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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20. 2024

외도, 이혼 같은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얘기가 뭐 어때서

자극적인 주제에 대처하는 미경험자의 자세

브런치에서의 글쓰기 여정이 어느덧 수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브런치 독자들의 관심사는 눈에 띄게 변화했는데, 어느 순간 배우자의 외도와 이혼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아침드라마의 자극적인 전개를 능가하고, 저녁뉴스의 충격적인 헤드라인마저 압도하는 이 주제들은 순식간에 추천 글과 인기 글 차트 정상을 점령해 버렸다.


이러한 변화에 불만을 품은 기존 작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알고리즘의 문제라면 개선이 시급하고, 에디터의 취향 탓이라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진 에디터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작가들이 브런치를 등지고 수익 창출이 가능한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나 역시 고민에 빠졌지만, 글을 읽기 편하게 보여주는 브런치만의 매력적인 UI/UX에 이미 깊이 매료된 탓에 선뜻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인기를 끄는 주제들이 단순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화자의 진실된 목소리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절, 백인 래퍼로서 정상에 오른 에미넴(Eminem)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에미넴은 자전적 영화 '8 마일'의 주제가 '루즈 유어셀프'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열창했다. 그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가사와 절절한 음성은 청자들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 진정성은 마침내 2003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수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후일 한 인터뷰에서 "상을 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그 사연을 털어놓은 바 있다.


영화 '8 마일', ⓒeuropean film awards


에미넴의 사례는 창작 과정에서 진정성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사람과 단순히 재미를 위해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간극이 존재한다. 전자가 청중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한다면, 후자는 잠깐의 즐거움을 줄 뿐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는 브런치에서 관심을 모으는 글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외도나 이혼 등 자신이 직접 겪은 아픔과 상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는, 어쩌면 그 속에 담긴 화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 독자의 이목을 끌려는 글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떤 주제를 다루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쓴이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지,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교훈을 찾아내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미넴의 '루즈 유어셀프'는 창작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이다.



201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The Power of Authenticity'라는 기사는 자신만의 진실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마틴 루서 킹 등 위대한 연설들의 공통점은 화자 본인의 경험과 신념이 진정성 있게 담겨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연설은 청중의 마음을 깊이 움직이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런치에서 외도와 이혼을 다룬 글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생각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느꼈을 감정적 동요와 스트레스가 글에 생생하게 녹아들어,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으로 쓴 글이라도, 실제 경험에 기반한 글의 힘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인기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도나 이혼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관점에 집중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접근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용한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각자가 살아온 삶과 느꼈던 감정들, 곱씹어온 생각들을 진실되게 담아낸다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는 201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화자가 자신만의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때 가장 창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의 독특한 시선과 사고방식이 창의성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창의성이 개인적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과 교감하고 영감을 얻는 것 또한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과 시선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의 원천이 되어 개인의 경험과 세상의 영감이 조화를 이루며 독창적인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보다 많은 독자에게 깊이 있게 다가서고 싶다면, 자극적인 소재에 의존하기보다 당신만의 이야기에 집중하자. 당신이 걸어온 인생의 길, 마주했던 세상의 모습, 느끼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진실되게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의적인 글쓰기의 시작이다.


그 어떤 유명한 작가도, 어떤 흥미로운 주제도 당신이 직접 겪은 경험만큼 특별할 순 없다. 그 경험의 깊이와 진정성은 오직 당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힘이자 매력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에 집중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당신만의 목소리로 써 내려가라. 그 속에서 당신은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창의력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멋진 작가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 여정의 끝에서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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