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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팍 Aug 08. 2018

포스트잇 러브 (상)

박상훈의 INNOSPARK, 2010년 2월호


최근 두산뿐만 아니라 포스코, 코오롱, 대한항공, 다음커뮤니케이션, 아모레퍼시픽, 서울아산병원, 디자인하우스,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상청 등 여러 기업과 공공 기관에서 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 RIM의 블랙베리, 삼성전자의 옴니아2, LG전자의 라일라폰과 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직원들에게 업무용으로 무상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노트북을 켜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이메일을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Mobile office의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앱스토어에서 콘텐츠를 구입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영어 교육업체들을 중심으로 M러닝 Mobile learning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학습 콘텐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1] 필자도 위에서 열거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가져올 ‘도구의 혁명’이 기업교육시장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판단하기 위해 관련 기사와 서적을 두루 살펴보고는 있지만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구석기인 취급받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캐나다의 문화운동 그룹인 애드버스터 Adbuster는 디지털 디톡스 (Digital Detox: 디지털 중독 치료)라는 이름으로 일주일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폰, 엑스박스, TV 등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운동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는 일주일 동안의 체험을 통해 종이와 펜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이메일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생각을 정리한 뒤 필요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3]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 [4]


어떤 것이 옳을까? 


한 걸음이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최신 디지털 기기를 구입해 사용법을 마스터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첨단 기술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아날로그에 머무는 것이 마땅한가. 


필자는 핸드폰에 있는 각종 데이터를 블루투스 Bluetooth 기술을 활용해 노트북에 전송하고, 자동 백업 프로그램으로 노트북과 외장하드의 데이터를 동기화하며, 윈도 비스타에서 맥 Mac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로켓독 RocketDock으로 폴더와 응용 프로그램의 아이콘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로지텍의 VX Nano 무선 마우스로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조의 도구, 연필’에서도 밝혔듯이 아날로그 도구를 은근히 고집하기도 한다. 

 

필자의 바탕화면 [5]


누군가는 아이폰에서 일정과 메모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썸 노트(Awesome Note)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줄 알면서도,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맛에 시스템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아 종이 책을 선호하지만, 도서구입비를 줄이기 위해 킨들(kindle)로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책을 읽기도 한다. 

 

어썸 노트 [6]

 
디지털인가 아니면 아날로그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강상중 교수가 그의 저서 ‘고민하는 힘’에서 자신의 고민스러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시대를 어떤 방식으로 대했는지 설명한 부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따르면 독일의 사회과학자인 막스 베버와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가인 나쓰메 소세키는 시대가 거친 격류처럼 흘러가고 그 흐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그 흐름에 올라타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다’라는 태도로 시대에 맞섰다고 한다. [7]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디지털이라는 흐름에 올라타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삶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려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1] 앱스토어 App store는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 Application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애플에서 아이폰 3G를 출시하면서 이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App를 Apple의 줄임말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2]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예측하는 목소리로 온 지구가 시끌시끌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애플 입장에서는 큰돈 안 들이고 전 세계에 홍보하니 손해 볼 게 없다. 아이폰이나 맥북과의 충돌을 피하고 새로운 니즈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애플의 절묘한 포석이 놀랍다. 지금 당장 넷북의 자리를 위협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킨들의 대체재로써는 월등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미디어 업계와 출판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이팟으로 음악 시장을 하나로 묶었던 것처럼 애플은 이 세상의 모든 신문과 책을 아이패드에 담고자 하고 있다. 
[3] 2010 트렌드 웨이브, MBC
[4] 애드버스터 홈페이지 

https://www.adbusters.org/campaigns/digitaldetox
[5] 로켓독 프로그램으로 깨끗해진 바탕화면에서 작업 중인 폴더와 파일의 ‘바로 가기’만 바탕화면에 두고 작업 종료와 함께 ‘바로 가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해야 할 일'을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로켓독은 다음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사용법은 여러 블로그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http://rocketdock.com/
[6] 어썸 노트는 백승찬 씨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큰 화제를 모았었다. 

앱스토어 돈벼락 맞은 앱 개발자의 '충고'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365627
어썸 노트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http://bridworks.com/
[7] 고민하는 힘, 강상중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deviantart.com/dedavai/art/Flower-Analog-vs-Digital-177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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