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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Oct 29. 2021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거절했던 스타트업

키노라이츠가 수차례 폐업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퇴사 후 그 동안 바쁘게 보낸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아껴두고 미뤄두었던 넷플릭스를 켰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가 보였고 귀한 시간을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허비할 수 없어 영화리뷰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익숙한 왓챠피디아 말고 생소한 서비스명이 보였다. 서비스명에서 서비스 정체를 도저히 유추할 수 없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왓챠피디아의 아류작인가?'

서비스명은 이해가 어려웠지만 서비스는 궁금해서 일단 다운로드했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모든 OTT를 통합검색해주는 서비스였는데 한 가지가 없었다. 바로 광고다.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하는거지? 대기업에서 만든건가?'

별명이 호기심천국이라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아웃스탠딩 등 다수의 매체에 콘텐츠를 기고하고 있는 조인후입니다. 뵙고 싶습니다.'

이럴 땐 아웃스탠딩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는 것이 참 유용하다. 하루가 지나고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그의 회신을 받았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인터뷰 당일 앳된 모습의 청년이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를 회의실 반대편에 앉혔다.

"대표님, 오늘 모신 이유는 키노라이츠 홍보가 아니에요. 저는 고용된 홍보대행사도 아니고 전문기자도 아니에요. 저의 목표는 오로지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거에요. 그러니 평소 준비하신 IR 그대로 하시지 마시고 그냥 본인 얘기하세요. 제 타깃 오디언스는 방금 전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낸 후 아침식사에 사용한 그릇들 설거지를 마친 제 아내입니다. 무척 쉬워야되요. 중간에 홍보성 멘트하시면 제가 중간에 끊고 갈게요."

다행히도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휴우~)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 불러서 인터뷰 시작도 하기 전에 단도리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정작 그가 얘기를 시작하자 90분 동안 단 한번도 그의 말을 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눈이 촉촉해진 것이 느껴졌다. 처음 본 사람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난감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분 얘기라면 아내가 설거지 후 콘텐츠를 다 읽느라 점심요가에 지각할 수 있겠다.'

키노라이츠가 수차례 폐업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키노라이츠는 영화, 드라마 등을 검색하면 바로 감상이 가능한 OTT 플랫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서비스인데요. 2020년 3월 정식 론칭 이후 1년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3만 건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제2의 왓챠피디아로 주목 받는 서비스입니다.

출처=키노라이츠

1. 키노라이츠는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한 영화 덕후 양준영 CEO와 삼성전자를 다니던 그의 친구 김치오 COO가 창업한 회사인데요. 사실 키노라이츠는 폐업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서비스입니다.

2. 초창기엔 개발자와 기획자도 없었던 탓에 우여곡절 끝에 외주개발자와 영화 리뷰 서비스를 구축하는데요. 지적재산권 문제로 영화 데이터를 외부에서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직원들과 함께 직접 영화를 추리고 수기로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했습니다. 영화 덕후였기에 가능했죠.