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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09. 2019

아시아의 디즈니, 핑크퐁(스마트스터디)

[국내기업] 핑크퐁(스마트스터디)

5월의 어느 맑은 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내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일하는데 미안한데 혹시 유튜브 구간 반복할 수 없을까? 아들님께서 자꾸 영상 앞부분만 보겠다고 해!"


"응?"


"영상 앞부분에 여우가 떨어지고 구르며 "핑크퐁!" 소리 나는 인트로 부분만 보고 싶다고 구체적인 요구를 해!"


핑크퐁 인트로; 출처: 유튜브 "‎Philippine Eevee"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 치명적인 콘텐츠를 제작한 회사의 이름은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 로고; 출처: 스마트스터디

세계를 집어삼킨 상어가족

스마트스터디의 대표 메가히트곡 '아기상어'는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20주 연속 오르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6위에 오르는 등 음원 시장을 장악했다. 이전까지 ‘핫 100’ 차트에 오른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도 상위 50위권을 기록한 아티스트는 싸이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일했다. '상어가족'은 “뚜루루뚜루∼”라는 후렴구를 반복하면서 상어 가족을 소개하는데 중독성이 있어 한때 수능금지곡으로 불리기도 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 출처: MEL Magazine 'The Complicated History of 'Baby Shark'


상어가족이 이처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료광고가 아닌 '입소문'의 영향이 가장 컸다. 믿기 힘들겠지만 출발은 2017년 아만다 써니라고 하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이 인도네시아의 Tonight Show에 출연해 상어가족 춤을 추면서였다.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아만다 써니; 출처: wallpaperflare


아만다 써니가 핑크퐁 춤을 춘 인도네시아 TV쇼; 출처: the list "The untold truth of Baby Shark"


그렇게 신드롬급 바이럴 영상으로 전 세계인들을 좌우로 손뼉 치게 했던 '베이비샤크 챌린지'는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의 커버 버전이 생성되었고 미국 간판 토크쇼인 엘렌쇼와 영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X 팩터 결승전 등 다양한 해외 인기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이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는 이제껏 없었다”라고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Baby Shark' Ellen Show; 출처: Youtube


이러한 인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지난해 소니 뮤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출시한 아기상어 CD 앨범은 영국에서 단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Baby Shark Special; 출처: Amazon 영국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월마트, 영국에서는 The Entertainer를 통해 출시된 핑크퐁 아기상어 완구류는 불과 며칠 만에 품절되었다.


Baby Shark items; 출처: The Entertainer


현재 스마트스터디는 캐릭터들을 활용한 모바일 앱을 운영 중인데 세계 112개 국가에서 약 1억 5,000만 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이외 뮤지컬, 콘서트, TV 애니메이션 등의 제작에도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스마트스터디의 비결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지속되는 브랜딩

스마트스터디는 4,000편이 넘는 핑크퐁 영상 앞에 동일한 인트로를 삽입하고 있다. 120억 번 이상 조회된 핑크퐁의 영상들에 들어있는 인트로 영상의 길이는 대략 8초라고 한다. 스마트스터디는 로고와 인트로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기업의 브랜딩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8초가 아닌 3~4초만 들어도 핑크퐁 영상인지 구분하는 핑크퐁 전문 감별사가 되었다.


사실 외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브랜딩을 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로 디즈니를 꼽을 수 있다. 아래가 디즈니의 오리지널 로고인데 당시로선 파격적인 색감의 로고가 회전하는 애니메이션이 들어갔다. 단순히 로고를 알리는 것을 넘어 당시 디즈니사의 기술적 우위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다.


Walt Disney 초창기 Logo; 출처: The History of Disney and their Logo Design


아래는 1995년도에 도입된 디즈니의 로고이다.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폰트에서 벗어나 신데렐라의 궁전이 연상되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Walt Disney 90년대 Logo; 출처: The History of Disney and their Logo Design


그리고 2006년에 들어서 우리가 현재 가장 익숙한 아래의 로고가 도입이 되었다. 상당히 디테일에 신경을 썼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디즈니사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진보하였는지 보여준다. 또한 디즈니사가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은 디즈니사만의 신비스러움을 짧은 시간이지만 강력하게 보여준다. 공주가 살 법한 궁전을 보여주며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도입부이다. 마치 월트디즈니의 궁전으로 입장하는 티켓팅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Walt Disney 2000년대 Logo; 출처: The History of Disney and their Logo Design


이제 핑크퐁의 인트로를 보면 핑크퐁이 왜 굳이 걷지 않고 화면 상단에서 재주를 부리며 낙하하고 턴을 돌며 포즈를 취하는지 이해가 간다. 이 또한 스마트스터디가 얼마나 핑크퐁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스마트스터디 = 아시아의 월트디즈니?

