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후 Aug 31. 2023

수상한 홍대역 프라이빗파티에 초대받았다

결혼 전 클럽을 생각하며 죄책감 반 그리고 설렘 반으로 홍대펍에 입장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작가님, 잘 지내시나요? 저녁 7시 홍대 샤크펍에 오세요. 흥미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다른 단어보다 '홍대'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강남도 역삼도 아닌 홍대였다. 호기심에 흔쾌히 가겠다고 답했다. 초대받은 장소는 홍대축제거리와 벽화거리 사이쯤 되는 곳이었다. 이곳의 인구밀도는 대한민국이 인구감소 국가가 된 것이 의심될 정도로 높았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며 골목길을 따라가니 북적북적한 펍이 눈에 들어왔다. 펍 앞에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명단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대받은 참가자만 입장이 가능한 듯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펍 내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봐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이런 곳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잠시 고민하던 찰나였다.


홍대의 어느 펍


"네, 명단에 있네요. 입장권 팔찌 차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결혼 전 경험했던 클럽을 생각하며 죄책감 반 그리고 설렘 반으로 입장했다. 그런데 입장한 펍 내 분위기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 한쪽 벽면에 노트북들이 있었는데 화면에는 알록달록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게임 설명서가 옆에 놓여 있어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반바지 차림에 안경 쓴 남자분들이 많이 보였다. 다들 가방을 메거나 작은 노트북을 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앉아 있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자유롭게 뭔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파 속에서 오늘 이곳에 초대해 준 지인을 발견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와보시니까 어떤가요?"


"색다르네요. 이런 행사를 매번 하시는 거예요?"


"네,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이전보다 오신 분들이 적네요."


인디게임 개발자 네트워킹 파티 zempie meetup


인파로 가득 찬 펍인데 비 때문에 참석자가 줄었다고 했다. 그중에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대부분 인디게임 개발자들이에요. 그리고 그분들을 고객으로 둔 클라우드 기업과 인디게임에 투자하는 퍼블리셔도 와요."


그제야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여긴 소규모 게임개발사나 일인 게임개발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파티였다. 게임을 즐기지도 않고 게임업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어색했지만, 다른 참여자들은 서로 친밀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유독 인파 속에서 테이블을 옮겨 다니면 인사를 나누고 입장하는 참가자들을 밝게 맞아주는 분이 있었다. 누가 봐도 저분이 이 파티의 주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궁금증을 주체할 수 없어서 인파를 뚫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평소 알던 사이처럼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 지인 초대로 처음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색다르네요."


그는 나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내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다가 이내 포기하고 답했다.


"네, 미국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하면 이렇게 스탠딩으로 하더라고요. 인디게임업이 다들 소규모다 보니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보시면 앉아있는 사람 없이 돌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는 분들이 있어요."


게임업에 종사하지 않다 보니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걸 왜 하시는 거예요?"


그는 이런 질문에 익숙한 듯 바로 답했다.


"제가 게임업 종사자로서 중고등학교에 학생들 대상으로 강연을 종종 가요. 그럼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과 같은 대형게임사에 입사할 수 있는지 물어요. 저는 그게 안타까워요. 앞으로의 게임업계를 책임질 미래의 인재들이 제2의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을 만드는 것보다 입사를 목표로 하는 점이요. 어쩌면 인디게임 시장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을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에요. 업계 내 사람과 사람이 더욱 촘촘하게 연결되면 더욱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인디게임사들이 앞으로 많이 등장할 거에요. 그게 곧 게임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인디게임 개발자 네트워킹 파티 zempie meetup


그가 대답하는 동안 주위에서 음식과 음료를 든 참석자들이 계속해서 이동을 했다. 초대받은 사람은 별도의 비용 없이 입장할 수 있고 프리 드링크와 다양한 간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 같았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행사를 주최한다고 해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닌데 지속 가능할까요?"


그는 이번에도 지체하지 않고 답했다.


"계속 이런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확신해요. 부담되고 어려워지면 규모를 줄여서 계속 행사를 열 생각이에요. 결국 꾸준함이 장기적인 차이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답변은 확고했다. 자신의 업에 대한 진정성과 신념이 어쩌면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무한동력일 것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대부분 이 정도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으면 주최 측이 나서서 시시콜콜한 성과를 발표하며 홍보의 시간을 갖는데 그런 게 없었다. 심지어 후원사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진부한 코멘트도 없었다. 오로지 참석자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였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의미가 컸다.


인디게임 개발자 네트워킹 파티 주최자 프롬더레드 서상욱 대표(좌)와 함께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파티는 나에게 새로운 시야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나는 작가로서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들 역시 게임을 단순히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의 상상력과 비전을 게임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려는 것은 작가나 게임개발자가 차이가 없다. 머지않아 대한민국에서 제2의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이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삼자 화법이 자신감을 높인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