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으로 입사해 글로벌 기업 임원이 된 강동윤의 이야기 (2)
이전 글에서 강동윤 상품 기획 총괄이 콘티넨탈에 입사하게 된 과정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콘티넨탈 타이어 입사 후 그의 커리어에 대해 중점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로 트레드 패턴을 자동차용 타이어에 적용하였고 1955년 세계 최초로 트럭 및 상용버스용 에어 스프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타이어 외에도 산업용 고무 제품, 브레이크 시스템, 운전자 안전 보조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의 양산 승용차 3대 중 1대는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으며 전 세계 10대 전기차 제조업체에 모두 콘티넨탈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독일 하노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한화기준 매출 58.2조원 (394억 유로) 총 임직원 20만명으로 5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그는 독일 본사에 입사하여 일본과 미국에 파견되며 글로벌 기업의 성공적인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그는 어떻게 낯선 환경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어떻게 자신의 역량과 비전을 발휘하며, 어떻게 가족과의 균형을 잡으며 살아왔을까? 그의 모험과 성장, 그리고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떠났던 독일에 돌아와 다시 거주하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하노버로 다시 돌아와 보니, 직장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전의 제가 아니었어요. 전에는 퇴근하면 외로움과 적막이 밀려와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내가 옆에 있어서 더 이상 적적함을 느끼지 않았어요. 퇴근 후 집에서 요리하거나 도심에서 아내를 만나 외식을 하며 신혼을 즐겼죠. 주말에는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삶의 풍요와 행복을 누렸어요. 그리고 곧 아이가 태어나며 병원, 관공서, 유치원 등 새로운 경험이 또 다른 추억이 되며 조금씩 독일 생활에 녹아들었어요. 회사에서는 이전에 퇴사한 이력으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누구보다 더 성실하게 업무에 매진하였어요.
글로벌 기업에서 본사를 대변하는 영업직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 혹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능력이 무척 중요해요. 어느 날은 콘티넨탈의 중요한 고객사 중 한 곳인 현대자동차 담당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어요. 우연히 회의실을 지나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부회장님이 회의실에 들어오셨어요. 회의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시고 고객사의 만족도를 직접 보셨죠. 그리고 저에게 놀라운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2계단 승진과 함께 일본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일할 기회를 주셨어요.
Q. 2017년 6월 콘티넨탈 본사에서 일본으로 파견되었는데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요?
일본으로 파견을 가기로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많이 걱정했어요. 그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거든요. 다른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들은 일본을 떠나려고 하는데 왜 위험을 감수하고 가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평범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내와 부모님과 상의해보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죠.
일본은 커리어적으로도 매력적인 시장이었어요.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대표 산업 중 하나로, 전체 GDP의 3.3%를 차지하고 있어요. 수출도 일본 전체 수출의 20.5%를 담당하는데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일본에서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전체 취업 인구의 약 10%에 이른다고 해요. 이렇게 보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광범위하고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콘티넨탈에서도 저를 일본 시장에 대한 깊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갖춘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큰 투자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파견을 가기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어요. 바로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한 것이죠.
파견은 일 년 정도 연기되어서 결국 2017년 6월에 도쿄에 도착했어요. 그때 첫째는 5살이고 쌍둥이는 4개월이었어요. 무엇보다 한국과 비행기로 2시간 20분밖에 안 걸려서 가족들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었어요. 매일매일 낯선 경험들로 가득했지만, 가족과 함께라서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Q. 유럽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가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 근무하였는데 문화적 차이는 없었나요?
승진과 함께 일본 법인으로 파견되어 처음으로 임원으로 근무했어요. 50명 정도 되는 작은 법인이었는데 임원은 저를 포함해 3명뿐이었죠. 관리직은 처음이라서 급여나 인사 관리 같은 것들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이긴 하지만 저 같은 젊은 한국인 임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걱정도 했어요. 다행히 콘티넨탈 타이어 일본 법인의 직원들은 그런 선입견 없이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어요.
일본에서 일하면서 느낀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일본 사무실의 업무 시작 방식이었어요. 대부분의 직원들은 도쿄 외곽에서 살고 있어서 출근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바로 업무에 들어가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업무가 밀리기 시작하고, 결국 퇴근도 늦어지게 돼요. 반면에 독일 하노버에서 근무했던 독일인들은 출퇴근이 비교적 수월해서 그런지 출근하면 바로 업무에 몰입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칼같이 퇴근을 해요. 한 분은 출근할 때 휴대전화를 끄고 퇴근할 때 다시 켜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독일인의 근무 태도를 대표하는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일본에서 근무하며 또 놀랐던 부분은 일본의 접대문화에요. 한번은 고객사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동석하는 현지 직원이 안내하여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무려 약속한 시각에 1시간 30분 앞서 도착했어요. 그런데 그 시간을 이용해서 상석과 참석자들의 자리 배치를 정하는 거예요.
