처음에는 좀 느린 듯 보이고 때로는 불필요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어떤 역학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실력자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6장 힘과 운동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