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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개 가맹점보다 직영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창업자

임상진 대표의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

by 조인후

고객 경험에 대한 집착, 성공의 DNA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도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왜 굳이 생활맥주를 찾을까?"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한다. 저자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창업 첫날의 DNA'였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하는 가게들의 DNA가 예상과 달리 거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고객 경험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이었다. 매장에서 흐르는 음악 한 곡 한 곡의 선곡부터 손님의 손끝에 닿는 냅킨의 문구 하나까지,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경험을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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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저자는 창업의 본질적 가치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창업가의 자아실현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는 통찰은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선다. 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고객이 영감을 받고, 섬세하게 설계된 서비스를 통해 편리함을 경험할 때에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 그 이상의 브랜딩


저자가 제시한 '공간 브랜딩'에 대한 통찰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외식업의 본질은 음식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그의 핵심 주장은 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브랜딩의 출발점은 단순한 시장 분석이나 트렌드가 아닌,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어야 했다. 마치 건축가가 건물의 모든 요소를 전체적인 설계 의도와 조화시키듯, 공간의 각 요소가 브랜드 정체성과 어우러지는지, 고객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콘셉트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 팬들이 단순히 음원 감상이 아닌 현장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콘서트장을 찾는 것처럼, 생활맥주의 고객들 역시 단순한 음료 소비가 아닌 '브랜드만의 특별한 경험'을 찾아 방문한다는 깊은 이해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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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대목은 '생활맥주'라는 이름을 내건 가게에서 탄생한 '소주 섞기 무료 서비스'의 이야기였다. 언뜻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서비스는, 사실 브랜드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수제맥주 플랫폼이라는 근본적인 정체성은 지키되, 소주를 즐기는 친구와 동행한 고객들의 섬세한 니즈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마치 재즈 연주자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것처럼, 브랜드의 본질은 유지하되 고객의 필요에 유연하게 대응한 혁신적인 사례였다. 이러한 발상은 저자가 줄곧 강조해온 "이타심에서 시작되는 사업"의 진수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패러다임


프랜차이즈 운영에 대한 저자의 접근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 번의 교육보다 한 번의 시스템화가 낫다"는 그의 철학은 치킨 조리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한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이는 마치 복잡한 교향곡을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간단한 악보로 재편곡하는 것과 같았다. 이러한 혁신적 접근은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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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직영점 운영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시각이었다. "직영점은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프랜차이즈의 본질"이라는 그의 주장은 업계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이는 마치 요리사가 레시피만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불맛과 손맛까지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프랜차이즈 본사는 단순한 사업 아이템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노하우와 고유의 운영 시스템을 가맹점에 전수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통찰은 직영점 운영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근간임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저자는 특히 초보 창업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들을 정면으로 다뤘다. "마진에 대한 지나친 집착", "지인을 잠재 고객으로 착각하는 오류", "과도하게 복잡한 메뉴 구성" 등 실패로 이어지는 위험 요소들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월세처럼 생각하라"는 조언은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의 핵심을 관통하는 탁월한 통찰이었다. 이는 마케팅이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사업의 필수 인프라라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창업의 지혜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현장의 치열한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로 성공적인 외식업 운영의 본질을 명쾌하게 포착했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환상처럼 좇는 '뜨는 상권'이라는 신기루를 과감히 걷어내고, 대신 '이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하라는 조언은 마치 오랫동안 흐릿했던 렌즈가 선명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독자들의 시야를 깨끗이 정리해준다.


20250129_104324.jpg '상권을 이기는 작은 가게 성공 법칙',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이 책은 결코 단순한 외식업 성공 매뉴얼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숙련된 장인이 오랜 시간 갈고닦은 도구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이듯, 저자는 고객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여정을 진솔하게 펼쳐 보인다. 이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교과서다. 250쪽 남짓한 얇은 분량이지만,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사업의 내공이 농축된 이 책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등대와 같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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