한국 식당에서는 개인용 종이 식탁 매트를 테이블 위에 놓는 것처럼 일본 식당도 비슷한데, 그날은 평소와 달리 종이에 글씨가 많았어요. 읽어보니 저희가 미리 주문한 메뉴와 함께 가장 직급이 높은 분의 이름까지 인쇄되어 있었어요. 일본에서 접대 문화의 핵심은 섬세한 배려와 준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일본 기업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Q. 2018년 10월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미국법인으로 발령이 났는데 이전 근무지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미국 법인으로 발령받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근로계약서의 간결함이었어요. 한 장짜리 근로계약서에는 담당 업무와 급여 수준 정도만 적혀 있었죠. 미국은 회사가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고 직원들도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을 복잡하게 쓸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실제로도 연말에 함께 연간사업계획을 세웠던 동료가 2주 후에 퇴사를 하고, 그 계획을 주도했던 임원도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바로 이직하는 모습을 봤어요.
반면에 일본은 정년제를 시행하고 직원 해고가 어려운 나라예요. 일본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일했을 때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본의 평균 근속연수는 12.3년이라고 하니까요. 승진도 근속년수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오래 일할수록 지위와 급여가 올라가요. 이런 환경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직이나 새로운 도전보다는 한 회사에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Q. 미국 근무 환경은 어땠나요? 가족들은 쉽게 적응했나요?
불과 몇 년 전, 조지아 공과대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업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미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에서 집과 차를 제공받고 미국인들을 고용하는 관리자로 일하게 되었죠.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니 상상도 못 했어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이전에 알던 미시간주는 마냥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었어요. 특히 디트로이트는 로보캅 영화에서 본 것처럼 위험하고 무섭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미드웨스트의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미시간의 여름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바다 같은 호수들이 많아서 휴가를 즐기기에 좋았어요. 오대호라고 불리는 초대형 호수 5곳 중 4곳이 미시간주와 인접해 있거든요. 그 중에서도 미시간 호수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모래사장이 있어서 너무 예뻐요. 이 호수들은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빙하가 깊게 패인 저지대에 물이 차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코로나 때문에 2년 차부터는 재택근무를 시작했어요.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을 받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어요.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는데도 마스크와 장갑을 꼭 썼고, 카트도 소독제로 닦았어요. 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만 장을 보았는데, 그 때마다 약 1,600달러(한화 약 200만원)나 썼어요. 주문한 피자도 코로나 걱정에 다시 오븐에 넣고 먹었어요. 2020년 3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사무실에 가본 적이 없었어요. 재택근무가 힘들고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요리하고, 동네를 걷고, 아이들과 책을 읽고, 마당에서 놀면서 평범한 일상을 즐겼어요.
Q. 2021년 7월 다시 콘티넨탈 독일 본사로 복귀하였는데 어떠한 업무를 하게 되었나요?
도쿄와 디트로이트 모두 주재원으로 파견되었던 터라 주재원 기간이 끝나면 본사로 복귀하는 것이 수순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미국 법인장이 제안하였어요.
"동윤, 미국에 남아 근무를 연장하는 게 어때?"
당시 아이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였고 저와 아내도 미시간주에서의 삶에 만족하였어요. 게다가 실제로 받는 급여도 미국이 독일보다 더 많았어요. 하지만 독일은 연금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정년제도도 잘 되어 있어서 60살 이상이 되어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실제로 독일 본사에서는 정년퇴직하는 동료들의 송별회에 자주 참석했어요. 반면에 미국에서는 3년 동안 근무했지만, 정년퇴직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어요.
커리어적인 측면에서도 독일 본사에서 승진 기회가 훨씬 빈번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할 기회가 컸어요. 미시간 내 법인은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고객사 영업 관리가 주된 목적인 조직이다 보니 업무의 다양성이 제한적이었고 성장동력 또한 거래처 사정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승진하면 법인장 자리 밖에 없었는데, 현재 법인장이 퇴사나 이직하지 않는 한 그 자리는 없었고, 만약에 그 자리가 비더라도 제가 반드시 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자동차 업계로 이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었죠.
Q. 한국인이 오랜 전통의 보수적인 제조업 기반의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글로벌상품기획본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주재원 기간이 끝나고 독일 본사로 돌아가야 할 때였어요. 본사 부사장님이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본사로 복귀하면 이번에 상품기획총괄을 해보면 어때?”
그 말을 듣고 저는 망설였어요. 이전에 그 일을 했던 사람은 베테랑 임원이었고, 저는 그동안 한 상품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뤘었어요. 그런데 상품기획총괄은 그룹의 모든 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어요. 물론 인사이동이라도 면접을 보고 합격해야 했어요. 면접 후 몇 일 뒤에 결과를 알려줬는데 다행히 합격했어요. 그렇게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운도 좋았고 저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자료를 준비할 때나 이메일을 보낼 때나 한 번 더 확인하고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썼어요. 업무를 할 때는 항상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했어요. 그러면서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려고 했어요. 그런 노력들이 쌓여서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 것 같아요.
