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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Nov 25. 2024

구글 역사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광고는?

스토리텔링의 핵심, 선명한 감정의 전달

2020년 12월, 구글은 매년 진행하는 'Year in Search'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례 없는 한 해를 반영하듯, 캠페인의 핵심 주제는 단순한 검색어 나열이 아닌 "왜(Why)"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검색된 질문: '왜?'" 


Google 'Year in Search' 캠페인, ⓒGoogle


캠페인의 오프닝은 이 강력한 메시지로 시작했다.


구글의 로레인 투힐(Lorraine Twohill) CM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설명했다: 


"2020년,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단순한 정보를 넘어 의미를 찾고자 했죠. 우리는 이 집단적 경험을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캠페인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였다:


첫째, 실제 검색 데이터가 보여준 놀라운 변화였다. "누가 재고를 가지고 있나요?(who has in stock)"라는 검색어는 전년 대비 8,000% 증가했다. 이는 팬데믍이 가져온 일상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둘째, 팬데믹과 사회적 불안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가 캠페인을 관통했다. 그러나 구글은 이를 단순한 위기의 기록이 아닌,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재구성했다.


셋째, 캠페인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개되었다. 이는 2020년의 경험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경험이었음을 강조했다.


Google 'Year in Search' 캠페인, ⓒGoogle


실제 영상은 다음과 같은 순간들을 담았다: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모습


봉쇄 중에도 이어진 인간적 연대


베이루트 폭발 사고와 산불 등 자연재해 속 희망의 순간들


우리 시대의 영웅들을 기리는 추모의 순간들


구글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내부 문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검색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검색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2020년을 이해하는 열쇠였기 때문입니다."


Google 'Year in Search' 캠페인, ⓒGoogle


이 캠페인은 구글 역사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캠페인이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과 감정에 주목하는 것. 그것이 바로 2020년 구글이 발견한 통찰이었다.



신경과학이 밝힌 감정의 힘


엘리자베스 펠프스(Elizabeth Phelps)는 2004년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서 중요한 발견을 했다. 우리가 강한 감정을 느낄 때, 뇌 속의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면서 해마(hippocampus)의 기억 저장 기능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감정이 풍부한 콘텐츠나 메시지가 왜 더 오래 기억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단순한 제품 정보보다 감동적인 광고 스토리가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브루스 맥이웬(Bruce McEwen)의 2009년 생리학 & 행동(Physiology & Behavior) 저널 연구는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보 과잉으로 인한 만성적 스트레스는 해마의 치아이랑(dentate gyrus)을 위축시켜 새로운 정보의 처리와 기억을 방해한다. 이는 왜 현대인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오히려 이해와 기억은 줄어드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신경과학적 발견들은 정보 과잉 시대에 감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단순한 데이터나 정보의 전달보다 감정적 교감을 통한 소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감정을 통한 의미 있는 소통은 정보의 이해와 기억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실제 기업의 감정을 담은 스토리텔링 성공 사례


나이키 "Dream Crazy" 캠페인 (2018):


2018년 9월, 나이키는 전례 없는 도전을 시작했다.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내세운 "Dream Crazy" 캠페인의 출시였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로 무릎을 꿇은 캐퍼닉을 기용한 이 결정은 처음에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광고가 공개된 직후, 나이키의 주가는 3% 하락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한 광고가 아닌, 강력한 신념과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 (무언가를 믿으세요. 그것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 해도.)


Nike: Dream Crazy, ⓒWieden+Kennedy


이 한 줄의 메시지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캠페인 시작 3개월 만에:   


주가 18% 상승

브랜드 가치 62억 달러 증가


온라인 매출 전년 대비 27% 상승


에어비앤비 "Made Possible by Hosts" (2021):


팬데믹으로 여행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2021년 초, 에어비앤비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그들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는 호스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말했다.


"화려한 숙소 사진이 아닌, 그곳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죠."


airbnb - made possible by Hosts, ⓒworkingnotworking


이러한 진정성 있는 감정적 스토리텔링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예약률 40% 증가

평균 숙박 기간 2배 증가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캠페인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에어비앤비의 기업 문화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이후 회사는 호스트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호스트 커뮤니티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했다.



디지털 시대, 감정적 연결의 새로운 가치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인간적인 연결을 갈망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역설이다. 2022년 Salesforce가 전 세계 17,000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디지털 채널 사용이 일상화된 지금,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공감 능력'을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감정적 연결은 단순한 소비자 선호를 넘어 실질적인 브랜드 가치로 이어진다. Kantar의 2022년 BrandZ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이 개발한 'Meaningful Difference' 지표는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감정적 유대를 측정하는데, 이 지표가 높은 브랜드들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감정적 연결은 이제 부가적인 요소가 아닌, 핵심적인 비즈니스 자산이 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Gartner의 2022년 고객 경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채널에서도 감정적 요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모든 디지털 접점에서 일관된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술이 더 이상 감정적 연결의 장애물이 아닌, 이를 강화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Salesforce 연구는 흥미로운 발견을 보여준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시기에 오히려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사람들은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표현하길 원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Kantar의 분석은 이 점을 분명히 한다. 강력한 감정적 연결을 구축한 브랜드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더 높은 회복력을 보였다. 감정적 연결은 단순한 마케팅 전술이 아닌, 장기적 비즈니스 성과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B2B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Gartner 연구는 전통적으로 이성적 의사결정이 지배적이었던 B2B 시장에서도 감정적 연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얼마나 근본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세 기관의 연구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인간적 감성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의 과제는 분명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진정성 있는 감정적 연결이 있어야 한다.



결론: 감정이 이끄는 명료성의 시대


매일 5엑사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되는 정보 과잉의 시대. 역설적이게도 이 시대에 감정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2020년 구글의 'Year in Search' 캠페인이 보여준 것처럼,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진정성 있는 감정적 교류를 갈망한다.


Google 'Year in Search' 캠페인, ⓒGoogle


"왜?"라는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검색된 해.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 의미를 찾고자 했다. 구글이 발견한 이 통찰은 우리 시대의 본질적인 욕구를 드러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수석 편집자 에린 메이어는 2022년 이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가졌지만, 더 적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늘어났지만, 통찰은 줄었습니다. 바로 이때 감정이 길잡이가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감정은 복잡한 정보를 명료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실제로 감정의 힘은 명확하다. 구글의 캠페인이 보여준 것처럼, 복잡한 데이터는 감정을 통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된다.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경험으로 바뀐다. 순간의 정보는 지속적인 기억이 된다.


스토리텔링에서 감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청중은 당신이 전하는 사실보다, 그 사실에 담긴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한다. 마치 구글이 단순한 검색어 통계 대신 인간의 감정적 여정을 보여주기로 선택했듯이, 결국 모든 명료한 소통의 핵심에는 선명한 감정이 있다.


당신의 다음 이야기, 그 안에 담길 감정은 무엇인가? 그 답이 당신 메시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구글의 사례가 증명했듯이, 진정성 있는 감정의 전달은 어떤 데이터보다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Google 'Year in Search' 캠페인,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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