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이율배반적인 표현이다. 그의 인터뷰를 보고 '대기업에서 빠르게 승진한 사람은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역시 다르구나'라고 감탄했다. 문장의 주인을 만나러 가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흥미로운 대화를 기대하며 짝사랑하는 이성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마냥 혼자 엄청 설레었다. 그리고 미팅 시간에 맞춰 그가 근무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그의 얼굴을 여러 번 보았기에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미팅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겨그와 미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의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마자 급한 마음에 언론 인터뷰 내용부터 언급했다.
"상무님, 인터뷰 봤어요. 눈치 보지 않는 마케터의 삶 너무 멋진데요."
얼굴을 숙이며 쑥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우린 여러 주제에 대해 나눴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조심스럽게 내 질문들을 하나씩 풀었다.
"저번에 스포츠 하이라이트 관련 프로모션 진행하셨는데 효과가 있나요?"
"그럼요, 반응이 좋습니다."
Denniz Futala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그런가요? 사실 스포츠웨어도 아니고 전문적인 미디어 회사도 아닌데 이 부분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는 것 같아 의외였어요."
"사실 건강, 자기 관리, 스포츠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운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스포츠 콘텐츠 자체는 좋은데 운영하시는 브랜드와 어떠한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이내 답을 했다.
"본사의 지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본사의 지침? 그래. 그럴 수 있지. 다음 질문으로)
"사회 특정 분야 혹은 특정한 취미를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하는 것 같은데 이유는 뭔가요?"
"그분들의 힙한 이미지에 브랜드를 투영시키고자 합니다."
mali maeder 님의 사진, 출처: Pexels
"그렇군요. 일종의 트렌드 낙수효과를 생각하신 건가요? 그렇다면 다른 분들이 그분처럼 되고 싶다거나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커야 될 것 같은데 트렌드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그들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부분도 본사의 지침입니다."
(또 본사? 언제 눈치 보지 않는 마케터의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거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을께요. 오랜 기간 특정 장르의 음악을 테마로 많은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셨잖나요. 사실 이 부분도 의아했던 게 이 특정 장르의 음악이 대중성이있다거나 혹은 현재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운영하는 브랜드는 타 브랜드가 범접할 수 없는 오랜 역사를 가진 대중적인 브랜드입니다. 이전까지 해외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 광고를 다수 집행했었고요. 굳이 국내 마켓에서만 다르게 브랜딩을 시도하는 이유가 있나요?"
Marc Schulte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네? 무슨 의미이신지?"
"다시 말씀드리면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운영함에도 상당히 날카로운 송곳니를 휘두르는 것처럼 특정한 타겟층만 겨냥하시는 이유와 그 파급효과가 궁금합니다. (내 모든 영혼까지 끌어모아 완곡하게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