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얼려버린 야쏘(Yasso)의 35년 우정과 혁신의 기록
우리는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선다. 특히 식사 후 찾아오는 디저트의 유혹 앞에서 현대인은 늘 갈등한다. 맛있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우며 얻는 즐거움과, 그 뒤에 따르는 칼로리에 대한 죄책감 사이의 간극은 깊다. 2000년대 후반까지 냉동 디저트 시장은 양극화되어 있었다. 맛을 위해 영양을 포기한 '슈퍼 프리미엄' 제품이거나, 칼로리는 낮지만 종이 씹는 맛이 나는 '다이어트용' 제품뿐이었다.
이 거대한 딜레마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두 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들의 무기는 화려한 경력이 아닌, 유치원 때부터 다져온 '우정'과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욕'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아니다. 1991년 매사추세츠의 한 교실에서 시작된 두 친구의 우정이 어떻게 전 세계 냉동 디저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2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여 유니레버의 품에 안겼는지에 대한 대서사시다.
1991년 가을, 매사추세츠주 이스턴의 한 유치원 교실에서 아만다 클레인과 드류 해링턴은 처음 만났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두 아이를 하나로 묶어준 것은 스포츠에 대한 유별난 애정이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 내내 운동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성장한 그들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헌신, 허슬(Hustle), 그리고 경쟁 정신이라는 인생의 핵심 가치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두 사람의 노력은 나란히 NCAA D1 장학금을 받는 엘리트 운동선수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아만다는 축구장에서, 드류는 트랙 위에서 활약하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근성을 몸에 익혔다. 이 시기 체득한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와 기록을 경신하려는 집요함은 훗날 비즈니스 세계의 거친 파도를 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사실 아만다에게 식품업은 낯선 분야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조사와 유통사를 연결하는 식품 브로커(Food Broker)였고,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보며 브랜드가 어떻게 매대에 오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지 자연스럽게 익히며 자랐다. 이러한 배경은 그녀가 시장을 읽는 남다른 눈을 갖게 했다.
"왜 우리는 맛있는 걸 먹으려면 건강을 포기해야 하고, 건강하려면 맛을 포기해야 할까?"
대학 졸업 후인 2009년, 두 사람은 일상적인 허기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운동선수로서 식단 관리에 철저했던 그들에게 마트의 아이스크림 코너는 늘 실망스러운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냉동 디저트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었다. 맛은 좋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은 ‘초프리미엄’ 제품이거나, 건강을 내세우지만 종이를 씹는 듯 식감이 형편없는 ‘다이어트용’ 제품뿐이었다. 맛과 건강 사이의 이 거대한 간극에 이들은 정면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아만다는 자신의 집 주방을 실험실로 개조하고 당시 건강식으로 각광받던 그릭 요거트에 주목했다. 당시 냉장 코너는 초바니(Chobani) 같은 브랜드가 일으킨 그릭 요거트 열풍으로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냉장실에서 증명된 이 건강한 열풍을 왜 아무도 냉동실로는 가져오지 않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질감이 크리미한 그릭 요거트를 얼려 바(Bar) 형태로 만든다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신뢰를 쌓아온 파트너 드류에게 즉시 연락했다. 당시 드류는 공기주입식 맥주 탁구대라는 파격적인 아이템으로 파티 용품 시장에서 이미 사업적 수완을 발휘하고 있었다. 건강한 제품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운동선수와 시장을 읽는 눈이 날카로운 청년 사업가의 결합, 야쏘의 위대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아이디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과정인 '아이스크림 캠프'에 입성한 것이다.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의 물리적 구조와 배합 원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며 그릭 요거트 아이스바의 상업적 가능성을 치열하게 타진했다.
하지만 업계 베테랑들의 반응은 조롱에 가까울 정도로 냉담했다. 그들은 "그릭 요거트는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아 얼리는 순간 점성을 잃고 모래알처럼 서걱거리거나, 돌덩이처럼 딱딱해질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요거트 특유의 산미와 낮은 지방 함량이 냉동 공정에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량 생산은커녕 사람이 먹을 만한 식감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불가능이란 정복해야 할 고지에 불과했다. 이들은 오히려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파머스 마켓에서 작게 시작하는 보통의 창업 경로를 거부하고, 처음부터 전국 15,000개의 대형 유통 매장에 입점하는 '메이저 리그 직행 전략'을 세운 것이다. 냉동 식품 제조의 특성상 막대한 최소 생산 물량(MOQ)을 맞춰야만 사업적 생존이 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 결과였다.
