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제삼자 화법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나’나 '내가’가 아니라 영어 이름으로 자신을 지칭한다. 예컨대, '나는 기분이 좋다’가 아니라 '제임스는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자녀나 지인의 이름을 부르는 줄 알았으나, 지속적인 사용 빈도와 문맥상 그들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말할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제삼자 화법이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제삼자 화법은 일반적으로 일인칭 대명사인 '나’나 ‘내가’ 대신 3인칭 대명사나 명사로 자신을 지칭하는 화법이다. 이러한 화법은 객관화, 감정 조절, 자신감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객관화란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마치 다른 사람의 것처럼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주관이나 편견에 빠지지 않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는 대신 '제임스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가능성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감정 조절이란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며, 필요하면 조절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못 참겠다’라고 말하는 대신 '제임스는 너무 화가 나서 못 참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감정을 마치 타인의 것처럼 바라보고, 그로부터 거리를 두어 감정을 조절하기 쉽다.
자신감 향상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목표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적인 사회적 관계와 성취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라고 말하는 대신 '제임스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2017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제삼자 화법이 감정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보거나 부정적인 자전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일인칭으로 말할 때와 삼인칭으로 말할 때의 감정 변화와 뇌 활동을 비교하였다. fMRI를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제삼자 화법을 사용한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인지 조절 노력으로 감정 조절이 가능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제삼자 화법은 고대부터 사용되어 온 화법이다. 오래전 갈리아 전쟁에 대한 기록에서 로마의 시저는 '내가 대중의 복수를 했다'가 아닌 '시저가 대중의 복수를 했다'라고 했다. 이 작은 차이는 공정한 관찰자가 기록한 역사적 사실처럼 느껴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종종 자신을 삼인칭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트럼프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축구 선수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브라히모비치는 항상 최고다"라고 말하고,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는 "르브론은 역사를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제삼자 화법을 구사하는 분들 중 한국 태생으로 한국어가 유창하지만 굳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표본 추출 오류일 수 있지만 왜 영어 이름을 선호하는 걸까? 그 이유가 한글 이름보다 영어 이름이 제삼자 화법에 더 어울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제삼자 화법을 즐기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글로벌화의 영향일 수 있다.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는 사내문화를 도입하고자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아졌고, 해외에서 근무하거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영어 이름이 제2의 이름처럼 보편화되었다. 또한, 영어 이름은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일환일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시장에 알리고,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캐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부캐란 부가적인 캐릭터의 줄임말로, 자신과 다른 모습이나 역할을 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부캐를 만들 때 실명보다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면 상황에 몰입하기 쉽고, 자신의 이미지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삼자 화법은 온라인에서만 사용되는 것일까? 아니면 실생활에서도 구사하는 것일까? 만약 실생활에서도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온라인에서만 사용한다면 그것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타인과 거리를 두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제삼자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 판단하기 전에 그들의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제삼자 화법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표현하는 독특한 방식이지만, 그것이 항상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일인칭 화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