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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팍 Jul 29. 2018

신데렐라처럼
나만의 컬러를 찾자

무채색의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신데렐라 Cinderella는 1950년, 2002년, 2007년 신데렐라 애니메이션을 만든 디즈니에서 직접 실사화해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신데렐라는 디즈니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한 디즈니 프린세스 Disney Princess 라인업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캐릭터다. 재투성이 소녀로 시작해 공주가 되었으니 디즈니 프린세스 중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신분상승을 한 캐릭터다.   


디즈니엔 공주가 참 많다 *출처: princess.disney.com

디즈니 프린세스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 겨울왕국 Frozen의 엘사와 안나가 없다. 왜 그런가 알아보니 디즈니 정책상 캐릭터 단독으로 인기를 끌기 어려워지면 '공주 대관식'을 거친 후 라인업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즉 2013년에 개봉한 겨울왕국의 인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인기가 많으면 솔로 활동을, 인기가 떨어지면 그룹 활동을 하는 것이다.


11명의 디즈니 프린세스 중 신데렐라는 1937년 생인 백설공주 다음인 둘째 공주이다. 아래로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로 유명한 1959년 생 오로라 공주가 있다.


다시 영화 신데렐라로 돌아와 보자. 계모와 두 언니는 신데렐라를 버리고 왕실 무도회로 떠나버리고, 신데렐라는 요정 대모의 도움으로 호박마차를 타고 뒤늦게 참석하게 된다. 무도회가 시작되기 직전 신데렐라가 계단을 홀로 내려오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모든 이들이 넋을 잃고 쳐다본다.

*출처: d23.com


웅장한 장식의 대리석 계단도, 화려한 꽃도, 멋진 촛대도 신데렐라의 블루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경일뿐이다. 그녀의 블루 드레스만 빛이 나고 나머지는 빛을 잃는다.


왕자가 춤을 청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고 넓은 공간을 왕자와 신데렐라 둘이 차지하고 있어 돋보이기도 하지만, 잘 관찰해 보면 다른 여성들의 드레스 색은 탁하다. 신데렐라의 블루 드레스처럼 채도가 높은 색의 드레스는 없다. 심지어 왕자도 흰색 옷을 입어 드레스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출처: www.simbasible.com


신분상승은 차치하고 신데렐라는 이 순간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내 드레스가 가장 아름답고, 신발도 세상 예쁜 유리구두이고, 무도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왕자가 춤을 청하고, 다른 이들은 나의 아름다운 모습과 상황에 압도되어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이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 집에서 뭘 해도 구박받던 나는 없다.  


직장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생각해 보자. 신데렐라처럼 돋보이는 블루 드레스를 입고 일하는가? 아니면 괜히 윗사람 눈에 띄지 않으려고 무난하게 어두운 색 드레스를 입고 일하는가?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 난 관종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방식에 뚜렷한 컬러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무난한 컬러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회의 시간에 의견을 물어보면 애매모호하게 답한다. 굳이 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사 앞에선 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개인 톡으로 풀면 된다.
상사는 나에 대한 평가권을 갖고 있고, 잘못 보이면 결재할 때 꼬장을 부릴 수도 있다.

임원 앞에선 공손함이 최고다. 가벼운 미소만 날리고 거슬릴 말은 하지 말자.

착한 아이 콤플렉스 Good boy syndrome로 보일 정도로 모두에게 친절하다.

어차피 월급은 똑같다. 도전적인 프로젝트는 피하자.


뚜렷한 컬러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회의 시간에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의견은 서로 조율하면 된다.

상사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꼭 한다. 듣기 좋게 전달하려 노력할 뿐이다.

임원과 나의 차이는 역할의 차이뿐이다.
예우는 하되 임원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면 설득을 시도해본다.

함께 하는 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적 갈등 Task conflict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갈등 Emotional conflict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어차피 월급은 똑같다. 하지만 회사가 내 일생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실력을 기르자.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착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무난하게 생활할 것을 강요받아왔다. 대놓고 그걸 강요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은근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력 중심의 세상에서는 오히려 그게 독이 된다. 성격이 못 되더라도,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튀지 말라는 조언을 듣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남는 건 '내 실력' 뿐이다. 내가 가진 실력의 컬러가 명확해야 일로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디즈니도 우아하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엘사 Elsa, 안나 Anna, 모아나 Moana처럼 왕자님과의 사랑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도 시대 흐름의 변화에 따라 "여성은 시집 잘 가야 한다"에서 "여성은 내 삶을 개척할 의지와 실력이 있어야 한다"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영화 속 신데렐라는 옛날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주변 인물과 차별화되어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멋진 드레스도 차별화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도 남달랐다. 무도회에서 만난 큰 나라 공주는 왕자를 살짝 무시하며 너희 나라를 위해서는 나랑 결혼하는 게 좋을 것이라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신분상승과 왕실의 부에 취해 왕실 무도회에 몰려가고, 맞지도 않는 유리구두에 발을 욱여넣는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왕자가 신분을 속이고 견습공인 척할 때에도, 왕자임이 밝혀졌을 때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왕자를 대했다. 그렇게 차별화된 인간적 매력이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신데렐라는 착해서 잘된 게 아니다. 남들과 달라서 잘된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른 컬러를 갖고 있는가?

혹시 무채색 인생을 즐기고 있지는 않은가?

무채색으로만 살기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 시원하게 칠해보자.


/ 직장인 업무 기본서, 업무전과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all.alphacoders.com/big.php?i=566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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