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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cent Feb 03. 2021

7장 운동에너지와 일

에너지의 중요성

밤에도 우리가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전구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은 에너지에 의해서 설명됩니다. 저의 아이가 가지고 노는 수많은 장난감에는 건전지가 들어가는데, 이 건전지는 자주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건전지를 바꿀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에너지에 대해서 설명해 줍니다. 장난감이 돌아가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를 전지가 공급해준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에너지란 아주 친숙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에너지란 근본적으로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그것을 지금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아주 깊고 심오한 의미가 있습니다.



운동에 있어 에너지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라이프니츠였다고 합니다. 라이프니츠는 운동에 있어서 보존되는 어떤 요소가 있는데, 이것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운동과 관련된 어떤 에너지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운동 에너지의 개념에 대응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강의를 통해, 먼저 뉴턴의 운동 방정식에서 출발해서, 에너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자, 지난 시간에 본 것처럼 다음과 같이 운동 방정식을 적어 봅시다.



좌변은 운동의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바뀌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변은 운동이 어떻든 바뀌지 않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우변은 시간의 미분으로 되어 있으며, 이것은 좌변과 우변이 모두 시간의 함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좌변을 시간의 함수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다른 변수의 함수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른 변수란, 속도나 변위일 수 있는데, 물론 이 속도나 변위는 시간에 대한 함수가 되긴 합니다. 아무튼 편의상 좌변을 속도나 변위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변에서 시간의 미분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이 미분 방정식을 풀 때,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동등한 방정식이지만, 이 방정식을 한 번 변형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을 위해 양 변에 한 번 dx 벡터를 곱하고 적분해 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좌변은 힘을 x-방향으로 적분한 것이 됩니다. dx가 벡터이기 때문에, 보통 우리는 이것을 경로 선적분이라고 합니다. 어떤 경로를 따라 적분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힘과 dx 벡터가 내적되어 있기 때문에, 힘의 성분 전체가 아니라 진행 방향과 평행한 성분을 곱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좌변은 이렇게 적분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변은 어떤가요? 질량을 상수라고 생각한다면, 우변은 다름 아니라 '속도의 시간 미분 곱하기 dx'의 형태가 됩니다. 그런데 v와 x 모두 사실은 시간의 함수입니다. 이런 경우, 즉 모든 함수가 시간에 의존하는 경우, dt 부분을 오른쪽 dx의 밑으로 살짝 옮겨줄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dv 곱하기 dx/dt’의 꼴로 적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dx/dt는 다름 아니라 ‘속도’ 즉 v와 같아집니다. 그래서 이 식의 우변은 다름 아니라, ‘mv 곱하기 dv’의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식의 우변은 다름 아니라 v만의 함수가 되므로, 아주 간단하게 적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됩니다. 좌변은 시작 점 ‘i’에서 끝 점 ‘f’까지의 경로 선적분을 의미하고, 우변은 ‘이분의 일 엠 브이 제곱’에 대한 끝 점과 시작 점 사이의 차이, 즉 ‘이분의 일 엠 브이 제곱’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좌변, 즉 F를 dx 방향으로 내적해서 적분한 것을 ‘일’(work)이라고 부르고, 우변을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의 변화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일은 운동 에너지의 변화와 같다’는 것을 결과로 얻게 되는데, 이것을 ‘일-운동 에너지 정리’라고 합니다. 이 식에서 중요한 점은, 먼저 좌변은 '경로를 따라서’ 적분하는 것이고, 우변은 오직 경로의 ‘끝 점’ 또는 경로의 ‘경계’에만 의존하는 값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힘을 받으며 먼 경로를 거쳐 일을 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결국 그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왔으므로 일을 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여기에서 각 지점마다 잘 정의되는 함수를 정의할 수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운동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운동 에너지는 ‘이분의 일 엠 브이 제곱’으로 정의됩니다. 운동 에너지를 포함해서 에너지의 차원을 가지는 물리량의 단위는 ‘줄’(J)을 사용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m은 질량이고, v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우리는 이 정의를 속도가 벡터인 경우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운동 에너지, 더 나아가서 에너지란 기본적으로 벡터가 아니라 스칼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칼라는 방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좀 더 쉬워 보입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에너지란 운동 방정식으로부터 정의 및 유도할 수 있는 개념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운동 방정식이 좀 더 근본적인 개념이고, 에너지는 물론 유용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운동 방정식의 개념에 의존하는, 즉 운동 방정식보다는 뭔가 좀 더 부족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 방정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듯이, 에너지로부터 운동 방정식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바로 18세기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오일러와 라그랑주의 연구, 특히 ‘변분법’에 대한 연구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사실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어디까지나 직교 좌표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직교 좌표계가 아니라면 ‘F = ma’라는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할 수 있습니다. 그냥 임의의 변수를 두 번 미분한다고 해서 가속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에너지 함수를 사용하고, 여기에 변분법을 적용한다면, 내가 어떤 좌표계를 사용하든, 즉 직교 좌표계이든 구면 좌표계이든 원통 좌표계이든 상관없이, 방정식을 동일한 형태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에너지는 스칼라이기 때문에, 벡터보다 좀 더 다루기 쉽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함수를 사용해서 역학 문제를 다룬다면, 벡터의 방향에 대한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좀 더 정확하게 역학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법을 라그랑주는 자신의 저서 <해석 역학>에 기술해 놓았습니다.