여기에 한 가지 고집을 더했다. 업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압출 방식(Extruded Novelties)'을 채택한 것이다. 단순히 틀에 붓는 방식보다 훨씬 프리미엄한 식감을 낼 수 있지만, 초기 설비 비용이 막대하고 요거트 배합을 정밀한 기계 공정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었다. 수많은 공장주가 "기계만 망가뜨릴 무모한 실험"이라며 시제품 생산조차 거절했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전문가들이 불가능의 이유로 꼽았던 그 단백질 구조를 역으로 이용했다. 수천 번의 실험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천연 성분을 유지하면서도 놀랍도록 부드러운 질감을 내는 야쏘만의 '황금 비율'을 찾아낸 것이다.
화학적인 해결책인 고강도 인공 감미료에 의존하는 대신, 소량의 실제 설탕과 요거트 본연의 풍미를 정교하게 조화시킨 이들의 레시피는 대성공이었다. 기존 다이어트 아이스크림 특유의 텁텁하고 불쾌한 뒷맛을 완벽히 지워낸, 세상에 없던 디저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라는 각오로 던진 이 승부수는, 때마침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그릭 요거트 열풍과 맞물려 거대한 시장의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2011년 공식 출시된 브랜드 야쏘(Yasso)는 그리스어로 안녕을 뜻하는 인사말 야수(Yassou)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는 제품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네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 뒤에는 생존을 건 사투가 있었다. 사업 초기, 이들은 매일 현금 흐름이라는 또 다른 괴물과 싸워야 했다. 한 번은 공장 가동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절실하게 기다리던 코스트코의 첫 60만 달러 수표를 받았는데, 기쁨에 취해 들른 바에서 바텐더가 수표 위에 맥주를 쏟아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아만다와 드류는 젖어버린 수표를 드라이기로 정성껏 말려가며 은행으로 달려갔고, 입금이 확인될 때까지 숨을 죽여야 했다. 이러한 절박한 경험은 이들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수익을 내는 단단한 비즈니스 구조를 처절하게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케팅 자산이 부족했던 초기, 아만다와 드류는 낡은 아이스크림 트럭을 직접 몰고 전국을 누비며 사람들에게 샘플을 나눠주었다. 맛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들은 지금까지 수백만 개의 샘플을 무료로 배포하는 저돌적인 샘플링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70kcal라는 숫자에 집착했으나, 맛의 완성도를 위해 이를 100kcal로 올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kcal 이하라는 심리적 마지노선만 지킨다면 고객은 더 맛있는 디저트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심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으로 돌아왔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야쏘는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헤일로탑(Halo Top)을 제치고 A등급 디저트로 공인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들은 야쏘가 단순히 건강한 대안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장 맛있는 선택지라는 점에 열광했다.
성장은 눈부셨다. 2016년 5,000만 달러였던 매출은 2019년 1억 달러로 두 배 성장했다. 야쏘는 전국 17,000개 이상의 매장에 입점하며 건강한 유제품 디저트 분야 1위 브랜드로 우뚝 섰다. 2018년에는 카스타네아 파트너스를 대주주 투자자로 맞이하며 전문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기 야쏘는 오리지널 바를 넘어 아동용 건강 간식인 스낵 버디즈와 파인트 제품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영토를 넓혔다.
이러한 확장의 밑바탕에는 우리가 만든 첫 제품이 오답일 수 있다는 창업자들의 유연하고 겸손한 태도가 있었다. 초기 야쏘는 요거트 시장의 문법에 따라 과일 맛 위주로 출시되었으나, "아이스크림 시장 고객은 결국 초콜릿과 카라멜을 원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제품 구성을 피벗(Pivot)했다. 자신의 고집 대신 시장의 니즈를 선택한 결과, 야쏘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민트 초코 칩과 같은 탐닉적인(Indulgent) 라인업을 완성하며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장의 정점은 상징적인 지표로 증명되었다. 2020년경 야쏘는 미국인들이 유년 시절부터 먹고 자란 아이스크림 바의 대명사 클론다이크(Klondike)의 판매량을 공식적으로 추월했다. 무명의 신생 브랜드가 거대 기업의 유산을 넘어선 이 순간은, 건강한 디저트가 단순한 대안을 넘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21년 말, 야쏘의 매출은 2억 달러에 육박하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야쏘의 성공 이면에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형성한 타협 없는 투명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정직함은 화려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제품의 불완전한 외형을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콜릿 코팅 제품에서 발견되는 작은 구멍들이다.
