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바쁨'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비즈니스 코치 존 피치와 AI 연구자 맥스 프렌젤이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그들은 한 가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가장 바쁜 날이 정말 가장 생산적인 날이었습니까?"
저자들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쉼'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찰스 다윈은 하루 3-4시간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나머지 시간은 산책과 독서로 보냈다는 것이 그의 자서전을 통해 잘 기록되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 관찰과 산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으며, 아인슈타인도 세일링과 같은 여가 활동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특히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스콜레(scholē)'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여가'를 뜻하는 이 말은 동시에 '학습'을 의미했는데, 이는 당시 사회가 여유로운 시간을 지적 성장과 창조의 근간으로 보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현대 'school'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다. 저자들은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가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분석한다. 막스 베버가 분석한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는 본래 노동을 통한 소명 실현을 강조했지만, 이것이 점차 '쉼 없는 노동'을 미화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세기 들어 테일러리즘(Taylorism)과 포디즘(Fordism)으로 대표되는 과학적 관리법의 등장은 인간의 노동을 기계적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만들었다. 여기에 디지털 혁명이 더해지며 '24/7 연결성'이라는 새로운 굴레가 생겨났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창의성의 상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는 휴식 시 활성화되며 창의적 통찰과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끊임없는 업무는 이러한 뇌의 자연스러운 활동을 방해한다.
생산성의 역설: OECD 국가들의 데이터는 노동시간과 시간당 생산성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장시간 노동이 반드시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 세계보건기구(WHO)는 과로를 현대 사회의 주요 건강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만성적인 과로는 심혈관 질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사회적 관계의 붕괴: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가족 관계, 우정, 지역사회 참여 등이 약화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감소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휴식은 게으름이 아닌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적 경험을 통한 검증
이 책이 특별히 와닿았던 것은 내 경험이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살아있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퇴사 후 겪은 예기치 않은 '9 to 6' 근무로부터의 해방은, 역설적으로 내 직업적 성과의 전환점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월평균 글쓰기 산출물이 2배 이상 증가했고, 기업들의 협업 제안은 전년 대비 배로 늘었으며, 주요 매체의 정기 기고 요청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자율적 시간 관리'가 있었다. 더 이상 정해진 시간에 맞춰 창의성을 쥐어짜내지 않아도 되었고, 대신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아침 7-10시 사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에 맞춰 하루 일과를 재구성했다.
생활의 질적 변화도 뚜렷했다. 규칙적인 7시간 수면은 만성적인 오후 졸음을 해소했고, 업무 피로감 감소로 저녁 7시 이후 가족과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주말에는 더 이상 일주일의 피로를 만회하기 위해 잠만 자는 게 아니라, 가족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즐길 여유가 생겼다.
현재 나는 복수의 기업에서 자문역과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풀타임 대비 시간은 60% 수준이지만 성과는 오히려 120% 이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피치와 프렌젤이 책에서 언급한 '집중된 시간의 힘'을 입증한다. 실제로 하루 4-5시간의 깊은 집중이 8시간의 단절된 업무 시간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패턴이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며 떠올린 아이디어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핵심 아이디어는 아침 샤워(30%), 운전 중(25%), 산책 중(15%) 등 일상의 자유로운 순간에 떠오른다. 이를 위해 음성 메모 앱과 노트를 항상 휴대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는 저자들이 강조하는 '창의성은 여유에서 피어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저자들이 제시하는 '의도적인 휴식의 가치'를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주장하는 '휴식의 질적 차이'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시간의 확보를 넘어 어떻게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실천적 지혜와 새로운 가능성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단순히 휴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워커홀릭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점진적으로 건강한 '쉼의 윤리'를 구축할 수 있는지 체계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들은 먼저 '의도적인 휴식'과 '수동적인 휴식'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다. 사전적으로 의도적인 휴식(active rest)은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취하는 휴식을, 수동적인 휴식(passive rest)은 단순히 활동을 중단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도적인 휴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능동적 참여: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운동, 예술 활동, 사회적 교류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규칙적 실천: 휴식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자신의 생산적 시간대 파악하기
규칙적인 휴식 시간 확보하기
주간 단위의 휴식 계획 수립하기
정기적인 장기 휴식 설계하기
환경 조성: 효과적인 휴식을 위한 환경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휴식을 위한 적절한 공간 확보
디지털 기기 사용 관리
업무와 휴식의 경계 설정
저자들의 주장은 창의성과 휴식의 관계에 대한 현대 연구들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휴식 시에 활성화되며, 이것이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인용한다.
이 책은 번아웃을 경험했거나 그에 가까운 상태에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회복 방안도 제시한다:
인식의 전환: 휴식을 게으름이나 사치가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기
점진적 접근: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단계적인 휴식 습관 형성
지속가능성: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개인화된 휴식 패턴 개발
프렌젤과 피치는 "휴식은 사치가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과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 우리 시대의 일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찰을 요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휴식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그들의 메시지는, 성과 중심의 현대 사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이토록 멋진 휴가',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