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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13. 2024

"기회가 항상 최고의 성과자에게 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기회는 결코 성과순이 아니다

브랜드 마케터로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부족한 예산과 빠듯한 일정에 쫓기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법무팀으로부터 특별한 요청을 받았다. 평소 내가 법적 검토를 요청하는 일은 많았지만, 법무팀이 내게 부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이번 요청은 내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어 의아했다.


"지금 글로벌 본사에서 국내 포럼 참석을 위해 잠시 체류 중인 분이 있어요. 원래는 제가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는데, 다른 급한 업무가 생겨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요. 혹시 대신 식사 대접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법무팀 소속 직원들도 있는데 굳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 의아했지만, 내가 평소 외국인들과 소통이 원활하고 잘 지낸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분을 알아두면 향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배려해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분은 나보다 스무 살 이상 연상의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성 높은 임원이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즐거운 시간이 흘렀고,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그분은 내게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Jimmy, I know you are good at your job. But It's also important that people around you know that you are good at your job."


국내 기업에서 흔히 강조하는 근면성실의 가치와는 사뭇 다른 관점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을 잘하고 성실한 직원은 많지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는 항상 최고의 성과자에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 사람에게 제안이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조언은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분이 사적인 자리에서 들려준 것이라 그 어떤 교육과정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개인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는 일은 청자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 활동의 핵심에는 '네트워킹'이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서로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네트워킹의 진정한 의미를 간과한 채 피상적 만남에 그치고 만다. 네트워킹을 단순 명함 교환 이상의 가치 있는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경청과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깊이 있는 대화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일회적 만남이 아닌 신뢰와 존중의 관계 맺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공감하는 리더십이 성과를 만든다(Empathy Builds Leadership Performance)'라는 글에서는 공감 능력이 높은 리더일수록 네트워크 강화에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아울러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도움과 조언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히 인정하며 배우려 노력하는 자세 또한 필수적이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성공 기업들의 리더십 특징 중 하나로 '겸손함(Humility)'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위대한 리더들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주위 사람들의 장점과 노력을 기꺼이 인정하며, 늘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네트워킹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적 지식인 집단인 엣지 재단에서는 매년 '엣지 질문(Edge Question)'이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을 이끌어내는데, 이를 통해 학제 간 연구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스탠퍼드대학을 중심으로 한 긴밀한 네트워크가 결성되어 있는데, 이는 창업가들 간 활발한 교류로 이어져 페이팔, 테슬라 등 혁신 기업들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킹은 개인의 성장과 조직, 더 나아가 산업과 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네트워킹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 명함 속 타이틀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만남, 진솔한 공감과 연대의 교류야말로 진정한 네트워킹의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각자 자신만의 네트워킹 채널을 모색하며, 만나는 이들과 경청, 공감, 연결의 소통을 이어가 보자. 거미줄처럼 엮어갈 그 관계의 그물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성장과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진실로 만나고 경청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얻는다면, 네 삶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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