흔히들 핑크퐁을 한국의 픽사 혹은 아시아의 디즈니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스마트스터디가 보유한 기술력과 캐릭터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과연 월트디즈니에 견주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디즈니 캐릭터들 중 일부; 출처: 디즈니 팬덤 사이트


그 어떤 것보다 캐릭터의 라인업의 차이가 가장 크다. 월트디즈니의 경우, 오랜 기간 영화 및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다수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인지시키고 애착관계를 형성한 반면 스마트스터디는 아직 핑크퐁과 아기상어 이외에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캐릭터가 부족하다. 물론 다른 캐릭터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굿즈로 제작/판매까지 이어지는 상품을 보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캐릭터들은 아직 한정적이다. 스마트스터디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아기상어 극장판과 핑크퐁 극장판을 준비 중이다. 기존의 인기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모객을 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려는 듯하다.


아기상어 극장판과 핑크퐁 극장판; 출처: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물론 월트 디즈니가 100년 가까이 만들어온 디즈니만의 세계를 스마트스터디에게 7-10년 안에 모두 구축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스터디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에만 몰두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명인 스마트스터디의 "스터디"가 그 근거이다.



스마트스터디 = 메가스터디?

스마트스터디 콘텐츠의 주소비자는 2-7세 유아동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의사결정권이 없다. 아이들이 부모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다수의 부모가 핑크퐁 인형을 각 사이즈 별로 전부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부모가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교육이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들의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과 사교육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국내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우리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으니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교육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의 경우, 2017년에 77,453명이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이는 2000년 대비 약 15% 상승한 수치이다. 전체 초등학생의 수가 644만 명으로 12%가 줄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15% 상승은 결코 낮지 않다.

                                 

일본 공립/사립초등학교 수; 출처: 일본 교육청


하지만 정작 모두가 사립학교에 대한 동등한 선택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분포가 고르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모두가 부담 없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익 높을수록 교육비 지출 높다; 출처: 노무라 리서치


노무라리서치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2,000만 엔(약 3억 원) 이상의 연수입 가정 중 1/3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반면 100만 엔(약 1천만 원)에서 200만 엔(2천1백만 원) 사의 연수입 가정 중 적극적으로 아이의 사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가정은 14%에서 10%로 줄었다. 이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져가는 것을 알려준다. 학원은 강사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운영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 수가 늘수록 강사의 수도 늘려야 하고 공간도 넓어져야 한다. 하지만 홈스쿨링으로 사교육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면 이런 한계비용(marginal cost)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핑크퐁 홈스쿨 교구재; 출처: 핑크퐁



스마트스터디 > 괜찮은 기업

마지막으로 필자 친누이의 사진과 함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재 국제구호개발 NGO 소속으로 방글라데시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선진국에서 보내오는 물품들은 당장은 필요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되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자립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초강력 사이클론 '파니' 이후 보내온 생존 인증사진; 출처: 월드비전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본 것 같다. 자립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거름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유아동 때부터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의 미래는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스마트스터디가 저개발국가들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보유한 콘텐츠의 대중성, 확장성 등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어떨까?


단순히 마진율 70%의 수익성 높은 기업 A good company를 넘어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 The company with greater cause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월트디즈니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줬다면 스마트스터디는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을 내딛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첫 걸음; 출처: 픽사베이











침고자료:

https://www.ft.com/content/79778d4c-ac2b-11e8-94bd-cba20d67390c

https://edition.cnn.com/2019/01/15/entertainment/baby-shark-pinkfong-song-trnd/index.html

https://www.nytimes.com/2019/01/10/arts/music/baby-shark-billboard.html

https://asia.nikkei.com/Spotlight/Asia-Insight/Private-schooling-booms-in-Japan-and-South-Korea-fuel-inequality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11102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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