라그랑주의 이 책은 역학에 대한 책이고, 상당히 많은 역학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림이 하나도 없으며,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라그랑주 본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림 없이 역학책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시각적인 직관이 없이도 역학의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 방정식에 의한 기술과 에너지에 의한 기술은 사실상 ‘동등하다’라는 놀라운 사실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일반물리학 수준에서는 이 정도까지 이해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고, 2학년 과목인 ‘역학’에 가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만 더 잡담을 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방금 ‘운동 방정식’과 ‘에너지에 의한 기술’은 서로 동등하다고 했는데, 사실은 동등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의한 기술이 좀 더 근본적인 기술일 수 있습니다. 오일러와 라그랑주의 ‘변분법’에 대한 연구, 그리고 라그랑주의 ‘해석 역학’에 대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떤 함수를 변분하면 운동 방정식을 얻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함수는 에너지 함수의 시간 적분, 즉 ‘작용’(action)이라고 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여기에서 운동 방정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은 작용을 변분한다는 것, 즉 작용의 최솟값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해밀턴의 원리’라고 알려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들은 ‘해밀턴의 원리’로부터 역학을 시작합니다. 해밀턴의 원리에서는 작용이 가장 근본적인 물리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데, 이 작용은 에너지 함수에 대한 시간 적분으로 주어집니다. 에너지 함수이기 때문에, 스칼라량이고, 따라서 좌표에 의존하지 않는, 즉 공변적인 양을 적는 것이 좀 더 쉬워지게 됩니다.


글쎄요, 물론 여기에서 유도할 수 있는 운동 방정식은 뉴턴의 운동 방정식과 똑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뉴턴의 운동 방정식과 ‘해밀턴의 원리’ 또는 오일러와 라그랑주의 해석 역학의 방법이 모두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고전 물리학의 영역에서는 그럴지 모릅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새롭게 구성하려고 한 파인만은, 사실은 해밀턴의 원리가 좀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용을 최소화하는 경로는 고전적인 운동 방정식을 만족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로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고전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해가 됩니다. 그러나 파인만은 이러한 경로들이 양자역학적으로는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파인만은 고전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경로들까지 고려하는 적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을 파인만의 ‘경로 적분’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경우 이러한 경로 적분의 방법을 사용해서 양자역학적 현상을 연구합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의 경로 적분이 ‘해밀턴의 원리’에서 파생되었다는 것, 그리고 해밀턴의 원리는 오일러와 라그랑주의 ‘변분법’에 대한 연구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변분법은 ‘에너지 함수’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에너지가 아주 근본적인 물리적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시험에는 안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일-운동 에너지 정리'에서 얻었던 관계식의 양 변을 시간으로 미분해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좌변은 ‘일’의 시간 미분이 될 것입니다. 즉 단위 시간당 얼마나 에너지가 소모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일률’(power)이라고 부릅니다. 시간당 에너지가 얼마나 소모되었는가, 또는 시간당 얼마나 일을 했는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일률의 단위는 ‘J/s’가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와트’(W)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단위라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대체로 전자기기에서는 시간당 전기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그래서 전기세는 얼마나 나오고 혹시 특정 순간에 과부하가 되지는 않는지, 이렇게 시간당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전자기학 부분에서 회로나 저항에서 소모되는 일률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약 힘이 일정하게 작용한다면, 시간 미분을 좀 더 간단하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힘이 상수이기 때문에, 다름 아니라 일의 시간 미분, 즉 일률은 ‘힘 곱하기 속도’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차원을 생각해보면 좌변과 우변이 같다는 것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관계식은 어디까지나 힘이 일정할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장소에 따라 힘이 변하는 경우에는 이 식은 적용할 수 없으며, 일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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