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은 본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뜻하는 용어다. old normal(평범하고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기존의 기준)이 사라지고 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기준)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우리말로 '새 기준' 혹은 '새 일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new normal은 섬뜩한 용어다. 내가 지키려고 애썼던 기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규칙, 내가 살아왔던 일상이 어느 순간 '옛 기준'이 되어 쓸모없게 되고 나의 선호와 상관 없이 '새 기준'을 따라야 한다. '새 기준'은 예전의 abnormal이 지금의 normal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불편하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근 new normal이 코로나19와 연결되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America's 'new normal' will be anything but ordinary, CNN
What Will The Post-COVID ‘New Normal’ Look Like?, Forbes
What will be the new normals after the coronavirus pandemic?, CBS
Coronavirus: Flexible working will be a new normal after virus, BBC
COVID-19: How leaders can create a new and better normal, WEF
2008년 이후 사용하던 new normal과 구별하기 위해 next normal이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Beyond coronavirus: The path to the next normal, McKinsey
How Coronavirus Will Change the 'Next Normal' Workplace, Gallup
Navigating towards a 'next normal’ after COVID-19, Deloitte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coronavirus pandemic)이 세계 경제를 재편하고 있다. 위기가 처음으로 시작된 아시아가 이제는 위기에서 탈출하는 길을 이끌고 있다. COVID-19는 인간의 생명 보호와 생계 유지라는 전례 없는 두 가지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아시아는 위기를 먼저 겪었고, 그로부터 강해져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아시아는 ‘다음 시대의 새로운 기준(the next normal)’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맥킨지가 2018년 보고서에서 선정한 장기 성장우위국가(Long-term Outperformers)는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태국이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도 1~2년 안에 1인당 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은 나라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더욱 잘 대비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 싱가포르, 한국의 강력한 공중보건 대응이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엄청난 충격은 비즈니스, 사회, 세계 경제 질서를 크게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비대면 상거래는 억지로 하게 된 행동에서 일상적인 습관이 될 수 있다. 공급망 또한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제거하기 위해 재구성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에서 위기는 약점과 개선의 기회 둘 다 드러나게 할 것이다.
올해는 확실히 우리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모든 가정에 도전해야 할 때이다. 지금과 같은 거대한 충격 이후에는 불가피하게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조직과 국가의 리더들이 내리는 현재의 의사결정은 위기 극복 뿐만 아니라 다음 시대의 새로운 기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까지 규정하게 될 것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BC(코로나 전) 세상과 AC(코로나 후) 세상으로 나눌 수 있다.
There is the world B.C.(Before Corona) and the world A.C.(After Corona).
위 아티클은 코로나 후 세상을 미국과 유럽이 아닌 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금까지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 갈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HRD가 늘 하던 대로 그 기능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혁신하고, 조직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시점이다.
HRD에서 하는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개발 측면에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 그리고 조직개발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일하는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회사마다 혹은 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통 교육 기획 및 운영의 비중이 가장 크고,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등의 조직문화 업무를 일부 병행하곤 한다.
조직 전체의 성과향상을 위해 업무 수행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분석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HRD의 역할이지만 현업 부서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로 인해 HRD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는 찾기가 어렵다.
지금은 HRD 업 자체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구성원 개인에게 필요한 지식과 스킬이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고,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문화'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1주 출근 + 3주 재택근무, 일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유근무를 실험 중이다. 실험 결과를 보고 8월에 계열사 전체로 확대 적용할지 판단한다고 한다. 롯데지주는 주 5일 중 1일 재택근무를, NHN은 매주 수요일마다 사무실 밖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수요 오피스' 제도를, 동국제강은 월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기술 기반의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도 새로운 근무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Amazon - 최소한 10월까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선택권 부여
Barclays - 현재 70,000 명의 직원이 집에서 일하는 중.
제스 스테스티 은행장은 "큰 도시에 위치한 사무실은 과거의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함
Facebook - 장기적 전환 차원에서 2020년 말까지 원격근무
Google -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 연장
Mastercard - 직원 대다수가 복귀할 준비가 될 때까지 재택근무. 글로벌 오피스 통합도 모색 중
Microsoft - 대부분의 직원을 대상으로 10월까지 재택근무 연장
Royal Bank of Scotland - 최소 9월 말까지 재택근무
Spotify - 4,000명 이상의 직원이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
Twitter - 직원들에게 영구적으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
WPP - 세계 최대의 광고 대행사인 WPP는 자발적이고 유연한 복직 허용
2004년 '주 5일 근무제',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도 기업 입장에서 큰 충격이었지만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의 확산'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근무의 무게중심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일의 결과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HRD에서 고민해 볼 문제는 다음과 같다.
원격근무의 생산성은?
예전보다 개인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나?
관리자는 원격으로 업무 배분, 진척 관리, 완결을 할 수 있나?
성과부진자에 대한 관리 방법과 지원책은?
구성원 각자가 느낄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은?
오프라인만큼 온라인에서 소통과 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에서 리더는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팀워크는 유지될 수 있나? 아니 팀워크가 필요한가?
소속감, 직원몰입(employee engagement) 등을 유지 및 강화하려면?
원격근무 환경에서 구성원 각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스킬은?
구성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업무 스타일이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 조직만의 강점을 지키려면?
(A기업은 깨알같이 디테일을 챙기는 강점, B기업은 거침 없이 의사결정하고 도전하는 강점, C기업은 치열하게 고민하는 강점 등 지금은 회사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 고유의 강점을 갖고 있음)
비전, 핵심가치, 조직문화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나?
새로 입사한 신입 및 경력직원의 조기 정착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원격근무가 장기화되어 하나의 new normal로 정착이 되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고려할지도 모른다.
총 인건비 대비 원격근무의 생산성이 좋지 않다.
어차피 원격이라면 정규직을 줄이고 차라리 외부 프리랜서, 외부 업체와 협업
사람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니 인공지능,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기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부동산 관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은 아예 없애고 지역별 허브 오피스만 배치
정규직은 최소화되고 계약 관계인 프리랜서가 크게 늘어나는 Freelancing 혹은 Gig Economy 세상이 올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HRD에서 정규직 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를 맺은 프리랜서의 역량 개발을 도울 수도 있다. D기업은 제품 생산만 하고, 세일즈와 서비스는 여러 협력사에 맡기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D기업은 상당한 교육예산을 투자해 교육과정과 평가를 실시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협력사 직원은 D기업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할 수 없다.
HRD는 지금까지 조직 내에서 보조적이며 지원하는 역할만 수행해 왔다. 이제는 HRD가 스스로 달라지고, 주위를 달라지게 할 때다. 우리 회사가 old normal에서 new normal로 전환하는 혁신에 불을 붙이는 HRD가 되어야 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718653&cid=55571&categoryId=5557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90110&cid=62067&categoryId=62067
https://www.mckinsey.com/featured-insights/asia-pacific/could-the-next-normal-emerge-from-asia
https://www.nytimes.com/2020/03/17/opinion/coronavirus-trends.html
https://www.bbc.com/news/business-52765165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51371.html
http://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55270
https://www.samsungsds.com/global/ko/support/insights/1211919_2284.html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9/2020031906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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