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후의 '1%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
벤처캐피탈(VC) 세계는 여전히 대중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스타트업 열풍으로 VC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의사결정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1%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그 베일을 벗기고, VC 세계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여정이다.
나는 저자로서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오가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VC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자 했다. '냉혹한 심판관'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VC들의 진짜 모습, 그들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조명하고자 했다.
이 책의 핵심은 12명의 벤처캐피탈리스트와의 심층 인터뷰다. 그중 2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국내 벤처캐피탈의 산증인, 이수희 파트너의 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진보된 미래를 꿈꾸며, 나 하나보다는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어야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자격이 있다."
이수희 파트너의 통찰은 벤처캐피탈 업계의 본질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이 책은 각 VC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업계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 VC들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기존의 VC 관련 서적들이 주로 투자 전략이나 성공 사례 분석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VC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또 다른 인터뷰이인 블루포인트의 이미영 이사의 솔직한 고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업계에 들어와 첫 1년 동안 5건의 투자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성취감과 동시에 허탈감이 밀려왔죠. '내가 과연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생존을 넘어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고민 끝에 이미영 이사는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블루포인트에 합류하여 컴퍼니빌딩을 담당하게 된 그녀는 아이템 발굴부터 수익모델 수립,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과거 기자로서 쌓은 분석력과 탐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VC들을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사람'으로 조명한다. 그들의 고민, 두려움, 실패 경험, 그리고 성장 과정을 상세히 다룸으로써, VC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가 보여주듯, 인간의 의사결정은 논리적 계산을 넘어 감정과 직관에 크게 좌우된다. 이 책은 VC 세계 역시 이러한 인간적 요소로 가득함을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은세 대표의 인터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은 창업가들의 약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동시에 벤처캐피탈 업계에 대한 냉철한 자성을 촉구한다.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그의 발언들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은세 대표는 수년간의 스타트업 관찰과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기업은 창업가가 가진 비전의 크기만큼 성장한다"는 그의 말은, 스타트업의 성공이 단순한 사업 모델이나 시장 상황을 넘어 창업자의 비전과 직결됨을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의 문제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창업가"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견해는 서로 맞닿아 있다. 즉, 큰 비전을 가진 창업가일수록 미래를 더 멀리, 더 깊이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세 대표의 이러한 관점은 벤처캐피탈의 모든 투자 결정이 궁극적으로 미래 지향적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의 구성은 다양성에 중점을 둔다. 12명의 VC 선정 시 경력, 전문 분야, 투자 철학, 성별, 연령대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했다. 이를 통해 VC 업계의 다양한 관점과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하고자 했다.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VC들의 실패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도 포함시켜, VC 세계의 현실적인 모습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각 챕터는 VC의 생생한 인터뷰로 시작하여, 그들의 경험과 통찰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레슨' 섹션에서 독자들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BNK벤처투자의 노태석 부장은 이런 말을 했다.
"벤처캐피탈은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사람과 경험을 남기는 비즈니스예요."
이 책은 VC의 일상부터 투자 결정 과정, 성공과 실패 사례, 산업별 투자 전략, VC와 창업자의 관계, 글로벌 VC 트렌드, 미래 전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특히 VC들의 철학과 가치관,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VC 업계 진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도 포함되어 있다.
"1%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VC 업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가치 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VC들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리스크 관리, 의사결정, 트렌드 분석, 네트워킹 등 현대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들을 배울 수 있다. 더불어 그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은 "성공은 열정과 인내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 책은 VC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혁신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작은 가능성에서 큰 성공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