야쏘의 초콜릿 바 표면은 기성 제품처럼 매끈하지 않고 종종 분화구 같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코팅이 얇아 내부가 비치기도 한다. 일반적인 제조사라면 매끈하고 완벽한 외형을 만들기 위해 유화제나 증점제 같은 화학 첨가물을 듬뿍 넣었겠지만, 야쏘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들은 코팅 위에 뿌려진 퀴노아 크런치가 만드는 자연스러운 불규칙함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매끈한 모양을 위해 불필요한 첨가물을 넣느니, 조금 못생겨도 자연에 가까운 성분을 유지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이러한 태도는 칼로리 표기에서도 이어진다. 단순히 숫자를 낮춰 부르는 마케팅적 꼼수 대신, 법적 규정과 실제 측정값 사이의 미세한 오차까지 FAQ를 통해 상세히 공개하며 소비자들과 소통했다. "더 적은 칼로리로 보이는 것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들의 고집은 성분에 민감한 건강 마니아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소비자들은 완벽한 모양의 인공 디저트 대신, 약간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야쏘의 요거트 바를 선택함으로써 이들의 정직함에 응답했다.
비즈니스의 성공이 단순히 숫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에너지로 치환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2018년 설립된 게임 온(Game On) 재단으로 결실을 맺었다. 두 창업자는 자신들의 뿌리가 스포츠에 있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학교에 10만 달러 상당의 운동 기구를 기부하는가 하면, 직장인 3만여 명을 거리로 불러내 농구와 장애물 경기를 즐기게 하는 게임 데이 이벤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단순히 금전적인 기부를 넘어 사람들이 땀 흘리며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행보는, 유치원 시절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며 인생의 가치를 배웠던 두 소년 소녀의 다짐을 현실로 옮긴 것이었다. 이들에게 사회 공헌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정체성 그 자체였다.
주방 한편의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이 무모한 서사는 2023년 세계적인 소비재 거인 유니레버(Unilever)에 인수되며 비즈니스 역사에 기념비적인 정점을 찍었다. 한때 도전의 대상이었던 벤앤제리스(Ben & Jerry's), 탈렌티(Talenti)와 같은 거물급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야쏘의 파괴적 혁신이 이제 전 세계 디저트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아만다 클레인과 드류 해링턴이 걸어온 궤적은 우리에게 단순한 성공 이상의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첫째, 전문가가 설정한 한계에 굴복하지 마라.
업계 베테랑들이 물리적 불가능을 논하며 외면했던 레시피는 두 운동선수의 집요한 실험과 열정 앞에서 결국 길을 내주었다. 혁신은 전문가의 확신이 아니라, 초심자의 무모한 끈기에서 태어난다.
둘째, 우정은 그 어떤 자본보다 강력한 비즈니스 자산이다.
유치원 모래사장 시절부터 쌓아온 견고한 신뢰는 실패와 거절이 반복되던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 되었다. 30년을 이어온 우정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셋째, 정직함과 진정성이 결국 가장 날카로운 마케팅 무기다.
칼로리의 미세한 오차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며, 완벽한 외형 대신 건강한 성분을 택한 고집은 영리한 홍보 전략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대한 파동이 되었다.
이제 냉동실 문을 열 때마다 우리는 단순히 차가운 간식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업계의 편견에 맞서 불가능을 증명해낸 두 친구의 뜨거운 집념이, 가장 차가운 형태로 응축된 혁신의 결정체가 담겨 있다.
맛과 건강이라는 오랜 평행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밤낮없이 고뇌했던 아만다와 드류.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달콤한 인사를 건네는 야쏘(Yasso)라는 이름 속에는 30년 우정이 일궈낸 거대한 승리의 기록과 세상에 없던 맛을 향한 진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 신화를 넘어, 사람을 향한 진정성이 어떻게 차가운 냉동실 속에서도 빛나는 가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