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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Aug 01. 2020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 아니었다!"

뉴욕도 한 때 미국의 수도였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미국 역사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영어 알파벳으로 가득한 책에서 유독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미국의 수도는 원래 워싱턴 D.C. 가 아니었다.


워싱턴 D. C.; 출처: pexels.com


당시 미국의 수도가 뉴욕이 아닌 워싱턴 D.C.라는 것도 의아했는데 워싱턴이 원래 수도가 아니었다니. 도대체 미국의 수도는 원래 어디였고 왜 수도를 옮겼을까? 사실 수도라는 개념이 당시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을 때여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대륙 회의 개최 장소를 기준으로 알아보자.


필라델피아와 대륙회의

대륙회의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전 13개 식민지 간의 연합을 주도하기 위해 결성된 기관이다. 13개 식민지의 대표로 구성되는 외교 회의의 성격을 지녔고, 각 대표는 자기의 식민 정부로부터 훈령을 가지고 출석하였다. 적절한 예일지 모르겠지만 아파트의 동대표들의 회의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대륙 회의; 출처: History.com


1774년 제1회는 보스턴 차 사건에 대하여 영국이 무력으로 탄압하자 식민지 사람들이 모여 본국에 청원서를 보내 자유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본국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선언하였다. 제2회는 렉싱턴 · 콩코드에서 첫 충돌이 일어나자 다시 모여 무력 항쟁을 결의하고 조지 워싱턴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바로 이 대륙 회의가 열린 장소가 펜실베니아주의 필라델피아다. 이를 근거로 학자들은 미국의 첫 수도 필라델피아라고 말한다.


필라델피아를 점령한 영국군; 출처: The Breed's Hill Institute


1776년 영국군과의 충돌이 전쟁으로 번지고 군대가 필라델피아로 밀려오자 대륙회의는 도시를 버리고 남쪽으로 내려가 볼티모어 내 많은 인원이 수용 가능했던 헨리 파이트 여관이 대륙 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정해졌다. 영국 해군의 대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서 비교적 안전하고 볼티모어에서 가장 큰 장소였다고 한다. 이 곳에서 대륙회의 구성원들은 워싱턴 장군이 델라웨어 강을 건너 뉴저지에서의 승전보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조지 워싱턴; 출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후에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기 전까지 대륙 회의 장소는 전쟁의 진행상황에 따라 무려 7차례 바뀌었다.


뉴욕과 미국의 독립

미국이 독립한 후 최초의 수도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뉴욕이었다. 1700년에 건설된 뉴욕의 구시청이 페더럴 홀로 이름이 변경되며 연방정부 청사의 역할을 했다. 아쉽게도 본래의 연방정부 청사 건물은 19세기에 무너지고 현재 건물인 미국 최초의 세관 커스텀스 하우스(Customs House)가 세워졌다. 1789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취임식을 행한 곳으로,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며 계단에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있다.


뉴욕 페더럴 홀 기념관(박물관); 출처: National Park Service


일부 학자들은 미국 1대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적인 수도가 뉴욕인 관계로 뉴욕을 미국의 첫 수도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보았다. 당시 뉴욕의 인구는 약 2만 8천 명으로 현재 833만 7천 명의 0.34% 수준이었다. 1989년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뉴욕의 상층계급은 런던과 파리에서 유행하는 옷들을 입었고 무도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는 좁고 구부러진 비포장도로로 지금의 바둑판처럼 정돈된 뉴욕의 거리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통행이 불가할 정도로 돼지들이 거리에 출몰하는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지저분하고 돼지가 돌아다니던 뉴욕의 거리; 출처: Ephemeral New York


미국의 수도 유치를 위한 경쟁

1789년 조지 워싱턴의 취임 이후 독립 13개 주에서 선출된 대표자들과 수도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다. 당시 이미 커다란 도시를 이루고 있던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서로 토지와 비용을 제공하겠다면서 수도 유치작전을 벌였다. 마치 국내에서 육사 유치에 지자체들이 두 손 두 발 들고 뛰어든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수도의 결정은 북쪽의 주들과 남쪽의 주들 간의 경쟁 속에 정치적인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당시 내무부장관이자 이후 3대 대통령이 되었던 토마스 제퍼슨은 뉴욕을 무척 싫어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토마스 제퍼슨;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그는 자신의 고향인 버지니아와 가까운 곳으로 수도를 옮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재무부장관인 해밀턴의 동의가 필요했다. 해밀턴은 동의를 하는데 앞서 한 가지 조건을 내밀었다.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는 대신 연방정부가 독립주들의 전쟁 빚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었다. 당시 독립 전쟁으로 인한 독립 주들의 빚은 엄청났다. 부유한 남쪽 주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지만 북쪽 주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거래로 인해 외관상으로는 연방정부가 모두 떠안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도를 남쪽에 정하는 대신 북쪽의 주들은 독립전쟁 중에 생긴 빚을 면제받았다.


필라델피아의 마지막 기회

그렇게 미국의 수도는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겨지는 듯 하였는데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바로 필라델피아였다. 미국의 독립 전부터 미국의 주요 의회를 거의 주최하였던 필라델피아가 수도가 남쪽으로 순순히 이전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로버트 모리스는 필사적으로 딜을 성사시켜 수도가 워싱턴에 건설되는 10년 동안 필라델피아가 임시로 수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로버트 모리스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부터 재무부장관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하고 대신 해밀턴을 추천하여 임명시켰을 정도로 당대에 재무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로버트 모리스와 필라델피아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개발이 덜된 워싱턴 지역보다 필라델피아가 수도로서 더 적합하다는 것을 의화가 경험한다면 결정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라델피아의 임시 국회의사당; 출처: philadelphiaencyclopedia.org


당시 필라델피아는 워싱턴 대통령과 그의 후임인 존 아담스 2대 대통령에게 모두 화려한 맨션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제안을 물리치며 의회와 가깝고 평범한 집에서 거주했다. 무엇보다 1793년에 황열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 필라델피아에서 발병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필라델피아의 수도로서의 역할은 1800년 6월 11일 공식적으로 종료하였다.


돌고 돌아 워싱턴

1800년 5월 15일 의회는 필라델피아에서의 의정활동을 종료하고 워싱턴으로 옮겼다. 존 아담스 2대 대통령은 아직 백악관(당시는 대통령의 집으로 불림)이 완공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보다 더 앞선 4월에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워싱턴에서 최초로 취임한 대통령은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었다. 1812년 영국과의 또 다른 전쟁으로 인해 미국 국회 의사당이 소실되고 백악관이 일부 타버리자 다시 수도를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다.


영국군에 의해 불타는 워싱턴 D.C.; 출처: BBC


하지만 이 지역의 유지들이 의회에 로비를 하고 도시를 재건하는데 막대한 돈을 들여 수도가 다시 옮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도는 바뀔 수 없는 것인가?

최근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의 이전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행정수도가 이전된다고 해서 이전 지역이 꼭 낙후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수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두 도시 중 하나는 지금보다 인구가 더 밀집하고 워싱턴은 아직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농경지로 남았을지 모른다. 변화된 시대사적 흐름과 국민적 합의가 반영되어 행정수도의 이전 여부가 결정된다면 이 또한 국가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Aleksandar Pasaric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참고 자료:

https://ephemeralnewyork.wordpress.com/2012/02/20/when-new-york-city-was-the-nations-capital/

https://en.wikipedia.org/wiki/New_York_City

https://www.history.com/news/8-forgotten-capitals-of-the-united-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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