나중에는 관리하는 조직과 팀원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문제와 고민도 많아졌어요. 그럴 때는 겁먹거나 주저하지 않고 조직에 필요한 리더십과 제 역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고민했어요. 좋은 동료이자 신뢰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하면서 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해요.
Q. 해외 타이어 시장과 국내 타이어 시장에 대해 각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전기차와 지속가능성으로 대변되는 메가트렌드에 따라 산업 전체가 격변하리라 예상해요.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가격경쟁력과 생산원가 관리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어요. 국내 3사가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한국인으로서 뿌듯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최근 중국 타이어 브랜드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 앞으로 보급형 타이어 시장의 경쟁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면 선택지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미쉐린, 굿이어, 피렐리, 던롭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여 단순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른 안은 가성비로 진검승부를 하는 거죠. 사실 둘 다 쉬운 선택은 아니에요.
평소 가성비를 추구하던 기업이 오늘 당장 브랜드 프리미엄화를 선언한다고 해도 시장과 고객이 수용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가성비로 승부를 본다면 아무래도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공장 내 자동화를 올려야 하는데 사실 이 부분도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s)이 발생하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은 아니에요. 저 역시 콘티넨탈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콘티넨탈만의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최근 들어 전기 자동차가 급증하였는데 콘티넨탈 타이어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보시나요?
콘티넨탈의 타이어는 대부분의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15년 전부터 이미 적용하여 생산하고 있어요.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엔진 소음, 배기가스, 유지 보수 및 운영 비용이 낮아요. 대부분 전기 자동차가 가벼울 거로 생각하는데 전기차는 배터리를 얹기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15% 이상 무거워요.
전기차의 타이어 마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20% 빠르며, 이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전기차의 가속 특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기차 타이어는 차 무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소음·회전저항 등은 최소화하는 기술이 중요하죠. 콘티넨탈 타이어는 선제적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했고 앞으로도 기술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에요.
Q. 장기간 해외에서 근무하고 계시니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활발한 네트워킹 능력, 그리고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에요. 스펙이나 학벌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요. 특히, 독일 같은 곳은 학벌이 평준화되어서 의미가 없죠.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모두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 있어요. 저 역시 채용을 진행하면 후보자의 최종 학력을 잘 보지 않고 중간 관리직을 채용할 때조차 학벌이 좌우하는 영향력은 거의 없어요.
학창 시절부터 영어 이외에 제3의 외국어 하나를 꾸준히 공부한다면 그만큼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해외시장이 넓어질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목표로 삼는 영국이나 미국 등은 아무래도 취업시장의 문턱이 비자 등의 문제로 해서 높은 편인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인력들을 유치하려고 하니 언어만 극복한다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거예요. 특히 독일어가 유창하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정밀공학과 제조업 관련 기회가 많은 국가에서 취업이 한결 수월해질 거예요.
활발한 네트워킹 능력 역시 어학 능력만큼이나 중요해요. 유럽 대학생들은 교환학생 혹은 해외 인턴십을 통해 해외에서 커리어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요. 개인적인 역량만 본다면 한국인들 역시 그들 못지않게 능력이 출중하고 성실하고 근성이 있어요. 그런데 유럽인들은 유럽 변방의 인지도가 낮은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업무처리가 빠르고 네트워킹을 잘해서 쉽게 일자리를 얻고 빠르게 매니저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서양 문화가 대체로 도전정신을 중요시하는 만큼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밖에 없어요. 이거는 단순히 공부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서 자신의 성향을 바꿔야 해요. 개인차가 있어서 이런 태도나 성향의 변화를 쉽게 수용하는 분이 있고 상당히 어려워하는 분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에요. 단순히 어학적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 취업한 이후에 더 중요해져요. 자신이 준비한 발표 자료 혹은 세일즈 피치를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닌 축약된 메시지를 동료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이메일을 보낼 때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취해야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인지하도록 작성하는 게 중요해요. 흔히 외부의 자극을 쉽게 자르고 다져서 이해하는 능력을 처리 유창성이라고 해요. 듣는 사람의 처리 유창성을 높인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뚜렷이 기억될 거예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담당하는 상품기획 업무와 앞으로 담당하게 될 여러 법규인증 및 대외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저와 일하는 팀원들이 업무 만족도가 높다면 더 바랄 것은 없어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야 하니 몇 년 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찾아 이동해야 하겠죠. 어떤 책임을 맡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도전이 막연히 두렵기보다는 외려 설레고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잘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서 팀을 구축하고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언제가 콘티넨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해보고 싶어요. 아태지역 주요 시장 내 성장을 주도하며 다이렉트 세일즈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의 채널 파트너, 유통업체 및 리셀러와 같은 제휴 생태계 개발을 포함해 모든 시장 출시 활동을 총괄하며 그간 쌓은 경험과 노력을 모두 쏟아보고 싶어요.
이와 함께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과 시간도 보내고, 가족들과 이따금 여행도 가고, 부모님과 친척들께 자주 전화드리고, 건강도 챙긴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건강, 커리어, 친구와 가족, 자아실현” 네 가지를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