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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r 18. 2024

성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는 업계 최장수 CEO

30년 넘게 '고객중심경영'을 고집하는 김효준의 이야기

13년 전 외국계 기업 인턴 시절, 한 차가운 아침 우연히 마주친 인물이 있었다. 그의 강렬한 분위기와 존재감은 다른 직원과는 사뭇 달랐다. 정제된 외모와 품격 있는 차림새에서 배어 나오는 카리스마는 단숨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는 BMW코리아의 역대 최고 경영자로 평가받는 김효준 회장이었다. 수입차 시장 개척과 BMW 브랜드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취임 초기 연간 300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을 현재 9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자, 국내 부품업체 500여 곳과 협력 모델을 구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공헌했다.


비즈니스 성과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존경받고 있다. 국내 최초 BMW 드라이빙센터 및 R&D센터 유치, 미래재단 기금 조성 등을 통해 고용창출과 기술혁신에도 기여했다. 아시아 최초 BMW 본사 임원, 수입차 업계 역대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이처럼 탁월한 경영 수완을 인정받아 국내 주요 언론사가 선정한 '경영대가', '미래 한국을 이끌 100인', '100대 CEO'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회ㆍ경제 분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외부 강연에 앞서 그의 경영 지혜를 미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평생을 글로벌 기업의 최전선에서 보냈어요. 30년간 BMW그룹 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선진화와 고객중심경영 정착에 주력해 왔어요. 현재는 비철금속 소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대창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요.


김효준 부회장, ⓒ알바트로스


그리고 2만여 명의 독일 유학 동문들로 구성된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의 이사장을 고 있어요. 독일 유학생들의 교류를 위한 단체이지만, 독일 경험과 인연을 가진 모든 분께 열려 있어요.

이외에도 연세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로 재직하며 수십 년 경영 노하우를 학생들과 나누고 있어요.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강연과 집필 활동도 병행하고 있죠. 한국 기업의 국제화와 글로벌 리더십 배양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경력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저는 '인본경영(人本經營)'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삼아 실천해 왔어요.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이에 따라 외부적으로는 '고객중심경영'을 구현하고자 노력했어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고객의 니즈를 세밀히 청취하고 이를 전략과 운영에 적극 반영하는 체계를 확립했죠. 고객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존중하며 기업의 방향성을 함께 모색했어요.


내부적으로는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했어요. 직급에 따른 위계와 연공서열 대신 실력과 역량 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했죠. 구체적으로 2008년에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직급체계를 과감히 폐지하고 매니저(Manager) 단일 호칭을 적용했어요. 이를 통해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고취시켰죠.


이러한 인본경영의 결실로 BMW 그룹 내 독일 본사 다음가는 핵심시장을 구축할 수 있었어요. 아울러 수많은 인재들이 국내외에서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리더로 성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었죠. 궁극적으로 기업과 구성원 모두의 발전이라는 상생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주요 도전과제와 기회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동아시아 지역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어요. 이에 따라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과 새로운 질서 모색이 필수적이죠.


최대 도전과제는 국가 간 갈등과 대립 심화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에요. 국제 규범에 기반한 개방적 경제질서 유지가 관건이죠.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별 재편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죠. 동아시아 국가들이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면 역내 생산 네트워크 강화에 유리할 거예요.


반면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있어요. 한국은 IT, 반도체, AI 등 하이테크 제조업 기반을 토대로 미래 유망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양자컴퓨팅, 디지털 신기술, 바이오, 친환경 모빌리티 등이 유력한 선도 분야가 될 전망이에요. 동아시아 내 기술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가치관과 철학을 기업 문화에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기업은 단순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야 해요. 기후변화, 질병, 고용 등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업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하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전략이나 제도를 넘어선 본원적인 가치관과 철학이 문화로 뿌리내려야 해요.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기업의 근본 정신과 사명감이 구성원 모두에게 내재화되어야 해요.


구체적으로는 경영진 스스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실천하고, 이를 기업문화로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기업의 존재이유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기업문화로 자리 잡혀야 해요.


예를 들어 정기적인 사회공헌활동, 친환경 캠페인, 청렴윤리교육 등을 통해 가치관과 철학을 구체화할 수 있어요. 나아가 성과평가나 인사제도에도 이를 반영하여 가치관 실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해요. 이렇게 기업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진정한 '기업을 통한 사회혁신'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Q. 동아시아 지역 기업들이 가치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 어떤 도전과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동아시아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도전과제는 서구 중심의 단기실적주의와 개인주의에 편향된 기존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거예요. 지나친 단기 실적 경쟁 위주의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 실현을 간과하게 만들었죠. 또한 극단적 개인주의는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 간의 신뢰 형성과 협력을 저해해 왔어요.


이에 동아시아 지역의 전통적인 관계중시 문화와 상호의존성의 가치를 기업경영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어요.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균형을 추구하는 철학을 기업문화로 정립해야 해요. 이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가치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구현하는 새로운 글로벌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세대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차세대 리더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소통역량예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요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요. 아울러 인내심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상호존중의 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해요. 이를 통해 차세대 리더들이 글로벌 기업지배구조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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